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 은퇴] 차두리, "난 정말 복 받은 축구선수였다"<은퇴 기자회견 전문>

신명기 2015. 11. 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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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서울월드컵경기장] 신명기 기자= 수원 삼성과의 올 시즌 마지막 슈퍼매치에서 은퇴식을 가진 FC 서울의 차두리가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것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홀가분하면서도 시원섭섭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차두리는 7일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수원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 하프타임 때 공식 은퇴식을 치렀다. 경기는 서울의 승리로 끝마치면서 차두리의 은퇴식을 더욱 의미 깊게 만들었다.

경기 후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한 차두리는 은퇴 소감 및 선수 생활, 아버지 차범근에 대한 질문에 답하며 31년 동안 이어온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것을 실감했다. 그는 은퇴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밝히면서도 시원섭섭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차두리는 “새로운 삶에 대한 기쁨도 있지만 5살 때부터 사랑했던 축구를 시작해서 정말로 다시는 그라운드에서 뛸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노력해온만큼 지금 이 순간 후회 없이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는 것 같아 홀가분하다”면서 은퇴 소감을 밝혔다.

이어 “서울 팬들에게만큼은 아버지보다 더 위대한 선수였으면 좋겠다. 또한 선수 생활을 좋게 마무리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최용수 감독님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힘들 때나 좋을 때나 자신감을 복돋아줘 이렇게 행복한 은퇴식을 치를 수 있게 됐다”라고 덧붙이며 서울 팬들과 최용수 감독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한 차두리는 은퇴 이후 진로에 대한 생각과 2002 월드컵 멤버들의 은퇴, 선수 생활 내내 이어진 아버지 차범근과의 비교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면서 성공적인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다음은 차두리 공식 은퇴 기자회견 전문.

- 은퇴 소감 A대표팀도 그렇고 지난 결승전 이후에도 그렇고 마지막이라는 기자회견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이제는 진짜로 끝인 것 같다. 앞으로 경기 후 선수로서 기자분들 앞에서 질문을 받고 인터뷰하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시원섭섭하기도 하다.

이 자리로서 마지막이라는 것이 실감나고 새로운 삶에 대한 기쁨도 있지만 5살 때부터 사랑했던 축구를 시작해서 다시는 그라운드에서 뛸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운 것 같다. 더 잘할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열심히 해왔고 노력했다. 지금 이 순간에 후회없이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는 것 같아 홀가분하다.

많은 기자분들이 저를 예전에는 기자들과의 만남을 꺼려했다. 저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아닌 분들도 있겠지만 축구선수 차두리로서 어쩔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서로가 편안한 관계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고 좋은 기사, 좋은 이야기들을 해주셔서 축구팬들과 사람들이 저에 대해 좋은 그림을 가질 수 있게 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자주 볼 일은 없겠지만 서로 반갑게 인사하면서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다.

- 하프타임 때 언급한 발언의 의미 크게 봐서는 내 축구 인생의 기준은 차범근이라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을 넘고 싶었다. 그러나 나이를 들면 들수록 그 사람이 대단한 사람이었고 유럽을 나가보니 더욱이 축구를 잘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 같다. 축구적인 면에서 차범근이라는 사람의 근처에도 못가는 선수 생활을 하게 돼서 “졌다”라고 표현을 한 것이다. 사실 분데스리가라는 곳이 아버지가 차범근이라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능력이 없다면 절대 뛸 수 없는 곳이다. 물론 탑클럽에 가서 경기했으면 좋았겠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세계 각국에서 모인 선수들과 경쟁을 하면서 10년을 버텨낸 것은 축구하면서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로 대표팀 생활 등을 고려해 3골 정도를 넣었다고 평가한 것이다.

- 2002 월드컵 세대가 은퇴하고 있는데? 당시 나와 (이)천수가 막내였는데 우리가 은퇴하는 걸 보면 팀 자체가 나이가 많이 든 것 같다. 2002 월드컵 멤버가 국민들에게 기쁨을 줬던 것은 맞는 것 같다. 지금까지도 선수 생활을 하고 (김)병지형 등 현역에서 뛰거나 다른 형님들은 감독, 코치 등을 맡으면서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것 같다. 정말 대단했고 넘치는 사랑을 받았던 만큼 모두가 그라운드가 아닌 곳에서 사랑을 준 사람들에게 반대로 줘야할 때인 것 같다. 나 역시 다음 일을 준비하겠다.

- 향후 지도자 생활을 할 생각은? 아직은 모르겠다. 감독 자격증을 따는 것은 맞다. 세부적으로 배우게 될 것이고 그라운드 안팎으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어떤 일이 내게 맞는 것인지 판단할 것이다. 아직 감독이 되겠다고 확신할 순 없다. 그래도 그라운드 가까이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감독인데 아버지를 통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섣부르게 도전하진 않을 것 같다. 더 많은 것을 공부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뭔지 판단할 것이다.

- 서울 입단식 때 걱정을 많이 했다. 이렇게 원만하게 마무리되는 것을 예상했나? 영화같다. 정말로 복 받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은퇴할 수 있는 선수가 몇이나 있겠나. A대표팀, 소속팀서 이렇게 박수 받으면서 은퇴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기쁘다. 처음 서울에 왔을 때 걱정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고 반신반의의 목소리, 사람들도 차두리가 서울에 왔을 때 반대의 목소리도 냈었기 때문에 3개월간 쉬는 상황에서 몸이 좋지 않았고 경기력도 그랬다. 그때 굉장히 힘들었다. 바닥에 내려앉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잘하고 싶었다. 항상 유럽에만 있었기 때문에 한국 축구 팬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의지가 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의 도움과 조언을 통해 차츰 일어났던 것 같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마지막에는 박수 받고 축구 선수들이 꿈꾸는 마무리를 하게 돼 기쁘다. 분명 처음부터 모든 것이 햇살이 비추는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 은퇴의 결정적 이유는? 믿지 않겠지만 힘들다. 한 번씩 올라갔다 내려오면 숨이 찼다. 몸이 힘들었던 것도 있지만 정신적인 부분이 은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도 아시안컵 이후 굉장히 마인드 컨트롤과 경기를 준비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감독님이 원하는 수준의 경기력이 나오지 않기도 했다. 100%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팀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만하고 싶었다. 모든 것을 쏟아부을 자신이 없다고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그만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축구 선수 생활을 그만두는 계기였던 것 같다.

- 아버지인 차범근을 넘지 못하겠다고 느꼈을 때는? 20대 중반이었다. 어릴 때는 유망주였고 겁이 없었지만 25, 26 정도 되었을 때 이제는 차범근이라는 사람은 대단하구나라고 느꼈다. 독일 가자마자 강등을 맛보기도 했는데 새삼 아버지의 대단함을 느끼면서 그 벽을 넘을 수 없을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4살, 5살 때부터 시작했는데 독일 분데스리가에 가서 뛰고 있음에도 자책을 하고 좌절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축구를 즐기고 나에게 없는 부분 보다는 가진 많은 것들을 보게 됐다. 태어나보니 아버지가 차범근이었고 월드컵,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등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편해졌던 것 같다. 욕심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축구선수로서 방식이 조금 달라졌던 것 같다.

- 서울 팬들이 차붐보다 차두리라는 현수막을 들고 나왔는데? 서울 팬들에게 차범근은 2008년 결승에서 서울을 꺾고 우승했는데 어떻게 좋아하겠나. 수원 팬들도 저를 좋아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은 없다. 한국 축구를 위해 많은 것들을 했기 때문에 아버지는 박수 받을 만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울 팬들 사이에서만큼은 내가 더 위대한 선수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런 욕심을 갖고 있다.

서울을 선택한 이유는 최용수 감독님이 큰 역할을 했고 제가 이렇게 화려하게 은퇴를 하지만 그 뒤에는 최용수 감독님이 없었으면 절대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힘들 때, 잘될 때 관계없이 자신감을 심어주셨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최용수 감독님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 A대표팀 내에서 자신의 후계자가 있다면? 꼽기 힘들다. 언론에서는 오른쪽 풀백 자리를 놓고 고민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가 나오는데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다. 아쉬운 점은 “이 선수들은 괜찮다”라고 생각했던 선수들은 군대에 가있다는 점이다. 가능성 있는 선수들은 많다. 신광훈은 군복무를 하고 있고 정동호 역시 중앙을 오가며 뛰고 있고 김창수도 일본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후계자로 지목하는 것 보다는 대표 선발이 됐을 때 후배들이 욕심을 내고 잘했으면 좋겠다. 이 자리는 내 자리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이야 아시아 예선이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누구든 차출된다면 자신감을 더 가져야 할 것 같다.

베네수엘라전을 임하는 때에도 30대 중반이었는데 이 자리는 내 자리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신)광훈이, 이용 등 독한 마음을 가지고 선수들이 소집됐을 때 임했으면 좋겠다. 그랬을 때 그 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사진= 윤경식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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