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고성-얼렁뚱땅..국회 예산소위 '예산심사' 백태

신혜원 2015. 11. 2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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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국회에선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한창입니다. 정부가 들고온 예산안을 놓고
국회의원들이 예산을 깎고 늘리는 작업을 하는 건데요. 내년에 총선이 있기때문에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챙기기에 거의 물불을 가리지 않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어제(20일) 회의에 직접 들어갔던 정치부 기자와 함께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들어보겠습니다.

신혜원 기자, 예산 심사 회의가 비공개이다 보니까 쪽지예산 등 별별 이야기들이 많지 않습니까? 직접 들어가보니까 어떻든가요.

[기자]

어제 감액심사 마지막 날이였고요. 제가 취재진 대표로 들어가 볼 수 있었는데요.

다음주부터 진행되는 증액심사는 전면 비공개로 진행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안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전혀 알수가 없게되죠. (기자도 못들어간다는 이야기죠?) 네, 그렇습니다. 장소와 시간이 모두 비공개로 진행이 됩니다.

때문에 말씀하신 것처럼 쪽지예산, 그리고 요즘은 카톡 사용이 많아 카톡 예산이라는 말까지 등장을 했고요.

호텔방을 잡아서 몇명의 의원들이 밀실심사를 한다라고 해서 호텔 예산, 밀실예산이라는 우스갯 소리까지 등장했습니다.

[앵커]

우스갯 소리라고 하지만, 수십조원이 왔다갔다하는일 아니겠습니까? 회의 들어가보니까 회의는 어떤식으로 진행됩니까.

[기자]

네, 일단 이해를 돕기 위해 예산안 소위 안의 모습을 그래픽으로 정리해봤는데요.

좁은 회의실에 길다란 테이블을 놓여있고, 여당과 야당의 의원이 마주보고 있습니다.

왼쪽 끝편에 보시면 해당 부처의 차관과 기조실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앉아있고요.

그림에는 없지만 저 출입문 바로 앞에는 질문의 대답을 돕기위해서 관계 부처의 실무 관계자들이 우르르 서있기도 합니다.

[앵커]

언뜻봐도 좁아보이는데, 여기서 수십조원이 왔다갔다 하는 곳인데, 일정도 촉박하고 한데 심사는 제대로 되고 있습니까?

[기자]

네, 해당 부처의 관계자가 해명을 명확하게 하지 못하는데도 '열심히 하겠다' 이런 대답만 하면서 어물쩍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소위 의원들도 예산의 적절성을 따지기 보다는 명분싸움에 치중하는 그런 모습도 보였는데요.

어제 외교부 예산 심사가 있었습니다. 이때 코이카의 해외 새마을운동 사업의 예산을 삭감하자는 의견이 있었거든요. 이 사업의 예산 50% 삭감, 240억원 이라는 굉장히 큰 돈인데, 이 예산을 삭감하는데도 내용이 아닌 '새마을운동'이라는 이름을 두고 문제삼아서, 여야 의원들 간의 언쟁이 벌어졌습니다.

[앵커]

'새마을운동'사업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 어떤 논쟁인가요.

[기자]

일단 "이름이 언제붙여졌냐" 하니까 관계자가 "2013년부터 붙여졌다"라고 대답하니 아무래도 정치적인 해석이 들어갈수가 있거든요.

[앵커]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다 이런 이야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러다보니 야당 측에서는 "이름이 언제 왜 붙여졌냐?"고 질문을 했고, 그러자 여당에서는 "왜이렇게 야당은 '새'라는 글자를 싫어하냐. 새누리 새마을 글자만 들어가면 항상 딴지를 건다"고 답을 합니다.

이에 야당이 "그게 아니다, 다른 부처와 중복된 사업이다"라고 반박하니까 "좋은 의견을 알겠지만 원안대로 가시죠" 이렇게 약간 어물쩍 넘어가려고 했었거든요.

[앵커]

신기자 이야기만 들어보면 계속 다 어물쩍 넘어가는 분위기인데, 내년 총선이 4개월여 남지 않았습니까? 국회의원들은 자기 지역구에 "내가 이런걸 챙겨왔습니다" 라고 가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할것이고, 그렇다보면 민원성 예산 요구가 많을텐데 어떻습니까?

[기자]

네, 어제같은 경우는 감액심사였기 때문에 챙겨오는 것도 있었지만, 싫은 것을 빼버리는 이런 것도 있었거든요.

기재부에서 부산지역에 소년원을 건설하기 위한 예산을 요청했는데요. 해당 지역구 의원이 30억 예산 전액을 삭감해달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같은 당 소속 여당 소위 의원이 이 의원의 민원을 언급하면서 "이거 예산들어오면 이 의원 힘들어진다. 내년 이후로 집행을 미뤄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님비성 민원을 서로 상부상조하는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앵커]

지금은 그나마 기자가 들어가서 보고있기 때문에 덜할텐데, 왜 비공개로 하는지 알만한 대목인데 계속해서 전해주시죠.

[기자]

네, 이런 이해관계가 달려있기때문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고, 또 이런 케이스 뿐만 아니라 진형싸움을 하면서도 고성이 오갔습니다.

어제 가장 핫했던 이슈중 하나는 세월호 특조위 관련 문건이 이슈인데요. 청와대로 불똥이 튀지 않도록 대응 방안을 담은 문건인데요.

야당측에서는 해수부 차관에게 "문건을 가져오지 않으면 심사를 하지 않겠다" 이렇게 나섰습니다. 그러면서 차관에게 "차관 자격이 있는거냐" "모욕적인 언사를 하고 싶지만 참고있다" 이런 식의 이야기까지 나오니까, 여당에서는 "자꾸 정쟁화 하지 마라. 예산심사니까 숫자 이야기만 하자"고 대답을 했고, 다시 야당에서는 "숫자이야기만 할꺼면 국회의원이 세무사도 아닌데 왜 우리가 이걸 하고 있는냐" 이런 식의 고성도 오갔습니다.

[앵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그나마 기자가 있어서 이정도지 다음주부터가 걱정이네요. 신혜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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