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훈훈한 축구]'5년'동안 감췄던 차두리 '비밀'을 공개합니다

최용재 2015. 11. 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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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최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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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일이다.

정확히 말하면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3차전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경기(2010년 6월 22일)가 끝난 다음 날이었다.

한국 대표팀은 16강 진출 환희를 품고 회복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이 끝나자 한 선수가 다가왔다. 그리고 "기자님 기사 덕분에 큰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며 인사를 했다. 그는 차두리(35·FC서울)였다.

처음엔 놀랐고 당황했다. 국가대표 선수가 월드컵 대회 중 직접 와서 인사하는 건 이례적이다. 나이지리아전 선제골을 내줬던 실수를 '책임감'과 '투혼'으로 만회했다는 기자의 기사 하나로 인해 그가 먼저 다가왔다. 감동은 나중에 받았다. 그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후 5년 동안 인연을 이어오면서 기자는 확실하게 느꼈다. 그는 항상 따뜻한 사람이라고. 현역 은퇴가 다가오면서 따뜻함의 온기는 커졌다.

그리고 기자는 지난 5년 동안 감췄던 '차두리의 비밀'을 공개하려 한다. 그와 기자만이 나눴던 대화를 그의 허락을 받지 않고 일부 공개한다. 그의 '진짜 모습'을 팬들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공개를 결정했다. 떠나는 그를 향한 마지막 선물, 아니 그를 떠나 보내는 팬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이다. 밖으로 보여지지 않았던 그의 진정한 따뜻한 모습을 지금부터 공개한다.

한 번 이런 일이 있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후 처음 소집되는 국가대표팀에 차두리의 이름이 포함됐다. 2015 호주 아시안컵을 향해 새롭게 시작하는 대표팀이 그를 간절히 원했던 것이다.

그맘때 그에게서 이런 문자가 왔다.

"내가 대표팀에 가도 되는지 고민입니다. 후배들 미래를 위해 양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내 나이에 민폐가 아닌지 모르겠어요. 은퇴도 다가오는데 눈치도 보이고 특히 후배들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내가 가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고민이 깊어요."

사실 그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들지 못한 후 더 이상 대표팀에서 뛸 생각이 없었다. 마음의 상처가 아니었다. 또 능력이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오직 한국 축구 미래를 위해 후배들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마지막 태극마크를 수락했다. 그리고 역시나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대표팀 복귀전이었던 2014년 9월 5일(친선경기 베네수엘라) 풀타임을 뛰며 3-1 승리를 이끌었던 그다. 많은 미디어의 관심이 대표팀 복귀전을 치른 그에게 쏠렸다. 그런데 그는 믹스트존에서 아무 말 없이 지나갔다.

그래서 나중에 물어봤다. 왜 그냥 지나쳤냐고.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주인공이 아니에요. 그래서 일부러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앞으로 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는 안 돼요. 후배들을 칭찬해주세요. 브라질 월드컵으로 인해 많이 상처받고 힘들었을 텐데 너무나 잘 해냈잖아요."

이런 이유에서 그는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도 일체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자신에게 관심이 집중될 것을 경계한 것이다.

하지만 8강전에 진출했을 당시 만난 그는 기자에게만 따로 한 말이 있었다.

"화려한 은퇴식? 나는 스타가 아니에요. 아버지나 (박)지성이 같은 선수들이 스타죠. 그래서 화려한 은퇴식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요. 이번 대회가 나의 은퇴 대회가 아니라 후배들과 함께 우승하는 대회로 기억하고 싶어요. 나의 마지막 우승이 아니라 후배들의 첫 우승이 되야 해요."

그렇지만 그는 차붐과 박지성도 받지 못했던 국민들과 팬들의 기립박수 속에서 대표팀 은퇴식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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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31일 그는 FA컵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FA컵 결승전이 그의 현역 마지막 무대였다. 그는 남은 K리그 클래식 2경기에 출전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사실도 서울 후배들은 몰랐다. 최용수(42) 서울 감독과 그만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은퇴 경기인 것을 알면 후배들이 압박감과 부담감을 가질 수 있다. 더 잘하겠다는 의지로 인해 몸에 힘이 들어가 경기를 망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알리지 않았다.

마지막인 것을 알았다면 팬들과 동료들의 더 큰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그가 원하지 않았다. 조용히 동료들과 경기를 준비하고, 차분하게 팬들과 함께 우승컵을 안고, 아무렇지 않게 떠나는 것을 선택했다. 그는 은퇴하는 마지막 경기까지 따뜻했다. 이런 따뜻한 감동으로 이렇게 따뜻하게 은퇴를 한 선수는 지금껏 없었다.

그는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는 분명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따뜻한 선수'였다. 한국 축구 역사는 이렇게 기억할 것이다. 굿바이~ 차두리.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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