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명 몰린 '박정희 탄생 98주년' 구미 가보니

신헌철,추동훈,유준호 2015. 11. 1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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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사람을" 후보 20명 眞朴경쟁지역경제 악화에도 朴風 여전..개헌엔 찬반"초선들 뽑아봤자.." TK물갈이엔 신중론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대구·경북(TK) 지역이 물갈이론에 휩싸인 가운데 지난 14일 친박의 '성지(聖地)' 경북 구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98주년 탄신제'가 열렸다.

박 전 대통령 생가 일대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궂은 날씨에도 각급 기관·단체와 지역 주민, 후보 등 20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자원봉사에 나선 '박사모' '박대모' '박해모' 등 친박 단체들도 북적였다. '박정희 소나무'에 막걸리 98ℓ를 붓거나 '박정희 대통령 등굣길 걷기 체험'을 하는 등 이색적인 부대행사도 열렸다. '박풍(朴風)'은 여전히 뜨거웠지만 지역경제가 어려운 탓에 여론은 뒤숭숭했다. 택시기사 김정문 씨(64)는 "김천은 혁신공단도 있고 KTX역도 있는데 구미는 다 죽었다"며 "여기도 박 대통령 사람들이 들어와야 나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 "국회 안 가고 놀았던 '심학봉' 더 이상 안돼"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열성적 지지는 여전했다. 한 자원봉사자는 "대통령을 나무에 올라가게 해놓고 밑에서 흔들면 안 된다"면서 "TK 민심은 결국 박 대통령을 따라가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태환 의원도 축사에서 "우리 모두 힘을 모아 박근혜정부를 성공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미 출마를 결심한 한 후보는 "어느 국회의원은 국회에 안 가고 놀다가 심 봉사가 되지 않았느냐"며 진박(眞朴)인 자신은 다를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성난 민심과 달리 TK 물갈이론에 대해서는 신중론도 있었다. 곽 모씨(박사모 회원)는 "19대 총선에서 초선들이 많이 들어오는 바람에 지역구를 제대로 못 챙겼다"며 "대통령을 잘 모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TK 물갈이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 일각에서 제기된 개헌론에 대한 반응도 엇갈렸다. 대구에 사는 김현란 씨(57)는 "내용은 잘 모르지만 박 대통령에게 도움이 된다면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학생 정 모씨는 "정치인들이 정쟁 도구로 쓰는 것이지 일반 국민에겐 무의미한 얘기"라며 "대구라고 해서 다를 게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친박계 홍문종 의원발(發)로 불거진 개헌론과 관련해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14일 박 대통령 배웅을 위해 서울공항에 나온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만나 "청와대와는 무관하다. 지금 시점에 무슨 개헌이냐"며 교감설을 적극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정두언 "장관·靑 참모, TK 출마는 부귀영화 위한 것"

총선을 앞둔 구미는 벌써 뜨거운 레이스가 시작됐지만 지역 특성상 온통 친박계 후보들이다. 심학봉 전 의원이 사퇴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구미갑에는 3선을 지낸 김성조 전 의원, 백승주 전 국방부 차관, 이인선 경북 부지사 등 줄잡아 10여 명이 도전장을 낼 전망이다. 구미을은 친박계 원로이자 3선인 김태환 의원이 건재하다는 평가지만 이양호 농촌진흥청장, 허성우 국가디자인연구소 이사장, 이성춘 용인대 교수, 장석춘 전 한국노총 위원장 등 10여 명이 자천타천 물망에 오른다. 공천 경쟁률이 각각 10대1을 웃돌 전망이다. 경북 전체로 넓혀 봐도 역시 '박풍(朴風)'이 거셀 가능성이 높다. 선거구 재조정에 따라 의석 수가 14석에서 12석으로 줄어들 경우 지역 내 '박탈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비박계 현역 의원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도전자들의 박근혜 마케팅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당내에선 장관·청와대 참모 출신의 TK 출마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정두언 의원은 15일 "정부 고관으로 부귀영화를 누리던 사람들이 다시 국회의원으로 '임명'돼 부귀영화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라며 "수도권의 야당 현역의원들이 있는 지역에 출마하는 것이 '진실된 사람'의 정치"라고 비꼬았다.

[신헌철 기자 / 추동훈 기자 / 구미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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