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대책 요구하던 현대차 조합원 구속 논란

박석철 2015. 11. 1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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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측 "압무방해와 허위진단서" 고소 vs. 현대차노조 "노조활동에 재갈"

[오마이뉴스 박석철 기자]

 지난 7월 3일 사고가 일어난 현대차 1공장 11라인 16반 샤시엔진 데킹(DK-03) 공정
ⓒ 현대차노조 1공장 대의원, 울산저널
울산 현대차노조 조합원이 지난 13일 구속됐다. 지난 7월 3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철제 장비가 추락하자 안전대책을 요구하며 라인가동을 중단시킨 혐의 등이 이유이다.
이에 전국의 노동안전·시민사회단체가 "안전사고를 방치하고 재발방지와 대책수립을 요구한 정당한 노조활동에 재갈을 물리고자 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회사 측은 "다친 곳이 없는데도 업무를 방해하고 허위진단서를 끊도록 했다"며 해당 조합원을 경찰에 고소했고, 조사를 벌이던 경찰은 현대차노조 1공장 공동현장조직위원회 엄아무개 의장에 대해 12일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체포했다. 그리고 체포영장 발부 하루 만인 지난 13일, 구속영장도 발부되어 구속됐다.

사건의 발단은 100kg 철제장비 추락

사고는 지난 7월 3일 낮 12시 40분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의장 1부 11라인에서 발생했다. 용접 불량으로 사람의 키만 한 철재 장비가 작업자 옆에 추락했다. 장비 바로 맞은편에 앉아 있던 작업자가 급하게 몸을 피해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작업자는 퇴근 후 병원 치료를 받고 요추부 염좌 진단서를 끊었다.

사고 당시 이 소식을 들은 노조 대의원과 현대차 지부 안전실장은 이를 작업자 재해와 무관하게 안전사고로 규정하고 회사 측에 대책협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작업자가 곧바로 병원에 가지 않았다"며 이를 안전사고가 아닌 장비고장 사고로 규정했다. 라인을 가동하려는 회사 측과 대책협의 후 라인가동을 요구하는 노동자들 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고 라인가동이 중단됐다.

회사 측과 1공장 노동자들의 대치로 라인은 중단됐다. 지난 7월 15일 양측은 '안전사고-장비고장 사고에 대한 해석과 판단은 현대차 지부와 회사가 협의를 통해 정리하도록 요청한다', '용접 고장에 대해서는 재발 방지 및 안전조치를 실시한다', '라인중단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 및 징계는 최소화한다', '무노동 무임금에 대해서는 손실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사고 대책 합의서를 작성하고 라인이 재가동됐다.

하지만 이후 회사 측은 엄아무개 의장과 일부 노동자들을 업무방해와 허위진단서 작성 등으로 고소했다. 경찰과 검찰은 "작업자가 병원에 가기 전 엄 의장이 휴대전화로 연락해 상해를 입지 않았음에도 상해를 입은 것처럼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허위 진단서를 발부받아 회사에 제출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결국 구속에 이르렀다.

특히 검찰은 구속영장 신청에 "장비고장 사고 작업자에게 허위 진단서 발부를 지시하고 생산라인을 정지시켜 1062억4600만 원 상당의 생산손실을 입히는 등 업무를 방해했다"고 했다. 엄 의장과 함께 노조 간부 등 5명이 불구속 입건된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재판 결과에 따라 큰 파장이 올 것으로 보는 이유다.

현대차노조 조합원인 엄아무개 의장은 지난해 업무방해 혐의로 해고돼 현재 해고무효 소송을 진행 중이며, 당시 외부에서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현장으로 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시민단체 "안전사고를 안전사고라 못 부르고 입 다물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일과 건강, 건강한노동세상, 노동건강연대, 광주노동보건연대, 삼성노동인권지킴이,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대구산업보건연구회,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다산인권센터, 이윤보다인간을, 인권교육 온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인권운동공간 활,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 인천인권영화제, 광주인권운동센터, 국제민주연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운동사랑방,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유엔인권정책센터 등은 14일 성명을 내고 현대차 회사 측과 경찰 검찰을 규탄하고 나섰다.

이들은 "당시 급히 몸을 피한 덕에 재해는 경미한 정도에서 그쳤지만 추락하는 장비에 깔리지 않은 탓에 재해자는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며 "사고 당시부터 사측은 안전사고를 부정하고 사건을 장비고장 사고로 축소하며 라인 재가동에만 신경을 곤두세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사람이 있던 장소에 철제 장비가 추락한 것으로, 넘어진 철제 장비를 붙잡는 과정에서 작업자가 상처를 입고 요추부 염좌라는 진단을 받았다"며 "그런데도 재해자가 바로 병원에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안전사고임을 부정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발방지와 대책 마련을 합의하기 전에는 라인을 가동할 수는 없다는 노동조합 대의원들과 활동가들에게 관리자를 동원해 물리적 행위를 가하고 라인 정지의 책임을 물어 징계와 고소·고발을 남발하더니, 결국 안전사고 투쟁에 앞장선 엄 의장을 구속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특히 산재 단체들은 "엄 현장위원이 다친 조합원에게 '혹시 모르니 병원 검사를 받으라'고 말한 것 등이 안전사고를 조작하고 업무를 방해한 행위라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며 "안전사고 조작자는 바로 회사 측이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7월 사고 후 4개월 동안 의장 1부 11라인 16반에서 일어난 재해사고만 4건이다"라면서 "이런데도 어떻게 안전사고를 조작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는가, 구속 영장 발부는 입 다물고 일하라는 현장통제"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또 "산업재해를 산업재해라고, 안전사고를 안전사고라 부를 수 있는 일터의 목소리를 통제하려 한다"며 "위험한 상황을 거부하고 자신의 안전을 위해 작업 라인을 멈출 수 있는 노동자의 권리인 작업중지권은커녕, 산재를 산재라 부를 수 있는 목소리인 현장의 힘마저 죽이려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라인에서 부상자가 생겼는데도 안전사고 아닌가"

민주노총 울산본부도 성명을 내고 "100kg이 넘는 철제 장비를 피하려다가 작업자가 상처를 입기까지 했음에도 회사 측은 이를 안전사고가 아닌 장비고장 사고로 주장했다"며 "원인 규명을 요구하며 라인 재가동을 막은 1공장 대의원과 조합원들에게 무노동 무임금 적용, 징계, 고소·고발을 남발하더니 결국은 안전사고 투쟁에 앞장선 활동가에게 어처구니없는 혐의까지 씌워 구속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철제장비가 추락한 곳에 사람이 있었고 작업자는 쓰러지는 장비를 잡으며 피하려다 허리를 다쳤다"며 "사람이 일하는 작업 라인에서 사고가 났고 부상자가 생겼는데도 안전사고가 아니라 한다, 팔이라도 잘려야만 안전사고인가, 목숨을 내놓아야 산업재해로 인정할 것인가"고 되물었다.

또한 "사고 발생 13일 만에 노사 사고대책 합의서가 작성되었으나 안전사고 여부에 대한 판단은 현대차 지부와 사측의 협의로 넘겼고, 그 결과 안전사고 투쟁을 한 1공장 대의원과 활동가들은 무노동 무임금, 징계, 고소·고발을 피할 수 없었다"며 "체포 영장 하루 만에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등 누가 보아도 기획수사와 기획탄압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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