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인포' 복잡한 인증절차에..계좌이동 도전 실패기

구예훈 기자 2015. 10. 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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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구예훈 기자] [편집자주] <머니가족을 소개합니다>머니가족은 50대의 나머니 씨 가족이 일상생활에서 좌충우돌 겪을 수 있는 경제이야기를 알기 쉽게 전하기 위해 탄생한 캐릭터입니다. 머니가족은 50대 가장 나머니씨(55세)와 알뜰주부 대표격인 아내 오알뜰 씨(52세), 30대 직장인 장녀 나신상 씨(30세), 취업준비생인 아들 나정보 씨(27세)입니다. 그리고 나씨의 어머니 엄청나 씨(78세)와 미혼인 막내 동생 나신용 씨(41세)도 함께 삽니다. 머니가족은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올바른 상식을 전해주는 것은 물론 재테크방법, 주의사항 등 재미있는 금융생활을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입니다.

계좌이동 첫 시행일인 30일 직장인 나신상(30·여)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계좌이동을 시도해 보았다. 아버지 나머니씨와 나씨 본인의 주거래은행을 기존 A은행에서 B은행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B은행으로 옮기면 가족 당 2계좌에 한해 0.5%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적용되며 수수료도 면제된다는 말에 나씨는 배고픔과 귀찮음을 무릅쓰고 계좌이동에 도전한 것이다.

12시. 나씨는 '크롬'을 실행해 자동이체 통합관리시스템 페이인포(www.payinfo.or.kr)에 접속했다. 홈페이지에는 낯선 단어들이 있었지만 나씨는 침착하게 '계좌이체 변경'을 눌렀다. '고객님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하여 암호화 작업중'이라는 화면이 나왔다.

보안프로그램 설치 여부를 묻는 창이 뜨면 "예"를 선택하라는 안내가 있었지만 창은 뜨지 않았다. '화면이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는다면 "여기"를 눌러서 안내에 따라 조치해주세요'라는 안내가 보였다.

12시 10분. '여기'를 누른 나씨의 눈 앞에 '환상적인' 단계가 펼쳐졌다. 개인방화벽·공인인증프로그램·키보드보안프로그램 세 가지를 모두 수동설치하라는 화면이 보였다. '조금만 참자' 나씨는 심호흡을 했다.

12시 20분. 세 가지를 몽땅 설치했는데도 여전히 화면은 바뀌지 않는다.

12시 30분. 점심도 걸러 짜증이 극에 달한 나씨는 고객센터(1577-5500)에 전화해 상담원 연결을 요청했다. 상담원은 "현재 '크롬'에서는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30분 간의 나씨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12시 40분. 크롬 창을 끄고 인터넷 익스플로어(IE)로 접속하자 비로소 다음 단계가 나왔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페이지가 나오자 나씨는 내용을 확인도 않고 '동의한다'를 눌렀다.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12시 50분. 산 넘어 산이었다. 주민등록번호 입력한 뒤 공인인증서 로그인 절차를 거쳐야 했다. "뭐 였더라…어디 적어둔 게 있을텐데." 공인인증서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는 나씨는 수첩을 뒤적거렸다.

1시. 나씨는 어디에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적어놓았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휴대폰으로 공인인증 재발급 절차를 받으려던 나씨는 결국 페이인포 창을 꺼버리고 말았다. 나씨의 소중한 점심시간도 사라졌다.

계좌이동제 시행 첫 날인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총 18만여명이 페이인포에 접속해 2만3000여건의 변경신청, 5만6000여건의 해지신청이 이뤄졌다.

그러나 계좌이동제를 기다려왔던 고객들은 복잡한 인증절차와 크롬 연동 부재 등 불편함을 토로했다. 사이트가 문을 연 오전 9시에는 접속자들이 폭주하며 서비스가 지연되기도 했다. 페이인포는 각 금융사에 분산된 자동이체서비스를 한 눈에 보고 종합 관리할 수 있도록 고안된 '세계최초'의 시스템이라고 알려졌지만 복잡한 인증 절차 등 때문에 차라리 직접 은행 창구를 방문하는게 더 편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 많은 고객들이 집에서도 쉽고 편리하게 이용 할 수 있도록 인터넷 익스플로어 이외의 인터넷 실행프로그램과의 연동, 복잡한 인증 절차 개선 그리고 공인인증서 미보유자를 위한 대책 등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구예훈 기자 goog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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