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찬의 軍] 연평도 포격도발 5주년..남북 대치 '현재진행형'

박수찬 2015. 11. 2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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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훈련중인 K-9 자주포.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34분. 이 시각은 50여년 동안 계속되던 남북 대치를 한층 격화시킨 시기로 역사에 기록됐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의 연평도를 불바다로 만든 ‘연평도 포격 도발’. 북한군은 연평도 맞은편 개머리 진지의 122mm 방사포와 무도의 76mm 해안포로 연평도 해병대 기지와 민가에 포탄을 발사했다. 

이 포격으로 해병대 장병 2명이 전사하고 민간인 2명이 희생됐다. 북한군 역시 해병대의 K-9 자주포 사격을 받아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의 포격 도발이 일어난지 5년이 지난 지금, 남북관계는 8.25 합의를 기반으로 당국회담 실무접촉을 준비하는 등 ‘해빙 무드’를 맞고 있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북한의 도발 수위가 급격히 올라간 것을 감안하면 남북관계는 아직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北, NLL·서부전선에서 도발 반복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은 6.25 이후 처음으로 남한 영토에 포사격을 가한 사건으로 천안함 폭침과 더불어 남북 대치국면을 결정적으로 바꿔놓았다. NLL에서의 해상 교전에 국한됐던 도발이 수도권에 인접한 서부전선으로 확대되면서 남북 긴장을 격화시켰다.

특히 김정은 체제가 출범하면서 ‘도발을 통한 대남 압박’은 강도를 한층 더해갔다.

2014년 2월 27일 강원도 인근 해안에서 동해안으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한 북한은  3월 31일 서해 NLL 인근에 7개 해상사격구역을 선정하고 500여발의 포탄을 발사했다.

같은해 3월 24일에는 경기도 파주 일대에서 북한 무인정찰기 1대가 추락한 채 발견되면서 영공 침범 사실이 드러났다. 이 무인기는 백령도와 강원 삼척에서도 발견돼 ‘무인기 정국’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6월 19일에는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군이 설치한 귀순자 유도벨을 북한군이 절취한 사건이 발생했다.

7월 9일과 13일에는 황해남도 평산과 개성에서 단거리 미사일 4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2014년 10월에는 남북한 군이 총격을 주고받았다. 10일 경기도 연천 일대에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풍선에 북한군이 14.5mm 고사총을 발사해 일부가 우리 측에 떨어졌다. 19일에는 경기도 파주 DMZ에서 우리측의 경고사격에 정찰중이던 북한군이 2발을 발사하며 대응했다.

북한군의 240mm 방사포. 사진=노동신문

올해 들어서는 지뢰와 포격으로 도발을 감행했다. 지난 8월 4일 서부전선 육군 1사단 DMZ에서는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가 폭발해 수색팀 2명이 부상을 당했다.

20일 오후에는 경기도 연천군 중면 일대 육군 28사단 지역에 두 차례에 걸쳐 포격을 가했다. 이에 우리 군이 북한의 ‘도발 원점’으로 추정되는 곳에 155mm 자주포탄 수십여발을 발사하면서 2010년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5년만에 남북간 포격전이 벌어졌다.

8.25 합의로 남북 무력 대치 국면은 해소됐지만 북한은 서북도서 인근 NLL 북방의 갈도와 아리도에 군사시설을 신축하며 전력 보강을 지속하고 있어 군사적 긴장은 여전한 상황이다.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사거리가 1만km로 추정되는 KN-08 개량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KN-09 300mm 방사포는 대미·대남 압박용 도발을 지속하겠다는 의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상시적인 국지도발·대화로 주도권 확보 노려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은 국지도발의 횟수와 강도를 끌어올려 우리측을 압박하면서 ‘남북간 대화’와 ‘평화협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정략으로 해석된다.

과거 남북은 ‘7일 안에 남한 지역을 점령한다’ ‘남침 시 북진 통일’ 등 전면전을 상정한 전략에 집중했다. 북한군 전력 절반 이상이 평양-원산 이남에, 우리 군이 휴전선 일대에 지상군 주력을 집중배치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세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단행하면서 국지도발 횟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핵무기를 갖고 있으니 미국은 침공하지 못하며, 따라서 전면전 위협도 없다’는 판단하에 남측을 상대로 ‘상시적인 국지도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75mm `주체포`를 발사하는 북한 포병. 사진=노동신문

일반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는 전면전 위협이 줄어드는 대신 주변국과의 분쟁이 증가하는 특성을 보인다. 인도-파키스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이스라엘-시리아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북한 역시 핵실험으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도발과 대화를 반복할 것으로 보여 장기적인 안목에서 남북관계를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내년 5월 조선노동당 제7차 당 대회를 앞두고 대외관계 개선과 한반도 상황을 주도할 필요를 느낄 시점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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