'맥통법' 논란, 역차별 당하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아이즈 ize 글 위근우 2015. 11. 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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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위근우

지난 13일, 맥주 애호가들을 분노하게 만든 소식이 있었다. [서울경제] 단독 보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한 간담회에서 국산 맥주 할인제한 규정 때문에 국내 맥주 시장이 수입 맥주에 잠식당한다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수입 맥주 할인을 제한하는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수입 맥주 500㎖ 네 캔을 만 원에 살 수 있는 행복을 위협당한 맥주애호가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해당 안에는 ‘단통법’(단말기 유통 구조 개선법)에 빗댄 ‘맥통법’이란 이름이 붙었고, 국내 맥주 업체와 정부는 비난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보도 3일 뒤, 기획재정부는 해당 사안에 대해 아직 확정된 바 없다는 보도자료를 냈고 그로부터 이틀 뒤엔 아예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소되지 않은 것들도 있다. 대중들이 수입 맥주 할인 규제보다 분노했던 건 국내 업체들이 공정한 시장의 참가자로서 경쟁력을 늘리기보다는 꼼수를 쓰려 했다는 것이었다. 수입 맥주가 좀 더 저렴하게 판매되면서 국내 맥주 시장을 위협하는 건 사실이다. 다만 이것은 가격이 아닌 질의 문제다. 현재 편의점 기준으로 하이트나 카스 등의 가격은 500㎖ 한 캔에 2,600원이다. 행사 중인 수입 맥주가 네 캔에 만 원이면 한 캔당 2,500원이니 딱 백 원 더 싸며, 심지어 대형 마트에서 국산 맥주는 2,000원 이하다. 가격 경쟁력에서 수입 맥주가 국산 브랜드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과연 편의점에서 카스와 하이트를 네 캔에 만 원으로 판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하다못해 철저한 저가 수입 맥주인 5.0 바이젠조차 얼마 전 OB맥주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내놓은 OB 프리미어 바이젠보다 맛과 향에서 더 낫다. 수입 맥주 할인 때문에 국산 맥주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다. 그나마 국내 맥주의 유일한 경쟁력이었던 낮은 가격이 더는 비교 우위 요소가 될 수 없다는 게 더 정확하다. 수입 맥주 할인은 역차별이기 때문에 규제해야 한다는 국내 업체의 논리는 선후 관계부터 틀렸다.

오히려 국내 맥주 업체들의 주장이 증명하는 것은, 거의 언제나 역차별을 주장하는 쪽은 오랜 차별 구도의 수혜자들이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국내 맥주 시장은 국내 업체,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국내 거대 주류회사인 OB맥주와 하이트진로에 철저히 유리한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다. 1933년 조선총독부에게 면허를 받은 이후 쭉 유지되던 두 회사의 맥주 시장 독점이, 맥주 산업 진입 기준 조절로 깨진 게 겨우 4년 전이다. 그나마도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주류세 때문에 국내 중소업체 혹은 중소 수입업체는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도다. 현재 주류세는 제조원가의 72%로, 여기에 교육세와 부가세를 더하면 실질적인 세금은 100%를 상회한다. 시설 기반이 큰 대형 주류업체라면 제조원가를 줄여 실질적인 세금의 총액을 줄일 수 있지만, 중소 업체는 다르다. 세븐브로이처럼 국내 라거에 비해 맥아와 호프 모두 훨씬 많이 들어가는 맥주를 만드느라 제조원가가 높아지는 업체나 수입 원가가 비싼 고급 수제 맥주를 수입하는 회사라면 ‘맥통법’까지 갈 것도 없이 이미 가격 경쟁에서 너무 불리하다. 심지어 두 거대 회사가 알 만한 해외 맥주 다수를 수입하고 이들 브랜드로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국내 맥주 대 수입 맥주의 구도보다는 국내 거대 업체 대 국내 중소 업체의 구도가 시장의 현실을 훨씬 잘 보여준다. 이런 맥락을 고려해 2013년 중소 생산업체의 주류세를 30%로 차등 과세하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거대 주류회사가 들고 나왔던 건 역시 역차별의 논리였다. 하지만 할인제한에 대해, 차등 과세에 대해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그들은 정작 제조원가나 유통망에서 자신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된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이처럼 기울어진 시장은 정부의 방관 혹은 조장 아래 만들어진다. 앞서 말했듯 높은 주류세는 다른 업체의 진입을 막는 장벽 역할을 해준다. 그 장벽 안에서 이들 업체는 제조원가를 줄인 싱거운 라거 계열 맥주만 만들어도 시장을 나눠 가질 수 있었다. 실질적인 정경 유착도 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주류업체에 거액의 자문료를 받아 문제가 된 게 2011년이지만, 지금도 한국주류산업협회 회장은 권기룡 전 대구지방국세청 청장이다. 꼭 그것 때문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중소업체의 차등 과세가 형평에 어긋난다면 차라리 주류세를 종가세(원가에 비례해 세금이 매겨지는 방식)가 아닌 담배처럼 종량세(동일 품목 안에서 양에 비례해 같은 양에 같은 세금을 매기는 방식)로 전환하자는 제안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수제맥주 수입업체인 ATL Korea의 최비오 대표는 “우리 같은 경우 국내 업체처럼 동네 슈퍼까지 유통할 수는 없어 온라인 판매가 필요한데, 성인 인증 시스템이 갖춰졌음에도 주류 온라인 판매가 금지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도 말한다. 적어도 맥주 시장에서만큼은 정부의 규제가 결과적으로 거대 주류업체의 독과점을 돕는다.

언론과 대중의 설레발이 더해진 ‘맥통법’ 해프닝을 해프닝으로만 넘길 수 없는 건 그래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검토조차 되고 있지 않은 사항이고 실제로 그렇겠지만, 굳이 ‘맥통법’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맥주 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시장의 개선과도 경쟁 활성화와도 거리가 멀었다. 진짜 문제는 ‘맥통법’이 아니라, 실질적 독과점을 누리면서도 한 줌의 불리함 앞에 형평성을 주장하는 기업,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을 오히려 차단하는 정부의 이중 잣대다. ‘맥통법’ 이슈가 의도치 않게 드러낸 진실은, 이러한 편의적 이중 잣대 앞에서 결국 피해를 입는 건 일반 대중이라는 것이다. 가격에서도 맛에서도. 그러니 기업과 정부에 바라건대, 뭐가 됐든 제발 하나만 하자.

글. 위근우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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