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내린 종묘..숨이 멎을 뻔 했죠"
세계적인 건축가 프랑크 게리는 20년 전 한국을 방문하고는 깜짝 놀랐다. 서울 종로에 있는 종묘를 둘러보고 감탄에 감탄을 한 것이다. 장엄하면서도 심플한 건축물에 감동한 나머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소나무 작가'로 유명한 배병우(65)는 1990년대부터 종묘를 렌즈에 담기 시작했다. 종묘는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한국의 아름다운 건축물 1번 하면 어떤 건축가도 종묘를 먼저 꼽지요. 건물 뒤로 가보면 100m 길이에 까만 벽돌만 있는데 아무런 장식도 없어요. 이렇게 미니멀한 건물 보셨나요."
배병우가 찍은 종묘 사진 여러 장이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리는 기획전 '한국건축예찬-땅의 깨달음'전에 나온다. 옛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야심 찬 기획전의 백미라 할 만하다. 배병우는 1998년 삼성문화재단에서 발간한 '종묘' 사진집에 참여했으며 이번 전시를 위해 최근 1년간 추가 작업을 통해 종묘가 지닌 건축미와 정신을 형상화했다. 적당한 눈이 내린 종묘의 정전과 음영이 짙게 드리워진 영녕전, 정전의 동쪽 퇴칸이 종묘의 엄숙하면서도 숭고한 아름다움을 묵직하게 전한다.
이번 전시는 삼성문화재단 창립 50주년 기념으로 이준 리움 부관장이 기획했다. 종묘뿐 아니라 창덕궁, 해인사, 불국사, 통도사, 선암사, 수원 화성, 도산서원, 소쇄원, 양동마을 등 10곳의 건축물을 큼지막한 사진으로 접할 수 있다. 배병우는 이 가운데 종묘, 창덕궁, 선암사 세 곳을 작업한 작품을 선보인다. 주명덕(75)은 해인사와 양동마을을, 구본창(62)은 통도사와 소쇄원을, 김재경(57)은 수원 화성을, 서헌강(46)은 불국사를, 김도균(42)은 도산서원을 렌즈에 각각 담았다. 감독 박종우(57)는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종묘와 창덕궁이라는 한국의 대표 건물을 담당한 배병우는 "어느 나라든지 그 땅에 맞는 건축물이 있다. 종묘와 창덕궁이 화려함과 정교함, 크기에서는 중국이나 유럽의 유명 건물에 미치지 못하겠으나 자연을 담는 철학과 비례, 자연스러움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꿀리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배병우는 수년 전 스페인 알함브라 궁전과 최근 프랑스 고성(古城)인 샹보르성을 촬영해 전시를 열었다. "창덕궁은 1970년대부터 찍기 시작했어요. 경복궁은 늘 복원 중이어서 작업하기가 여의치 않았지요. 창덕궁은 제2의 궁으로 아기자기한 멋이 있어요." 동서양 유명 건축물을 접하며 우리 것의 가치에 눈을 뜬 그는 "큰 것은 위대하지만 작은 것은 아름답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땅엔 나무가 많고, 이를 이용한 건축물이 많지요. 그 자체로 자연에 순응하는 것입니다. 땅의 조건을 이해하고 그것에 맞게 최적의 건축물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죠. 우리 건축의 아름다움은 무엇보다 자연스러움에 있어요."
그는 석굴암에 대한 예찬도 잊지 않았다. "동양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각이 석굴암이에요. 여성도 남성도 아니고, 배가 나왔는데도 아름답지요. 서양에서 말하는 물리적인 황금비례가 아니라 정신적인 것, 영겁의 느낌에서 아름다움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전시는 19일부터 내년 2월 6일까지. (02)2014-6901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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