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존댓말·사투리·의성어..한국문학 번역, 어려워요

이재훈 2015. 11. 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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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왼쪽부터 성초림·권은희(스페인어권), 안드레아 데 베네디티스(이탈리아어권), 파스칼루 주느비에브 루 포카르 딸·이태연(프랑스어권)
【서울=뉴시스】왼쪽부터 안나 두디노바(러시아어권), 아즈미 준코(일본어권),줄리앤 켈소(영어권), 나은주(프랑스어권), 조효정(영어권), 대니얼 로드리게스 코르네호(스페인어권), 장리리(중국어권), 조영은(독일어권)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한국문학번역원의 제14회 한국문학번역신인상을 받은 캐나다의 줄리엔 켈소(30)는 4일 "한국어는 반말과 존댓말이 있어 어렵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작가 은희경(56)의 단편 '금성녀'를 영어로 번역한 그는 특히 "은희경 작가는 따옴표와 단락의 구분 없이 써서 등장인물 중 누가 말하는 지 헷갈리더라. 한국말은 반말과 존댓말이 있어 그것이 없어도 구분이 가능한데 (반말과 존댓말이 없는) 영어로 옮길 때는 따옴표를 써야 했다"고 전했다. "호칭도 어렵더라. 언니, 육촌 등을 따지니 영어 원민이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이해해야 될 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웃었다.

작가 김영하(47)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이탈리아어로 번역해 제13회 한국문학번역상을 차지한 안드레아 데 베네티티스(37)는 사투리가 어렵다고 했다. 앞서 황석영(72)의 '한씨연대기'를 이탈리아로 옮긴 그다.

한국인이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할 때도 마찬가지 어려움이 있다. 한강의 '바람이 분다, 가라'를 프랑스어로 옮긴 이태연씨는 "어려운 것 중에 하나는 의태어와 의성어"라면서 "가급적이면 살리고 싶긴 한데 문장적으로 만화 같은 표현이 되더라. '쯧쯧' 같은 표현도 한국과 달리 '쯧쯧'만이라고 쓸 수 없어 기분 나쁘다는 품사를 더해야 한다"고 알렸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한국문학을 번역해 꾸준히 해외에 알린 이들이 한국문학번역원에서 한국문학번역상을 받았다.

베네디티스와 이태연씨에 외에 '바람이 분다, 가라'를 이태연씨와 함께 프랑스어로 옮긴 주느비에브 루 포카르 전 파리3대학 통번역대학 교수, 배수아의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을 스페인어로 옮긴 권은희씨와 성초림씨, 정유정의 '7년의 밤'을 베트남어로 옮긴 부 킴 응안이 제13회 한국문학번역상을 받았다. 포카르 전 교수는 올해 초 루게릭병으로 세상을 떠나 딸이 대신 한국에 왔다.

지난해 1월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해외 현지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발간된 19개 언어권 76종을 대상으로 심사해 가려냈다.

켈소를 비롯해 제14회 한국문학번역신인상을 받은 이들은 '금성녀'(영어·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러시아어), 작가 정이현의 '영영, 여름'(중국어·일본어) 등을 번역한 조효정, 나은주, 조영은, 다니엘 로드리게스 코르네호, 안나 두디노바, 아즈미 준코, 장리리 등 8명이다.

이들은 아직 한국 문학이 해외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조금씩 기운이 싹 트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베네디티스는 "앞서 김영하의 '빛의 제국'을 이탈리아로 옮겼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그의 작품을 계속 번역하면서 독자가 생기고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켈소는 "아직 캐나다에서 한국 문학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건 아닌데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이후 주목도가 늘기는 했다"고 전했다.

시상식은 이날 오후 7시 광화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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