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씨 쓰러뜨린 '물대포', 가라데 선수 '펀치' 정면서 맞은 수준

2015. 11. 2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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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뉴스AS]
백씨가 맞은 ‘물대포’ 위력,
직접 시뮬레이션 해보니…

지난 14일 광화문 민중총궐기대회에서 물대포를 맞고 뇌출혈로 쓰러진 백남기(69)씨가 일주일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족과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백씨는 식물인간 상태가 되거나 깨어나더라도 평생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도대체 어느 정도 충격을 받았기에 이처럼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까요?

경찰은 17일 기자들을 불러 살수차 시연회를 열었습니다. 경찰이 바닥에 물대포를 쏘자 물보라가 어른 무릎 높이까지 튀어올랐습니다. 기자들은 마네킹을 세워놓고 시연하자고 제안했지만 거절했습니다. 기자가 맞아보겠다는 제안도 거부했습니다.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마네킹·기자 시연’ 요청 거절 등 논란 이어지자 전문가가 나서

“방송사에서 소방호스를 이용해 사람에게 쏴 보기도 하고, 류현진이 던진 공으로 추정하기도 하고 하더라. 근데 저는 엔지니어(공학자)다. 제가 실제 힘의 크기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 위험도를 측정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전산유체역학(CFD) 전문가가 나섰습니다. 전산유체역학은 동적인 움직임을 컴퓨터를 이용해 수치로 해석해 내는 것입니다. 어렵습니다. 항공, 선박, 자동차 등의 바람에 의한 저항 등을 계산할 때 쓰인다고 합니다. 14년 동안 이 분야에서 일해왔다는 ㄱ씨가 각종 수치를 컴퓨터에 입력해 백씨가 받았을 충격을 계산해 냈습니다.

ㄱ씨는 경찰의 살수차 시연 때 언론에 보도된 정보를 이용해 시뮬레이션을 시작했습니다. 시위대의 키, 크레인의 높이, 물대포를 쏘는 붐대의 높이 등을 고려해 물대포의 높이를 7.5m, 살수 각도는 45도로 가정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물대포에서 시위대까지 거리는 10m 남짓입니다. 경찰이 밝힌 물의 압력은 15바(bar). 물대포 구멍의 크기는 45㎜. 유속을 계산해보니 54㎧가 나옵니다.

시위대는 키 170㎝, 어깨폭 60㎝, 가슴두께 30㎝의 타원형 기둥으로 설정됐습니다. 노즐의 위치, 발사각도, 유속 등을 입력해 시뮬레이션을 돌렸습니다. 얼마의 압력값이 나왔을까요? 사람을 넘어지게 하는 힘인 ‘토크값’이 363㎏f-m(킬로그램미터)로 나왔습니다.

토크값=363㎏f-m. 감이 안 오시죠? 2000㏄ 가솔린 엔진 소나타의 최대토크가 20.5㎏f-m/4800rpm입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가장 큰 트럭인 27톤 덤프트럭(12700㏄)의 최대토크는 265㎏f입니다. 자동차에서 토크란 쉽게 말해 바퀴를 돌리는 힘입니다. 토크가 발생할 때 1분 동안 엔진이 도는 회전수의 단위가 rpm입니다. 2000㏄ 소나타의 바퀴를 굴리는 최대힘이 20.5㎏f-m이며 이때 엔진이 1분 동안 4800번 바퀴를 돌린다는 얘기입니다.

그럼 다시 물대포의 토크를 얘기해보겠습니다. ㄱ씨의 시뮬레이션 결과 백씨가 받았을 토크값은 363㎏f-m입니다. 이는 최대토크가 20.5㎏f-m인 2000cc 소나타 17대의 엔진을 동시에 돌려야 얻을 수 있는 힘입니다. 27톤이라는 쉽게 상상하기 힘든 무게를 싣고 움직이는 덤프트럭의 바퀴를 굴리는 힘(265㎏f-m)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을 받았다는 얘기입니다.

‘뇌손상’ 일으킬 수치 계산돼…집회 참가자들 “실험보다 세고 가까웠다”

‘피부에 닿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쿵푸선수의 펀치력이 220㎏f입니다. 가라데 선수의 펀치력은 370㎏f이고, 태권도의 펀치력은 415㎏f입니다. 가라데 선수의 펀치를 정면에서 맞는 수준입니다. 이는 뇌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수치입니다. [베이징올림픽 복싱대표팀] 펀치 위력은? ( ▶ 바로가기 )

물론 이 값은 10m 거리에서 3000rpm으로 물을 쐈을 때 측정값입니다. 경찰은 백씨에게 20m거리에서 2800rpm정도를 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경찰의 물대포 시연과 집회 당일 물대포를 본 누리꾼, 언론들은 당시 물대포의 압력과 거리가 경찰 주장보다 더 세고 가까웠다고 말합니다.

경찰은 백씨가 쓰러진 뒤에도 누워있는 백씨에게 20초 가량 물대포를 쐈습니다. 저 압력을 20초 가량 몸으로 맞은 겁니다. ㄱ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10% 내외의 오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저걸 국민에게 쏘는 건 죽으라는 이야기”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살수차 납품업체에 근무한 적이 있다는 직원이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사람에 대고 조준사격한다는 것은 사람을 죽이려고 작정한 것이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두 전문가의 의견이 일치하네요.

정부는 쓰러진 백씨에 대해 아직까지 한마디의 유감 표명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폭력 시위자들을 색출하기 위해 혈안입니다. 폭력 집회 근절도 중요하겠지만, 시민을 향해 쏘는 ‘살인 무기’에 대한 통제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거 아닐까요?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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