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보미짱'

민학수 논설위원·스포츠부 차장 2015. 11. 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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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보미짱이 날 보고 웃었다고." 골퍼 이보미와 눈이 마주친 일본 팬들이 서로 손바닥을 마주치며 즐거워했다.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한국의 이른 추위에도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지난 주말 평창에서 열린 '이보미 초청 골프대회'에는 일본 팬 110명이 바다 건너 찾아왔다. 평창올림픽을 홍보하려고 강원도와 관광공사가 연 대회다. 강원도 인제 출신 이보미는 일본 대회를 건너뛰고 왔다. 관광공사는 이보미가 "한국의 미소로 일본을 사로잡았다"며 'K 스마일 퀸'이라는 호칭을 붙여줬다.

▶2011년 일본여자프로골프 투어에 간 이보미는 올해 우승 다섯 번, 준우승 일곱 번을 하며 상금 최고액을 경신했다. 올해 대회가 넷 더 남아 있어 여자 첫 2억엔 돌파와 남녀 통틀어 최고 상금액 기록이 유력하다. 일본 골프다이제스트가 조사한 최고 인기 스타에도 올랐다. 이보미의 매력으로는 '친절하다' '겸손하다' '실력이 좋다'를 넘어 '보미짱의 미소'가 압도적으로 꼽혔다. 공이 안 맞아도, 실수를 해도 웃는다. 별명이 '스마일 캔디'다.

▶일본 무대에서 활약한 한국 선수가 많지만 이보미 인기는 신드롬에 가깝다. 골프 잡지 단골 표지 모델이고 TV들이 예능 프로에 다투어 모셔간다. 팬 모임에는 1000명 넘게 몰린다. 이보미를 닮고 싶다며 편지를 보내는 골프 지망생도 많다. 옷과 골프백에는 일본 후원사들 브랜드가 빼곡하다. 이보미는 "일본에서 얻은 가장 큰 재산이 사람"이라고 했다. 암과 싸우던 아버지가 지난해 세상을 떴을 땐 일본 팬들이 한국까지 조문 왔다.

▶이보미는 "아버지를 닮아 잘 웃는다"고 했다. 아버지와 딸은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극적으로 우승하는 장면을 보고 골프에 반했다. 대회 참가비 대기도 빠듯한 살림이었지만 아버지는 늘 밝았다. 성적이 잘 나지 않을 땐 "자꾸 웃어야 웃을 일이 생기거든" 하며 딸 어깨를 다독였다. 아버지는 딸 인생에 웃음을 남겨주고 갔다.

▶이보미는 아버지에게 '일본 상금왕' 타이틀을 따 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올해 두 가지를 고쳤다. 공이 해저드에 빠질까 두려워하지 않고 목표만 바라보고 친다. 퍼팅할 때도 주저하지 않고 처음 생각한 대로 한다. 그가 우승할 때마다 감격의 눈물을 쏟는 일본 팬들도 있다. 미소에 담긴 투혼(鬪魂)을 아는 이들이다. 이보미는 얼마 전 아사히신문이 조사한 '한국인 하면 떠오르는 인물'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가 서먹한 요즈음이어서 더 반가운 '보미짱 신드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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