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 의경 출신입니다" 광화문 집회 페이스북에 남긴 글.. 페북지기 초이스

김상기 기자 2015. 11. 1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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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경 출신 남성이 광화문 집회를 접한 뒤 남긴 페이스북글이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일부 시위대가 폭력적인 행동을 한 잘못은 있겠지만 10만명 이상이나 되는 시민들이 왜 거리로 나섰는지부터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내용입니다. 18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글은 이모씨가 광화문 집회가 일어난 다음날인 지난 15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것입니다.

그는 여러 시위 현장을 다니면서 느낀 점을 토대로 이번 광화문 집회를 바라봤습니다.

“난 의경 출신이다. 자대에서 처음 겪은 시위는 광우병 촛불시위였고 평택 쌍용자동차, 화물노조 파업 등을 거쳤다. 2009년 대전 법동에서 있었던 시위가 가장 인상에 남았다. 죽창이 날아드는 경험을 하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아마 시위 전 자살한 노조원이 있어서 시위가 격화된 모양이라 이해가 됐다. 나도 동지가 그리 되었다면 그렇게 되었겠지.”

이씨는 당시 법동 시위에는 만명이 참여해 시위대 모습도 각양각색이었다고 했습니다. 의경을 보호하는 아저씨들도 있었고 죽창을 내리치며 욕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하네요. 시위대끼리 다투기도 했답니다. 그는 만명이 모인 시위도 이러니 10만명이 모인 시위는 필연적으로 다양한 모습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즉 어마어마한 군중이 있으니 다양한 모습이 있었을 테고 이 때문에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느끼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순간을 포착한 몇 장의 사진, 짧은 동영상, 알량한 법규정을 들이대며 ‘평화적으로 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내가 보기엔 그건 팩트가 아니다. 취사선택된 것만 있을 뿐. 시위가 던지려는 메시지보다 방식과 외연에만 천착한다.”

그는 시위대의 특정 방식을 문제 삼지 말고 10만명 이상이나 되는 시위대가 왜 모였는지부터 알아야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습니다.

“시위의 요구는 다양했지만 기본적으로 국정교과서 이슈와 노동개혁에 대한 문제가 큰 줄기를 차지한다. 이 메시지는 간단명료하다. ‘니네 마음대로 하지 말고 우리 얘기 좀 하자’는 것이다. 그 메시지를 이해하고 고민해야지 10만명 중 일부가 보인 모습에 천착하는 건 사람을 제품으로 보는 듯해 불편하다.”

이씨는 아울러 “10만명이 자발적으로 모인 것 자체가 자유의 상징”이라면서 “그런 현장에 차벽을 치고 물대포를 직격으로 쏘다니. 시위대가 먼저 폭력을 행사했다고 비난해선 안 된다. 군중 머릿수만큼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데 그 목소리를 한올한올 따다 종북이네 빨갱이네 하는 건 새치 한 가닥 있다고 넌 흰머리가 되었다고 하는 거랑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끝으로 “헌법에서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집회결사는 약자가 강자에게 대항하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그 마저 강자들이 만든 법규의 테두리 안에서만 행해져야 한다면 우린 이걸 자유라고 부를 수 있는가”라며 “소통 없이 자의적으로 해석한 자유라는 옷을 입히고 넌 자유롭다고 말하는 건 오만하고 불쾌하다. 난 어제(시위 당일) 그 시간에 놀고 있었다. 스스로가 너무 부끄럽다”고 적었습니다.

이 글은 인터넷에서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게시 만 이틀만에 3750여건의 좋아요와 1006건의 공유를 얻었습니다. 댓글도 360여개나 되네요.

네티즌들은 대체로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사고가 경직된 우리 정치인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네요”라며 호응했습니다. 물론 반대 의견도 꽤 있습니다. 아무리 자유가 좋다지만 폭력까지 미화해선 안 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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