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노인 위한 법안, 청년의 4배..압도적 '표의 힘'

이상배 기자 2015. 10. 30.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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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스페셜리포트-노인을 위한 나라? 세대상생의 길로①] 청년층 좌절 방치땐 '세대공멸'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편집자주] '헬조선' '삼포세대' '열정페이' '흙수저'···. 자괴감으로 가득찬 신조어들은 청년들의 절망적 현실을 대변한다. 이같은 현실의 이면엔 '노인'들의 이해에 복무하는 정치권이 있다. 낮은 취업률과 높은 주거비, 불안한 연금 등 미래세대의 희생을 요구하는 '노인정치'는 부양능력 상실에 따른 '세대공멸'로 이어질 뿐이다. 청년과 노인들의 '세대전쟁'을 넘어선 '세대상생'의 길을 찾아본다.

[[the300] [스페셜리포트-노인을 위한 나라? 세대상생의 길로①] 청년층 좌절 방치땐 '세대공멸']

19대 국회 들어 65세 이상 노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내용으로 발의된 법안이 청년에게 도움이 되는 법안의 약 4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노인 복지 예산도 청년 일자리 예산의 5배에 달했다.

인구와 투표율에서 청년층을 압도하는 고령층의 '투표력'이 상대적으로 노인들에게 유리한 정책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급격한 고령화 속에 청년 취업난으로 저출산이 더욱 심해질 경우 장기적으로는 노인들을 부양하고 지원할 경제력 뿐 아니라 인구조차 유지되기 어렵다는 경고가 나온다. 노인과 청년이 '세대공멸'을 피하고 '세대상생'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청년층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노인 친화 법안 319개…청년층은 86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19대 국회가 개원한 2012년 5월말 이후 지난달까지 발의된 노인 또는 청년 관련 법안 540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노인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는 내용의 법안은 총 319개로 청년들이 실질적 혜택을 입는 법안 86개의 3.7배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는 법안의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에 '노인' '고령자' '어르신' 등의 표현이 포함된 법안 435개와 '청년'이 언급된 법안 105개의 내용을 모두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노인들을 위한 법안으로는 △홀로 사는 노인에게 냉난방비를 깎아주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냉난방비를 지원토록 하는 '노인복지법 개정안'(유승희 의원: 이하 대표발의자) △경로당의 전기요금을 감면토록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김동철 의원) △65세 이상 부모와 3년 이상 동거하며 부양하는 자녀를 '효행자녀'로 규정하고 세금과 공과금을 깎아주도록 하는 내용의 '효행 장려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박남춘 의원) 등이 있다.

고령층에 유리한 법안들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면서 노인과 청년을 상대로 각각 투입되는 예산에도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노인 복지 예산은 8조7798억원에 달했다. 반면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청년 일자리 지원 본예산은 1조7584억원에 그쳤다. 노인 복지 예산이 청년 일자리 예산의 5배에 달한 셈이다.

◇ 노인의 투표력, 청년층의 2배

법안과 예산 측면에서 고령층이 청년층을 압도하는 배경에는 인구와 투표율을 앞세운 노인들의 우월한 투표력이 자리하고 있다.

가장 최근 이뤄진 인구조사인 통계청의 '2010년 인구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는 542만4667명으로 전체 인구(4799만761명)의 11.3%를 차지했다. 반면 25∼29세 청년층 인구는 353만8949명으로 7.4%에 그쳤다.

전체 유권자 3676만5374명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도 고령층은 14.8%에 달한 반면 청년층은 9.6%에 머물렀다. 고령층 유권자의 수가 청년층의 약 1.5배에 달하는 셈이다.

여기에 고령층의 높은 투표율이 합쳐지면서 노인들은 청년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12년 4월11일 치러진 제19대 총선에서 60세 이상 유권자의 투표율은 68.6%로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전체 투표율 54.3%를 14.3%포인트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25∼29세 청년층의 투표율은 37.9%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았다. 고령층의 투표율이 청년층의 약 1.8배에 달했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총선에서 60세 이상 고령층이 던진 표의 비중은 26.1%로 20대 청년층(12.5%)의 2배를 넘어섰다.

◇ 45년 뒤엔 1인당 노인 1명 부양

문제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앞으로 노인 인구는 급증하고 이들을 부양해야 할 생산가능인구는 가파르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60년이 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40%까지 늘어난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령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율은 12.5%이지만 2060년엔 80.6%로 뛴다. 생산가능인구 1000명이 지금은 노인 125명을 부양하고 있지만 45년 뒤엔 806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뜻이다. 거의 1인당 1명 꼴이다.

이 같은 재앙을 피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출산율 확대다. 그러나 졸업과 동시에 취업난에 직면해 결혼·출산은 커녕 경제적 자립조차 어려운 청년층의 현실을 바꾸지 않고선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장기적으로 노인층을 지원할 수 있는 인구와 경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청년들이 조기에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투자와 지원을 적극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노인을 위한 연금, 교통비 혜택 등 각종 복지비용 절감을 위해 노인의 연령 기준을 높이는 방안도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된다. 정부는 지난 18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에 따라 노인의 기준을 현행 65세에서 70세 등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한노인회도 지난 5월 노인의 기준을 70세로 높일 것을 정부에 제안한 바 있다.

이상배 기자 ppark14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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