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 보험 있으세요?

2015. 11. 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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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 의료보험 있으세요?" 요즘 병원에 가면 어디 가 아픈지 보다 실손 보험이 있는지부터 물어봅니다.

그리고 받게 되는 다양한 검사와 치료, 영양주사... 환자 입장에서는 이미 낸 보험료로 고가의 치료를 받을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는 가입자 전원의 보험료 인상으로 돌아옵니다.

갱신할 때마다 30~40%씩 폭등하는 실손보험료.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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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수선집을 하는 김기숙 씨는 8년 전 실손 의료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큰 재산은 없지만 앞으로 병원비 걱정은 없을 것 같아서 마음이 든든했습니다.

[김기숙]
"별로 모아 놓은 것은 없으니까 보험에 의지를. 내가 크게 아픈 데는 없지만 몸이 좀 약한 편이다 보니까 보험에 의지를 한 거죠."

하지만 요즘 들어 보험을 해약해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6만 7천 원이던 보험료가 6년 동안 두 번 갱신되면서 12만 원으로 2배 가까이 오른 겁니다.

깜짝 놀라 20대 딸의 실손 보험료도 찾아 봤더니 한 번에 40%가 올랐습니다.

보험사에 따졌더니 보험료는 앞으로도 계속 오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김기숙]
"전혀 생각 못 했고 그때 보험 설계사한테 여쭤봤을 때도 몇 푼 안 오른다고 분명히 제가 들었거든요."

이이란 씨의 실손 의료 보험료도 올해 갱신되면서 3만 8천 원에서 6만 2천 원으로 올랐습니다.

병원에 간 적도 없고, 보험금을 받아 본 적도 없어서 더 화가 났습니다.

[이일란]
"저 하나로 60%인데 나머지 (가족) 3명한테는 또 몇 % 가 인상이 될지 지금 생활하면서 4명이 보험료가 들어가는 게 20만 원 가까이 되죠. 실손 보험 가입 한 거 자체가 저는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의 보험료가 특별히 많이 오른 걸까?

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에 공시된 주요 보험사들의 실손 보험 인상률은 올해만 10~20%가량.

그런데 여기엔 나이 인상분이 빠져 있어서 실제 인상률은 이보다 훨씬 높습니다.

[김미숙 보험 이용자 협회]
"보험료는 사고 날 확률과 그다음에 가입자 나이가 올라감에 따라서 보험료가 인상이 되거든요. (나이를 먹으면 무조건 올라요?) 예.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나이를 먹게 되면 보험료 인상이 많이 됩니다."

그래서 가입할 땐 싸지만, 갱신할 때마다 20~60%까지 오를 수 있는 겁니다.

3년 전 금감원은 마흔 살에 만 3천 원 짜리 실손 보험에 가입하면 80살 때 한 달에 60만 원을 내야 한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금융위와 금감원은 최근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험 상품 개발과 보험료를 자율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보험료 인상을 억제하던 규제를 풀겠단 겁니다.

[도규상 금융위 서비스국장]
"보험 회사 스스로 경험위험률 조정이 항상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보험료 산정할 때 적용되는 위험률 조정한도, 현재 ±25%입니다. 이를 폐지하도록 하겠습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내년부터 보험료 자율화가 되면 다양한 가격의 상품이 출시되고, 그러면 질적인 경쟁을 통해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질 거라고 기대합니다.

하지만, 그 부작용으로 보험료가 더 오를 거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실손 보험으로 손해를 많이 보고 있다며, 지금보다 보험료를 더 올려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의 한 정형외과.

병원에 처음 가면 설문지를 작성하는데, 여기에 실손 보험을 가입했는지 묻습니다.

목과 어깨가 아파서 왔다고 하자 의사는 일자목이 심해졌다며 도수치료를 받으라고 권합니다.

[A 병원 의사]
"예전에 설명 들으셨겠지만 목이 이렇게 뒤로 돼 있으세요 거꾸로. 그리고 척추도 약간 틀어져 있고요. 도수치료에 대한 상담을 저희가 해드릴게요."

도수치료는 물리치료사가 손으로 근육을 풀어주는 치료법으로, 40분에 15만 원.

증상이 좋아지려면 보통 30번은 받아야 하는데, 그러면 비용은 450만 원.

너무 비싸다고 하자 실손 보험으로 청구하면 된다며 안심시킵니다.

[A 병원 상담사]
"근데 실비 보험이 있으시면 그 보험비 받으시면 만 원, 만 5천 원만 부담하시면 되고 나머지는 실비로 해서 환급받으신다고 보시면 돼요."

실손 보험금 잘 받는 법도 알려줍니다.

[A 병원 상담사]
"그쪽에다가 교정치료라고 얘기하시지는 마시고요. 이거는 물리치료로 해야 되거든요. 물리치료를 받으신다고 얘기를 하시면 되세요."

15만 원 짜리 도수 치료를 실제론 만 원만 내고 받을 수 있다 보니 마시지나 안마 대신 받기도 합니다.

[전직 간호사]
"(마사지 숍 가서 받는 것 도수치료받는 게 훨씬 이득이겠네요.) 네. 실속이 있는 환자분이라면 훨씬 이득이죠."

도수치료는 의학계에서 치료 효과를 놓고 논란이 있지만, 정형외과, 재활의학과와 신경외과 등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비싸도 실손 보험으로 하면 되니까 도수치료비는 부르는 게 값입니다.

"1회 비용은 20만 천 원이에요."
"9만 원이요." "15만 원입니다."

[전직 간호사]
"(금액은 병원이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거예요?)
비급여이기 때문에 요양기관 자체적으로 정할 수가 있습니다. (한도 자체도 없어요?) 없습니다. (그럼 한 이천만 원 불러도 되나요?)
네. 불러도 됩니다."

물론 이 보험금은 모두 가입자들이 낸 돈에서 빠져나갑니다.

또 다른 병원.

몸이 피곤해서 왔다고 하자 부신 호르몬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타액 호르몬 검사를 받으라고 합니다.

비용은 19만 원이지만, 실손 보험으로 청구하면 된다고 안심시킵니다.

[B 병원 의사]
"(타액 검사 뭘 한다고요?) 타액 검사는 침을 뱉는 거예요. (그래서 부신 호르몬을 측정하는 거예요?) 네. 그렇죠. 코티졸이 부신호르몬이거든요. DHEA, 남성 호르몬이 나오는 거죠."

일주일 뒤 결과가 나왔습니다.

부신호르몬 수치가 정상 범위에서 크게 떨어졌다며 고액의 영양주사를 맞으라고 말합니다.

1번 맞을 때 15만 원인데, 10번 맞으면 백만 원으로 깎아주고, 이것도 실손 보험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B 병원 상담사]
"기본은 15만 원 정도 하는데 10번으로 하면 100만 원으로 하거든요 (주사도 되게 비싸네요) 그렇게 해야지만 이게 좋아지고 그러니까 그렇게 치료받으시면 그거는 보험사에서 실손 되는 걸로 알아요."

주사로는 부족하다며 각종 영양제도 처방해줬습니다.

의약품도 아닌 건강기능식품 5통에 18만 원.

그런데 영양제는 실손 보험이 안된다고 합니다.

[B 병원 상담사]
"이게 부신 피로 때문에 드셔야 되는 거고. 이거는 칼륨. 칼륨이 부족하셔서. 그리고 이거는 비타민B 군이에요.(너무 비싸잖아요) "

비싸서 못 하겠다며 병원에서 나왔더니 조금 이따 병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영양제는 원래 실손 보험이 안 되지만, 가능하게 해주겠단 겁니다.

[B 병원 상담사]
"치료 목적으로 저희가 그렇게 진단코드가 다 나갈 거예요. 나중에 진단서. 영양제 구입하시는 거고 나중에 만약에 (주사) 치료하시게 되면 이게 다 치료하시는 거기 때문에 실손 청구 된다고 하세요."

일부 병원들이 이렇게 실손 보험을 이용해 환자들을 유인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전직 간호사A]
"추간판 열 치료 고주파로 조금 지져주고 천만 원 나와요. 총 병원에서 시술 받고 끝난 시간은 한 시간 정도 길면 2시간 입원으로 끊어드릴게요. 그리고 천만 원 딱 영수증 끊어주면 실손 보험에서 천만 원 받아 가시는 거예요."

비급여 항목은 진료비를 마음대로 부를 수 있고 환자들 입장에서도 보험금이 나오기 때문에 부담 없이 진료를 받습니다.

하이힐을 신고 가다 발목이 삐끗해서 입원한 뒤 도수치료비로 천만 원을 청구한 여성도 있고, 불필요한 MRI와 초음파 검사를 남발하거나 안 해도 되는 척추 수술을 일삼는 병원들도 적지 않습니다.

[OO 보험회사]
"부당한 의료비를 막아야 되는데 그걸 다 소송을 통해서 그런 것들을 환수를 할 수는 없는 거죠. 현실적으로. 하루에 4500건 정도가 접수가 되고 있는데..."

보험금을 받은 가입자들은 보험에 들길 잘 했다고 뿌듯해할 겁니다.

비쌀수록 질 좋은 의료를 받았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OO 보험회사]
"오히려 싸면 저 병원은 아마 의사가 초짜일 거야. 아 이병원은 비싸니까 아 치료도 좋고 의사도 전문의고 더 유능한 명의일 거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손 의료 보험으로 받을 수 있는 비급여 항목의 진료 상당수가 꼭 필요하지 않은 의료라고 말합니다.

[정현준 인도주의실천의사회]
"(실손 의료보험 드셨나요?) 아니요. 저는 실 손 보험 들지 않았습니다. 일단은 실손의료보험으로 이렇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의료 부분에서는 상당히 적정성이 의심되는 것들입니다."

이런 과잉 진료 때문에 보험사들은 실손 보험 손해율이 138%나 되고, 그래서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금융위원회가 보험료를 자율화하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정작 과잉 진료는 방치하고, 금융당국이 나서서 보험료를 올릴 수 있게 길을 터준 겁니다.

[아주대 의대 허윤정 교수]
"회사가 유리하도록 정부가 나서서 어떤 기준으로 바꿔준다? 그러면 그때 동일한 입장에서 소비자한테도 기회를 줘야 돼요. 손해 보지 않고 해약할 권리를 주거나. 그렇죠? 계약의 기본적인 룰을 정부가 나서서 깨는 격이라서 그건 사실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보험사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건 사실일까?

보험사들이 말하는 손해율은 138%.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가 100인데,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은 138이어서, 38 만큼 손해를 봤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보험료는 가입자가 낸 돈에서 광고비나 운영비 같은 사업비를 미리 떼어내고 남은 금액을 말합니다.

그런데 사업비 규모는 영업 비밀이라며 공개되지 않고 있어서, 실제 보험사들이 얼마나 이득을 봤고 손해를 봤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서울대 의대 이진석 교수]
"그 사업비에 해당하는 부가 보험료를 포함하면 사실 통계가 전혀 달라집니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실손 보험사들이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애초에 기대했던 수익을 올리지 못 하고 있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손해 보지 않는 보험사의 속성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때 더 명백해집니다.

실손보험료로 매달 20만 원을 냈던 이이란 씨는 4년 전 갑자기 뇌졸중에 걸렸는데도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 안 해 2년 동안 재판을 해서 어렵게 보험금을 받아 냈습니다.

20만 원 넘게 내던 또다른 보험은 아직도 보험금을 받지 못 하고 있습니다.

[김용희]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데 지금은 이제는 모르겠어요. 이번 달까지만 받고 못 받을 것 같아요 돈이 없어서. 이제는 제가 뭐 생활에 한계가 왔다고 봐야죠. 지인한테 돈 빌리는 것도 한두 번이고."

실손 의료비가 꼭 필요한 장애인과 환자들, 그리고 노인들은 아예 가입조차 못 합니다.

[김미숙 보험 이용자 협회]
"보험이 필요한 세대는 어머님 아버님 세대인데 어머님 아버님은 보험료가 비싸다고 또는 편찮으셔서 보험 가입이 안 되고 그다음에 젊은 사람들은 정작 필요하지 않은데 자기보험 들어서 보험료 내다가 어머님 아버님 편찮으시면 어머님 아버님 의료비 내야죠."

하지만 이윤 추구가 목적인 민간 보험사만 탓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한 가구당 내는 건강보험료는 평균 9만 1천 원.

매달 이 돈으로 온 가족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겁니다.

하지만, 실손 의료 보험은 한 명이 평균 7~10만 원을 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서울대 이진석 교수]
"대부분의 가구가 건강 보험료 보다 2배에서 3배 정도 실손 보험료를 내고 있고요. 그래서 이런 것들이 중산층 이상의 가정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지난해 실손 의료 보험금은 4조 9천억 원.

이 가운데 일부라도 건강 보험으로 유입 시킨다면 건강보험 보장률은 크게 오르고, 터무니 없이 인상되는 실손보험료 부담은 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말로만 외치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돈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정부의 의지가 없었던 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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