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싸이월드, 살아나줘서 고맙기는 한데..
[오마이뉴스 송민근 기자]
싸이월드를 놓지 않았다(관련 기사 : 하루 방문자 2명... 그래도 '싸이'에서 논다). 가끔 들어가 BGM을 듣고, 다이어리를 남기던 싸이의 전면 리뉴얼 소식이라니. 날 잊고 있는 줄로만 알았던 친구에게 연락받은 기분이었다. 2014년 4월 8일, 싸이월드는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와 분리를 선언했다. 2003년 합병 이후 11년 만이란다.
미니홈피의 디자인을 바꾸고 스킨, 일촌평 등 많은 서비스를 정지했으나 이전의 팝업 미니홈피를 이용할 수는 있었다. 올해 9월 11일에 발표된 싸이월드 새 단장은 그때 이미 기획됐을지도 모르겠다. 9월 11일 발표에서 싸이월드는 방명록, 일촌평, 쪽지 서비스의 전면 중단과 함께 9월 말까지의 백업 서비스를 공지했다. 급하게 백업받아 돌이켜 본 일촌평은 스무 살의 치기 어린, 소중한 추억이었다.
오랜만에 사람들의 입에 싸이월드가 오르내렸고, 많은 사람이 추억을 간직하려 백업 서비스를 이용했다. 싸이월드를 잊고 있던 많은 사용자가 자신만의 보물 상자를 떠올렸고, 서비스를 다시 시작하면 꽤 많은 이용자가 돌아올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 백업 마지막 날인 9월 30일에는 싸이월드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
ⓒ 싸이월드 페이스북 |
결국, 많은 이용자가 백업을 받지 못한 채 10월 1일이 됐고, 백업 서비스는 종료됐다. 미리 백업을 받지 못하고 뒤늦게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수년간 쌓아온 추억을 모두 잃을까 전전긍긍했다. 다행히 싸이월드 측에서 10월 5일부터 10일까지의 추가 백업 기간을 제공하기로 알려왔고, 사람들은 싸이월드가 다시 열리는 5일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 싸이월드는 서버 폭주로 인해 백업을 받지 못한 이용자들을 위해 백업 서비스를 연장했다. 이 서비스는 10월 26일 현재도 이용할 수 있다. |
ⓒ 싸이월드 |
페이스북의 싸이월드 페이지에는 오랜만에 싸이월드를 다시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불만 제기가 가득했다. 오후 2시 경, 클럽 서비스는 다시 이용할 수 있게 됐지만,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클럽을 검색할 수 없었고, 로그인 오류, 속도 지연 등의 문제가 넘쳤다. 이런 문제는 며칠간 간간이 계속됐다. 백업 센터가 다시 열렸을 뿐, 싸이월드의 부활은 멀어 보였다.
▲ 모바일에서의 싸이월드 모습. “너 누구니?” 왼쪽부터 새 글쓰기, 글 목록, 싸이홈 |
ⓒ 싸이월드 |
그러나 모바일 서비스도 처음에는 원활하지 않았다. 로그인도 어려웠고, 애플리케이션도 정상적으로 실행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루 지난 13일, 그나마 이용이 가능해진 후, 오랜 기다림은 당혹감으로 나를 찾아왔다. '내 다이어리랑 사진첩 어디 갔지? 뭐야 이거 이상해ㅠㅠ' 정도의 심정이었다.
새 싸이월드는 기존의 구조에서 많은 것을 버렸다. 새롭게 바뀜으로써 타 SNS 이용자를 끌어오려는 목적이었을까? 다른 SNS에서 차용한 요소인 해시태그 시스템을 도입했고, 현재 모든 사진, 일기 등은 모두 하나의 '게시글'로 취급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폴더도 아직 사용할 수 없어서, 기존 게시글을 볼 때만 폴더의 존재 '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누구의 싸이홈에 처음 들어가더라도, 상대를 한눈에 알아보기 편해진 건 분명 장점이다. 이 사람이 다이어리를 많이 쓰는지, 사진을 많이 올리는지 바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 싸이월드의 가장 큰 장점은 '개인 공간'이라는 속성에 있었다.
SNS의 특성상 교류를 바라지만, 다른 SNS는 가만히 앉아서 타인의 소식을 받아보는 특성이었다면 싸이월드는 직접 찾아와서 보는 성격이 컸다. 모두에게 보이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달리 싸이월드는 혼자만의 일기장에 한 줄, 한 줄 기록해나가는 느낌이었다. 나만의 골방이 사라졌다.
▲ 새 웹 버전 싸이홈의 모습이다. 모바일 버전과 다른 점이 없다. 그저 큰 화면일 뿐. |
ⓒ 싸이월드 |
하지만 웹 버전을 처음 켜보고는 당황했다. 너무 친숙했다. 이전의 싸이월드와 비슷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모바일에서 사용하던 애플리케이션의 형태와 지나치게 비슷했다. 현대적인 디자인이 유지된 점은 좋았고, 다른 SNS 서비스가 모두 모바일 형태와 웹 형태가 비슷한 점을 생각해도 그럴 만했다.
하지만 온 화면을 채우는 내용이라고는 위 캡처 사진에 나온 것이 전부다. 모바일 화면을 그대로 웹으로 옮겨오다 보니 비율이 안 맞는 느낌까지 들었다. 사용하고자 하는 여러 기능은 화면을 꽤 스크롤 해 내려야 했고, 단순한 싸이홈은 오히려 사용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과거 싸이월드 사용자 중에는 물론 미니홈피 이용자가 대부분이었지만, 블로그 사용자도 상당수였다.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블로그 이용자들에게 이번 개편은 다소 실망스러울 터였다. 싸이월드 블로그 서비스는 사실상 종료됐다.
새로운 싸이홈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미니홈피 서비스다. 즉, 싸이월드 블로그 이용자들은 기존의 플랫폼을 잃어버린 것과 다름없다. 그래서 페이스북 싸이월드 페이지에도, 싸이월드 커버스토리의 댓글에도 블로거들의 불만이 많았다. 아직 모든 싸이홈의 기능이 구현되지 않았기에 평가하긴 이르다. 하지만 지금의 싸이홈은 기존의 싸이월드 이용자를 만족하게 하지도 못하고, 새로운 이용자를 끌어들이지도 못하고 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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