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시선] '소라넷'은 범죄다
그동안 불법, 유해 정보를 차단하는 경고사이트 뒤에 숨어 있던 ‘소라넷’이 최근 신문 지면에까지 등장했다. 커뮤니티 청원 사이트 아바즈에서 지난 9월9일 10만명을 목표로 ‘불법 성인사이트 소라넷 폐쇄와 관련자 전원의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시작되었고, 11월15일 현재 6만5000명을 넘어섰다. 많은 사람이 동참하게 된 것은 소라넷의 불법 범죄행위를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이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라넷, 아니 좀 더 확대해 보면 우리나라 인터넷에는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고 성관계 장면이나 은밀한 신체 부위를 촬영해 공유하는 자료가 넘친다. 구글에서 무슨 단어를 검색하건, 심지어 의미 없는 자음이나 모음을 눌러도 그 자료들이 화면에 등장한다. 희한한 건 우리나라가 인도네시아나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그리고 중국과 북한 등과 함께 포르노가 금지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라는 거다. 불법인데, 모두 불법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쉽게 소비할 수 있다.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커뮤니티 사이트와 개인 블로그, 심지어 친목 카페의 게시판에는 소라넷에서 생산된 도찰 이미지가 게시된다. P2P 사이트나 웹하드에서 내려받은 야동에 포함된 오래 묵은 몰래카메라 영상들은 어떤가? 우리는 소라넷 이용자건 아니건 범죄의 결과물, 즉 장물들을 소비한 것이다. 내 하드가 한 점 부끄럼 없다고 말할 사람이 도대체 어디 있을까? 그래서 소라넷에서 벌어지는 범죄행위는 내 일이다. 골뱅이라는 단어가 음식이 아니라 다른 의미가 있다는 걸 알아버린 이상, 함께 부끄러워하고 분노해야 한다. ‘소라넷 하니’라는 멘션에 분노하는 건, 방향이 잘못되었다. 남성과 여성의 대결로 몰아가는 건 더 유치하다. 그건 초등학교 저학년 때 끝내야 할 사고방식이다. 거기는 더러운 곳이다, 고 외면하는 것도 비겁하다.
소라넷을 없애라고 청원하는 일, 아니 처벌하는 일은 진작 시작되어야 했다. 해외에 서버가 있다고 두 손을 놓고 있을 게 아니라, 국내에서 벌어지는 분명한 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단속이 아니라 차단으로 대응했다. 흔히 말하는 생색만 내고 있는 동안 소라넷은 트위터 계정으로 매번 새로운 길을 안내했다. 소라넷에서 공유되는 범죄는 오늘, 여기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이며 우리의 일이다. 소라넷에서 당하는 여성 대상의 범죄는 단지 여성들만이 피해자가 아니라 남성인 ‘나’도 피해자라는 걸 인지해야 한다. 소라넷 폐지 청원, 소라넷 하니 같은 운동은 여성 중심의 자경단 운동이다. 이렇게 끝나면 상처만 남는다. 구체적으로 국가의 의지가 필요하다. 여성가족부도 있는 나라에서 이게 뭔가? 게임 셧다운제 같은 거 말고, 진짜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범죄자를 잡고, 처벌하면 될 일이다. 그리고 포르노 합법화나 다양한 성적취향을 지닌 성인들을 위한 합법적 공간에 대한 논의를 하자. 그게 순서다.
<박인하 |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만화평론가>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민의힘 김민전 “김건희에 김혜경·김정숙까지 ‘3김 여사 특검’ 역제안하자”
- 술 취한 20대 BMW 운전자, 인천공항서 호텔 셔틀버스 ‘쾅’
- 한예슬, ♥10살 연하와 결혼···“5월의 신부 된다”
- TV 1대 가격이 무려 1억8000만원···삼성전자, 국내 최대 114형 마이크로LED TV 출시
- 아이가 실수로 깨트린 2000만원 도자기, 쿨하게 넘어간 중국 박물관
- 인감증명서 도입 110년 만에…9월30일부터 일부 온라인 발급 가능해져
- ‘유시민 누나’ 유시춘 EBS 이사장 사무실 압수수색
- 김신영 날린 ‘전국노래자랑’ 한달 성적은…남희석의 마이크가 무겁다
- 국가주석에 국회의장까지 권력 빅4 중 2명 숙청···격랑의 베트남 정치
- 수능 6등급도 교대 합격···상위권 문과생들 “교사 안 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