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체중이 아니라 지방량이 문제다

조홍근 연세조홍근내과 원장 2015. 11. 1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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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건강이야기] 비만 역설?

비만이라는 정의가 체지방이 많은 것을 의미하는데, 같은 체중이라고 하더라도 근육이 많으면 그렇게 위험하지 않고 지방이 많으면 그만큼 더 위험합니다. 전편에서 말씀드린 대로 체질량지수는 어떤 사람이 지방이 더 많은지 적은지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없습니다. 우리 몸의 체지방을 재는 방법은 많습니다. MRI, CT, 초음파 등의 영상장비부터 요즘 많이 쓰이는 INBODY라는 검사장비까지 있습니다. 정확하기는 하지만 비싸고 방사선에 노출되기도 하고 아주 번거롭기까지 합니다. 싸고 간편하지만 재현성의 문제가 있는 검사법도 있습니다.

지방의 분포도 중요하다 - 상체비만 대 하체비만 전체 지방량도 중요하지만 지방의 분포도 중요합니다. 형태별로 비만을 분류할 때 배에 살이 많이 찐 상태를 상체비만이라고 하고, 허벅지와 엉덩이에 살이 많이 찐 상태를 하체비만이라고 합니다. 상체비만은 주로 내장비만입니다. 하체비만은 거의 피하지방이 많아진 결과입니다. 상체비만이 훨씬 위험합니다. 상체비만을 어떻게 알까요? 가장 간편한 방법은 그냥 허리둘레를 재는 것입니다. 허리둘레는 체지방과 비례하는데, 그 중에서 내장지방의 양과 비례합니다. 배꼽부위를 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남자는 허리둘레가 90㎝ 이상 되면 문제이고, 여자의 경우는 85㎝를 넘으면 좋지 않다고 합니다. 내장지방이 많은 비만이라고 해서 내장비만이라고 합니다. 이 방법이 체질량지수보다 훨씬 더 정확합니다.

왜 내장비만이 더 해로울까? - 내장지방 대 피하지방 지방에도 격이 있습니다. 모든 지방이 다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꼭 필요한 지방도 있습니다. 지금 오른손을 들어 왼쪽 팔뚝을 꼬집어 보세요. 이때 잡히는 지방은 피부 밑의 지방이라고 해서 피하지방이라고 합니다. 자 이제 다시 손을 배꼽 위의 배로 향해 보세요. 배를 깊이 쑥 눌러 보면 안에 물컹하고 흔들거리는 것이 있는데, 이 지방을 내장에 끼어 있는 지방이라고 해서 내장지방이라고 합니다. 내장지방은 많을수록 좋지 않습니다. 반면에 피하지방은 너무 적으면 좋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각자의 기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금 잠시 지방세포의 기능에 대해 알아보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지방세포 - 지킬박사와 하이드 지방세포는 우리 몸에서 세 가지의 기능을 합니다(그림 위). 첫째는 보온기능입니다. 피하지방의 기능인데 일종의 옷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외부의 차가운 기온으로부터 우리의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기능입니다. 추운 지방의 동물들 피하지방은 굉장히 두꺼운데 혹한으로부터 체온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냥 상식적인 기능이지만 최근에야 피하지방의 이런 기능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피하지방이 얇으면 추위에 장기가 노출되고 그걸 이겨내기 위해 몸에서 열을 내게 되는데, 이때 내장지방이 분해되면서 혈액에 해로운 물질을 방출하고 간은 영양분(글리코겐)을 저장하지 못하고 소진되게 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게 되면 고지혈증이나 당뇨병이 될 위험성이 매우 높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피하지방은 어느 정도 두꺼울수록 좋습니다.

둘째는 에너지 저장고로서의 기능입니다. 주로 내장지방에 해당되는 기능입니다. 이론적으로 사람이 굶어도 물만 있으면 약 50일은 버틴다고 합니다. 당분은 단식 2일 만에 다 없어지고, 그 다음부터는 몸에 저장되어 있는 지방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얻습니다. 처음에는 내장지방이 분해되고 그래도 안되면 마지막에 피하지방이 분해됩니다. 내장지방이 훨씬 분해가 잘되는데, 내장지방은 간과 아주 가까와서 간을 자극해 고혈당과 고지혈증을 유발하기 쉽습니다. 반대로 피하지방은 분해도 쉽게 안되고 간과 거리가 멀어 악영향이 덜합니다. 내장지방이 많으면 표류할 때는 유리하겠지만 칼로리 과잉의 현대사회에서는 몸에 필요 없는 에너지가 과잉 공급된다는 의미입니다. 그 결과는 당뇨병과 고지혈증입니다.

셋째는 염증반응입니다. 지방세포는 아무것도 안하는 기관이 아니라 아주 많은 물질을 핏속으로 방출하는 ‘분비기관’입니다. 그 중에서 건강에 아주 중요한 물질이 있는데, 그것은 염증물질과 혈압을 올리는 물질입니다. 특히 내장지방에서 많이 나오는데 동맥경화증과 고혈압을 유발합니다. 지방세포의 세 가지 기능이 조화롭고 온전할 때는 신체도 건강하지만 내장지방이 지나치게 많고 피하지방이 얇아지면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게 됩니다.

남녀는 비만의 모습이 다르다 남자는 대부분의 지방을 뱃살에 보관합니다. 설상가상으로 대부분이 피하지방이 아니라 내장지방입니다. 내장지방은 언제든지 조건만 맞으면 핏속으로 지방질과 염증물질을 방출합니다. 그 결과 당뇨병, 고혈압, 그리고 동맥경화증이 많이 발생합니다. 사과형 비만, 상체비만 또는 남성형 비만이라고 합니다(그림 가운데).

폐경기 전 여자는 여성호르몬의 작용으로 지방질이 엉덩이와 허벅지에 많이 보관됩니다. 그리고 그 지방은 폐경이 되기 전에는 거의 핏속으로 방출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자들, 특히 서양 여자들을 보면 엉덩이와 허벅지가 많이 나와 있습니다. 대신 허리는 잘록합니다. 이런 형태를 서양배형 비만, 하체비만 또는 여성형 비만이라고 합니다. 하체비만은 심혈관질환과 당뇨병에 해롭지 않습니다. 오히려 막아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같은 몸무게라면 상체비만이 훨씬 위험합니다. 체질량지수가 다 말해주지 못하는 점을 허리둘레가 말해줍니다.

그렇다면 여자와 남자의 상체비만 중 누가 더 위험할까요? 사람에 따라 많이 다르지만 폐경기 전 여자는 지방이 피하지방에 많이 쌓이고, 남자는 대부분 내장지방에 많이 쌓입니다. 폐경기 전의 여자와 남자가 같은 허리둘레라면 대체로 남자가 더 내장지방이 많습니다(그림 아래). 남자가 더 위험하겠죠.

폐경기 여자는 또 다르다

여성호르몬이 없어진 폐경기 여성의 경우는 또 다릅니다. 여성호르몬이 없어지면서 허벅지의 지방은 핏속으로 이동하기 시작하고 음식으로 들어오는 지방은 내장지방에 쌓이기 시작합니다. 허벅지는 가늘고 배는 볼록 나온 전형적인 남성의 내장비만과 닮아 갑니다. 그 결과 고지혈증, 당뇨병, 지방간 등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고지혈증의 비율이 폐경기 전에는 남자의 5분의 1도 되지 않다가 폐경 이후에는 남자를 따라잡습니다.

허리둘레가 같다고 할 때 서양인과 동양인 중 누가 더 나쁠까? 최근 들어 밝혀지고 있는 흥미로운 사실은 뱃살의 분포가 동양인과 서양인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허리 둘레가 같을 경우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내장지방이 더 많다고 합니다. 서양인은 허리 피하지방의 여력이 넉넉해서 음식으로 지방이 들어오면 일단 피하지방에 많이 저장할 수 있고, 그게 다 넘치면 내장지방에 저장됩니다. 그러나 동양인은 피하지방의 지방 저장 여력이 적어서 얼마 못 가 바로 내장지방에 쌓인다고 합니다. 서양인, 동양인, 남녀가 같은 허리둘레라면 아마도 동양인 남자가 가장 내장지방이 많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남성들입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몸무게와 키로 구한 체질량지수는 비만의 지표로 적합하지 않다. 체지방량과 지방의 분포에 대해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 중에서도 특히 해로운 지방이 있는데 그것은 내장지방이다. 허리둘레는 내장지방량을 알려주는 가장 간단하고 정확한 지표이다. 남자는 90㎝, 여자는 85㎝ 이상일 경우 위험하다.’

<조홍근 연세조홍근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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