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그룹' 향해 몰아치는 용퇴론.."투신해야" vs "생뚱맞아"

송영길·금태섭 등 당 안팎 희생 요구에 우상호 "명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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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안팎에서 학생운동권 출신 '86그룹(80년대 학번, 1960년대생)'을 둘러싼 '용퇴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당 혁신위원회의 '용퇴 명단'에서는 제외됐지만, 내년 총선승리를 위해 당의 대폭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당내 주요세력 중 하나로 상징되는 86그룹이 희생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는 요구다.

그러나 당사자인 86그룹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과거에 있었던 86그룹의 '희생의 역사'는 고려하지 않은 부당한 요구라는 것이다.

86그룹에 대한 용퇴론은 최근 해당 그룹을 대표하는 인사 중 한 명인 임종석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 출마를 시사하는 것을 계기로 부상했다.

당의 위기상황에서 86그룹이 눈에 띄는 역할을 하지 않는 가운데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이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줄 생각은 않고, 밥그릇만 챙기려한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여기에 또 다른 86그룹 인사인 송영길 전 인천시장이 천정배 무소속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서구을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86그룹 용퇴론'에 힘이 더해졌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선 묘한 차이가 감지된다.

임 부시장의 경우, 당내 86그룹 대표인사인 우상호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던 것으로 전해진 반면 송 전 시장은 당내 86그룹의 '투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송 전 시장의 경우엔 당 차원에서 '천정배 신당'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거론되는 것 아닌가 하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송 전 시장은 13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86의원들은 당을 위해 투신해야 한다"며 "사실 이번 총선보다도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해 마지막 열정을 다 모아 좋은 정부를 만드는 게 국민에 대한 보답"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도 86그룹에 속하지 않느냐는 시선을 의식한 듯 "내가 현역이라면 불출마 선언을 고민하겠는데, 주변에선 현역이 아닌데 불출마를 선언하는 건 뜬금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감동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놈들한테 한 번 기대를 걸어볼 수 있겠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총선을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때 '안철수의 입'으로 불렸던 금태섭 전 당 대변인 또한 지난 12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86그룹을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그는 "당의 중추를 이루는 분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분들이 먼저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당이 진정으로 변화한다는 생각을 국민들이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 관계자 또한 "86그룹은 당 안팎으로부터 대답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답이 없다"며 "이들은 답을 요구받을만 하고, 또 그 답을 할 의무가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우상호 의원과 오영식 최고위원 등 당내 대표적인 86그룹 인사들은 용퇴론에 대해 반박의 목소리를 냈다. 우 의원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부의장, 오 최고위원은 2기 의장 출신이다.

우 의원은 통화에서 "원로 선배들에게 용퇴를 요청하고, 젊은 사람들을 데려오자고 하는 건 봤어도 '허리를 빼자'는 얘긴 거의 나온 적이 없다"며 "게다가 '무엇을 잘못했으니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게 아니고 '너희들이 빠져야 우리가 들어간다'는 건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생뚱맞다는 얘기다.

이어 "우리가 희생과 헌신이 없었던 것처럼 말들을 하지만, 과거 당이 어려울 때 결단을 내리곤 했다"며 지난 지방선거 당시 송 전 시장,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안희정 현 충남도지사 등의 출마와 19대 총선 당시 김영춘 의원의 부산 출마 등을 거론했다.

우 의원은 또 "당내에서 엄밀히 말하면 '86'이라고 남아있는 사람들이 나와 이인영 의원밖에 없다"며 "2013년 대선패배 책임을 지고 '486모임'을 해체시켰었고, 최근 2년6개월 사이 그룹 활동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 최고위원은 뉴스1과 만나 86그룹의 앞으로의 행보와 관련 "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러나라고 다 물러나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당의 통합과 단합을 위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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