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 대신 '의리', 세계 1위 박인비의 선택

입력 2015. 10. 23. 07:09 수정 2015. 10. 23. 07:1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엑스포츠뉴스=광주, 조희찬 기자] 세계랭킹 1위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약속'이 더 중요하다고 믿었다.

박인비는 22일 경기도 광주시 남촌CC에서 열린 2015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KB금융스타챔피언십 첫날 하민송(롯데)과 함께 공동선두다. 

격차는 제법 돼 보였다. 시즌 4승, 그중 메이저대회서 2승이다. 올해의 선수, 세계랭킹 1위, 상금왕 등 어느 부문에서도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경쟁자가 리디아 고(뉴질랜드)다.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 우승을 앞세워 어느새 모든 부문에서 박인비와 백중세다. 

먼저 올해의 선수에선 박인비와 리디아 고의 점수차가 없다. 박인비가 지난 KEB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 톱10 밖으로 밀려나 점수를 얻지 못했다. 리디아 고는 공동 4위로 7점을 더했다. 둘의 점수는 243점으로 동점이다.

상금은 리디아 고가 뒤집었다. 리디아 고는 약 241만달러를 모았고 약 237만달러의 박인비에 근소하게 앞서있다. 세계랭킹은 박인비가 12.69점으로 12.42점의 리디아 고보다 0.27점 차다. 1개 대회에서 쉽게 뒤집힐 수 있는 격차다.

이번 주 LPGA 대회를 포함해 시즌 종료 전까지 남은 대회는 4개다. 그런데 대만에 있어야 할 박인비가 한국에 남았다. 팬들과 스폰서와의 약속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박인비의 메인스폰서인 KB금융그룹 주최 대회다. 국내대회 성적이 세계랭킹에 반영된다지만,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KLPGA에 참가하는 건 불리함을 안고 싸우는 모험이다. 소식통에 의하면 스폰서 측에서 대회 1개가 아쉬운 그의 사정을 고려해 대만 대회에 참가할 것을 권유했다고 알려졌다. 박인비는 정중히 사양했다.

박인비가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내색하려 하지 않았지만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경기가 끝난 후 리디아 고 성적이 언급되자 귀를 쫑긋 세웠다. "리디아 고가 잘 쳤나요?"라고 기자들에게 되물었다.

하지만 이내 "리디아 고가 잘 치는 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KLPGA 대회가) 스폰서 대회인만큼 내가 참석하는 게 맞다"며 "급하다고 약속을 저버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만 대회에 참가했다면 죄책감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을 거다"고 했다.

박인비는 남은 3개 라운드에 대해 "한국에서만 경기하면 우승이 없었다. 이번 주 출발이 좋고 다른 때보다 느낌도 좋다. 대만에 못 간 만큼 충분히 여기서 내 기량을 펼쳐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며 LPGA 대회를 건너뛴 만큼 현재 위치에서 온 힘을 쏟아낼 것을 다짐했다.

etwoods@xportsnews.com / 사진 = 박인비와 전인지 ⓒ KLPGA 제공

Copyright © 엑스포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