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 "손수건 바꿉시다. 누님 냄새라도 맡게.."
(금강산=연합뉴스) 공동취재단·이봉석·차지연 기자 = "누님, 이렇게 바꿉시다. 누님 냄새라도 맡게…"
남측 김현욱(61) 씨는 갑자기 자신의 양복 주머니에서 갈색 체크무늬 손수건을 꺼내 북측의 누이 김영심(71) 씨의 분홍색 줄무늬 손수건과 맞바꾸면서 이렇게 말했다.
현욱씨는 취재단에 "그냥 갑자기 주고 싶었다. 마지막이니까. 내일은 또 못 볼 수도 있잖아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현욱씨는 손목에 차고 있던 금장 시계를 빼서 북측 고모 김명옥(79) 씨에게 끼워주기도 했다.
이들 가족은 1·4 후퇴 때 헤어졌다.
일부가 평양 대동강쪽에서 기차역에 오르면서 남은 가족들과 서울 남대문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이산가족이 된 것이다.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 이틀째인 25일, 헤어짐을 하루 앞둔 가족들은 오후 단체상봉을 통해 애틋함을 나눴다.
이날 단체상봉은 오후 4시30분(북측시간 4시)부터 금강산호텔에서 2시간 동안 이뤄졌다.
진영(84) 할머니는 북측 조카들에게 "오래 살아서 다시 만나자. 내가 오래 살거야. 내가 백살까지 살께"라고 약속했다.
진 할머니는 1·4 후퇴 당시 피난길에 오르며 북에 부모님과 언니를 남겨두고 왔다. 꿈에 그리던 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언니의 자녀들을 만나 회포를 푼 것이다.
부모님의 소식을 전해 들은 진 할머니는 조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식도 하기 힘든 일을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진 할머니의 부모님) 다 모시고… 내 자식 이상으로 생각하고 죽어도 안 잊을께. 자나깨나 내가 그 걱정이었는데 고맙다."
조은애(76) 할머니는 북측 조카들과 함께 사진을 찍다가 미처 만나지 못한 형제들 생각에 울음을 삼켰다.
조 할머니는 조카들 이마를 손으로 쓸어올리며 연신 "정말 닮았죠" 하고 말했다.
남측 조순전(83) 씨는 북측의 여동생 조서분(79) 등을 만나 적십자사에서 찍어준 가족들의 단독 사진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러던 중 서분씨가 갑자기 순전씨의 사진을 보면서 "언니, 이 사진은 내가 가져가도 될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아냈다.
1972년 납북된 오대양호 선원 정건목(64) 씨는 전날과 다른 안경을 쓰고 이날 상봉장에 나타났다. 바로 전날 누나 정정매(66) 씨가 쓰던 안경이었다.
건목씨는 "누나가 안경을 줬는데, 신기하게도 도수가 맞았다"고 말했다.
이날 2시간의 단체상봉이 안내방송과 함께 마무리되자 일부 남측 가족들은 엉엉 울면서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에 탑승했다.
이번 상봉행사의 최고령자 중 한 명인 남측 이석주(98) 할아버지와 북측 김정옥(86) 씨는 갑자기 몸 상태가 나빠져 단체상봉에 불참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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