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료진 물대포 공격은 죄악" 의대생 대자보 화제

구자윤 2015. 11. 2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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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의과대학 학생이 쓴 대자보가 21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대자보는 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집회 당시 경찰이 다친 시위자를 옮기던 구급차를 향해 물대포를 쏜 것과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의사들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이과대학 11학번 고은산 씨는 “의협·대전협·의대협(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을 비롯한 모든 의사 선배님들께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썼다.

고 씨는 먼저 당시 집회에서 목격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11월 14일 저는 서울 광화문 집회에서 끔찍한 광경을 봤다. 시위를 하던 한 청년이 넘어져 팔이 부러져서 고통을 호소했고 주변 사람의 신고로 도착한 구급차는 들것에 실린 환자를 싣기 위해 뒷문을 열었다. 그 때였다. 경찰은 호송되고 있는 환자와 열려 있는 구급차 뒷문 안을 향해 최루액이 담긴 강한 수압의 물대포를 직사로 쏘았다. 물대포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었고 직사는 1분여가량 지속됐다. 경찰이 구급차를 조준해 사격한 것이다. 해당 환자는 현재 뼈 뿐만이 아니라 인대까지 끊어져 수술 중이다."

고 씨는 "사실 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집회 현장은 항상 의료의 사각지대였다"고 하면서도 "경찰이 현장에서의 구호 활동을 방해한 것 뿐만 아니라 이를 공격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저는 시위대의 위법 여부도 경찰의 과잉 진압 여부도 논하지 않겠다. 의료진은 치료를 요하는 환자가 그 어떤 사람이라도 최선을 다해 의술을 펼쳐야 하며 이는 히포크라테스 선서 전문에도 명시돼 있다“며 ”그가 어떤 사상과 종교를 가졌는지, 혹은 그가 악인인지 선한 사람인지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렇기에 수많은 의료인들께서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전쟁의 포화 속으로 달려갔고 그렇게 사람을 살리며 죽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 합의를 깨고 들것에 실린 환자와 이를 호송하고 치료하는 의료인을 공격하는 것은 전쟁터에서도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이다. 장소가 어디고 상황이 어떤지와는 관계없이 무방비의 환자와 의료인을 공격하는 것은 인류가 이뤄온 합의와 생명의 무게를 짓밟는 죄악“이라며 ”이를 좌시한다면 앞으로 어떤 의사가 마음 놓고 환자를 진료할 수 있으며 어떤 의료인이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양심과 대의에 몸을 맡길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더 나아가 "의료의 윤리와 양심과 긍지와 역사가 짓밟힌 사건이 일어난지 일주일이 되어가는 동안 의협, 대전협, 의대협 등 의사들은 어떠한 논평이나 보도자료 하나 내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 의사의 참모습인가?“라고 지적한 뒤 ”환자와 의료인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국가가 맨 앞에서 이를 자행할 때 침묵한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나“라고 따져 물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국의 모든 선배 의사 선생님들, 의대생 학우분들 고객을 숙여 부끄러워하자. 그리고 고개를 들어 의료의 존엄을 위해 행동하자”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 경찰당국, 의협, 의대협에 목소리를 높여달라. 아울러 집회현장 내에서 경찰과 시위대를 포함한 모두가 신속하고 알맞은 응급의료 지원체계를 마련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데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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