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FOCUS] 최강희 "우리가 잘해서 1위 지킨 것 아니다"

풋볼리스트 2015. 10. 2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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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우리가 질 때마다 수원도 같이 졌다. 그게 아니었으면 지금 수원이 1위 하고 있을 거다.”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은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0-0으로 비겼다. 경기 앞뒤로 기자들을 만나며 최 감독은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했다. 경기력이 애초 구상에 못미치는데도 우승을 향해가는 상황에 대한 냉정한 성찰이었다.

올해 K리그 클래식 선두권은 후반기 들어 동반 부진에 빠져 있다. 선두 전북이 최근 10경기에서 5승 1무 4패의 부진한 성적에 그쳤을 때, 역전의 좋은 기회를 잡은 추격자 수원삼성 역시 4승 3무 3패로 함께 부진했다. 전북과 수원이 느릿느릿 전진하는 사이, 선두권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포항스틸러스가 최근 6연승을 거둬 수원의 2위를 빼앗았다.

우승을 차지한 작년 전북의 35라운드 승점은 74점이었다. 서울전을 무승부로 마친 지금, 전북의 승점은 69점이다. 작년보다 단 5점이 떨어졌을 뿐이지만 그 의미는 다르다. 지난 시즌엔 초반에 고전하다 시즌 중반 팀을 정비하고 9연승을 거둔 뒤 1위 다운 모습을 유지했다. 올해는 막판까지 선두의 위용을 보이지 못한 채 아슬아슬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최 감독의 말엔 이런 상황에 대한 불만과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었다.

“4번 정도, 우리가 지면 수원도 같이 졌다. 우리가 이기면 수원도 이겼다. 맞대결에선 2승 1무다. 그걸로 지금 1위하고 있는 거다. 그게 아니었으면 지금 수원이 1위 하고 있을 거다.”

실제로 전북의 기세가 한풀 꺾인 13라운드부터 전북이 못 이긴 12경기를 보면, 같은 시기 수원도 승리를 놓친 경우가 7차례나 됐다. 전북의 패배를 접한 뒤 수원 경기 결과를 확인하면 수원도 함께 지거나, 기껏해야 무승부로 승점차를 하나 줄이는 날이 계속됐다. 승점차가 한 주 줄어들면 다음주엔 다시 늘어나는 식으로 지금까지 8점이 유지됐다.

“우승하려면 작년 9연승처럼 팀이 무르익어야 하는데 올해는 일찍 1위에 올라섰다. 그게 오히려 독이 됐다. 매 경기 상대에 맞추기 급급했다. 압도한 경기가 많지 않다. 4월부터 1위가 된 건 나도 의외였다. 모든 팀의 타깃이 됐다. 우리 홈경기에선 상대팀들이 극단적으로 내려섰다.

우리가 잘해서 올라선 것도 아니다. 그런데 1위가 되면 욕심을 낼 수도 없고 안 낼 수도 없다. 이렇게 일찍 1위가 된 건 처음이다. 매 경기 상대에 맞춤형으로 했다. 임기응변으로 이기기 위한 경기를 했다. 그동안 우리 축구를 보면 그렇지 않았다. 우리 축구를 했다. 올해는 그러지 못했다.”

최 감독은 우승하기 위한 밑그림을 짜는 능력이 탁월하다. 한 가지, 많아봐야 두 가지 포메이션 정도에 맞춰 선수들을 조합해 그 힘으로 끝까지 간다. 처음 우승한 2009년, 2011년에 ‘닥공’ 브랜드를 만든 공격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돌아온 뒤 첫 우승을 차지한 작년 등이 그랬다.

반면 올해는 고정된 전술과 주전 멤버 없이 시즌 막판까지 실험을 반복했다. 서울을 만나면 늘 스리백을 쓰고,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와 서울전에선 라이트백 최철순을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으로 이동시키는 변칙적인 전략으로 승점을 벌었다. 이런 지략이 잘 먹힌 경기도 많았지만 시즌 전체적으로 볼때 완성도가 떨어졌다는 것이 최 감독 본인의 분석이다. 이 상태로도 K리그 선두는 유지할 수 있었지만 ACL에선 8강 이상 올라가지 못했다.

“우리 선수들이 그래도 대단하다. 어려운 경기에서 이겼다. 승점차를 유지했다. 올핸 이렇게 갈 수밖에 없었다. 우승해도 아쉬움 남는 해다. 선수들 스스로 극복한 면이 크다. 그거 자체가 전북이 커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도자 입장에선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해다. 나도 또 다른 경험을 한 해였다. 일찍 1위 올라서면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느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선수들의 기량이 우승의 가장 큰 요인’이라는 말에 최 감독도 동의한다. K리그에서 가장 화려한 선수단이 어려운 상황을 맞을 때마다 스스로 힘을 냈다. 최 감독은 안정적이지 못한 시즌 운영에도 불구하고 승점을 잘 벌어다 준 선수들에게 지금까지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공을 돌렸다. 스스로는 새로운 시즌 운영을 경험하며 더 성장한 한해라고 했다. 우승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지금, 최 감독이 조금 일찍 내놓은 ‘시즌 결산 가안’이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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