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이름값 한 슈퍼매치, 그 치열함에 대하여

풋볼리스트 2015. 11. 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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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논란은 한 번으로 충분했다. 지난 6월 27일 무득점 무승부, 무기력한 경기 내용으로 가치를 의심 받았던 FC서울과 수원삼성의 슈퍼매치는 올 시즌 마지막 만남에서 7골이 나오는 골 잔치로 마무리됐다. 올해 열린 네 번의 슈퍼매치에서 무려 16골이 터져 나왔다.

단순히 골이 많이 나온다고 좋은 경기인 것은 아니다. 7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가을비가 내렸는데, 양 팀 선수들이 보여준 뜨거운 열정은 성큼 다가온 추위를 무색케 했다. 이날 슈퍼매치에는 서울 주장 차두리의 은퇴식도 진행되었는데, 워낙 치열한 경기가 펼쳐지다 보니 경기에 나서지 않은 차두리는 화제가 되기 어려웠다. 슈퍼매치가 가진 힘이 제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경기 전에는 슈퍼매치의 ‘치열함’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취재진 사이에 오갔다. “한일전을 향한 투쟁심이 전보다 덜한 것처럼, 슈퍼매치에 대한 선수들의 마음도 예전과는 달라지지 않았습니까?” 취재진은 양 팀 감독에게 슈퍼매치의 치열함이 줄어든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가끔 한 번 열리는 한일전과 비교한다면 슈퍼매치는 자주 열리는 편”이라며 차이를 말했다. 다만 경기 자체가 갖는 의미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고 했다. “자존심이 걸린 경기다. 지고 나면 갚아줄 기회가 있다. 이런 과정 속에 함께 K리그 발전을 이끄는 동반자다.”

최 감독은 “이런 경기에서 지고 나면 상대편과 악수를 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빨리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싶어야 한다”는 말로 선수들이 경기를 대하는 투쟁심의 측면에서 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제 양 팀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은 나오지 않는다. 선수들이 큰 경기를 대하는 자세에 여유가 생긴 것이다. 경기는 경기 대로 잘 준비한다. 슈퍼매치를 통해서 분명히 발전하는 점이 있다. 다른 경기를 준비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말로 여전히 슈퍼매치 효과가 선수들 사이에 존재한다고 했다.

슈퍼매치는 여전히 뜨겁다. 다른 방식으로

서울은 슈퍼매치를 일주일 앞두고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잔여 리그 경기 결과와 관계 없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을 확보했다. 서정원 수원삼성 감독은 이에 대해 “아무래도 여유가 있겠지만, 그래도 슈퍼매치는 슈퍼매치”라며 상대 팀이 결코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 감독은 수원전 선발 명단에 그동안 기회가 적었던 윤주태와 이석현을 내세웠다. FA컵의 영웅 다카하기와 몰리나는 벤치에 대기했다. 최 감독은 “이런 경기는 싸워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며 기회에 고픈 젊은 국내 선수들을 투입한 노림수를 설명했다.

수원은 수비 라인에 변화를 줬다. 센터백 포지션에 연제민의 파트너로 구자룡과 곽희주가 아닌 양상민을 냈다. “빌드업에 힘을 싣기 위해서”라며 공격적인 축구를 위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승리가 급한 쪽, 골이 필요한 쪽은 수원이었다.

슈퍼매치의 분위기는 장외에서도 뜨거웠다. 비가 수원삼성 서포터즈는 푸른 우비를 입고 남쪽 관중석 뒤를 푸른 빛으로 물들였다. 서울 서포터즈는 이날 은퇴식을 치르는 차두리를 기념하며 차두리의 등번호를 알리는 전반 5분 기립박수를 보냈다. “우리에겐 두리>차붐”이라는 현수막을 올렸다. 차두리의 부친 차범근은 수원의 감독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면 ACL 진출에 가까워지는 수원은 경기 시작과 함께 거세게 달려들었다. 권창훈은 활기찬 움직임을 보였고, 카이오도 묵직했다. 서울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윤일록은 유연하고 빠른 움직임과 패스 연결로 역습의 중심축 역할을 했다.

서 감독은 슈퍼매치와 같은 치열한 경기는 하나의 사소한 실수에서 승패가 엇갈린다고 했다. 이날 경기도 그랬다. 전반 28분 수원 수비수 연제민이 범한 볼 처리 실수를 윤주태가 낚아챘다. 윤주태는 자신 있는 돌파로 골키퍼 정성룡을 제치고 선제골을 넣었다.

실수가 바꾼 흐름, 윤주태 ‘포커(한 경기 네골)’ 작렬

실점 이후 수원의 공격 의지는 더 강해졌다. 몸과 몸이 부딪히는 육반전이 벌어졌다. 감정 충돌은 없었다. 슈퍼매치는 순수하게 공과 골을 향해 집중된 축구 전쟁으로 펼쳐졌다. 급한 수원보다 느긋한 서울이 결과를 가져갔다.

전반 45분 오스마르가 수원의 후방 빌드업을 하프라인 부근에서 차단하며 빠르게 공격 지역으로킬러 패스를 보냈다. 윤주태가 이어 받아 문전에서 침착한 컨트롤로 수비를 제치고 오른발 마무리 슈팅을 성공시켰다. 서울이 2-0으로 달아났다. 서울은 전반전에 역습의 정석을 선보였다.

수원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수비수 곽희주를 투입했다. 그러나 서울은 윤주태와 윤일록 투톱의 물 오른 기세를 앞세워 경기 흐름을 주도했다. 수원은 후반 9분 고차원을 빼고 산토스를 투입해 두 번째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골은 후반 10분 다시 서울이 터트렸다. 윤일록이 중앙에서 몰고 들어가 우측면으로 밀어준 볼을 윤주태가 문전 우측에서 이어 받아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경기 전 아드리아노가 경고 누적으로 빠진 공백에 아쉬워한 최 감독은 선발 기회를 통해 윤주태의 득점 본능을 살리겠다고 했다. 그 동안 교체 투입으로만 기회를 얻어온 윤주태는 벼르고 벼른 기회를 움켜줬다. 최 감독의 전략은 적중했다.

무너지지 않은 수원, 슈퍼매치의 가치를 살리다

수원은 0-3의 상황에서 무너지지 않았다. 후반 12분 염기훈의 프리킥을 산토스가 헤딩골로 연결해 한 골을 따라 붙었다. 양 팀의 득점 공방은 불이 붙었다. 서울은 후반 19분 고요한의 스루패스를 받은 윤주태가 문전 왼쪽에서 조성진을 가볍게 제친 뒤 왼발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찔렀다. 윤주태는 한 경기 4득점을 뜻하는 포커를 달성했다. 서울은 4-1로 달아났다.

여기서도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수원은 네 번째 실점 직후 2분 만에 산토스의 패스를 받안 권창훈이 한 골을 더 따라왔고, 후반 45분에 산토스의 패스를 받은 신세계가 오른발 중거리슈팅을 작렬시켜 4-3을 만들었다. 5분의 추가 시간까지 양 팀 선수들은 피 튀기게 부딪혔다. 동점골을 넣으려는 수원, 그리고 승리를 지키려는 서울 모두 사력을 다해 뛰었다.

결국 결과는 뒤집히지 않았지만, 올 시즌 있었던 두 번의 대량득점 경기가 한 팀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던 것과 대조적으로, 한 골차의 접전으로 마무리 되었다. 슈퍼매치는 슈퍼매치다웠고, 여전히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경기라는 것을 입증했다. 2016시즌 양 팀의 맞대결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명승부였다.

사진=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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