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 반응..신드롬일까 신기루일까

이한철 기자 입력 2015. 10. 2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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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이한철 기자]
영화 '돌연변이'는 신약 개발 부작용으로 생선인간이 된 청년 박구의 이야기를 그린다. ⓒ 필라멘트픽쳐스

'돌연변이' 생산인간이 홀연히 나타나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생선인간 신드롬'은 다소 싱겁게 끝날 것으로 보인다.

영화 '돌연변이'는 신약 개발 부작용으로 생선인간이 된 청년 박구가 세상의 관심으로 일약 스타가 됐다가 제약회사의 음모로 세상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칸 영화제 단편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셰이프'의 각본을 쓴 권오광 감독의 작품이어서 기대를 모았다.

박구는 약을 먹고 잠만 자면 30만원을 주는 생동성 실험의 부작용으로 생선인간이 된다. 홀연히 나타난 그의 등장은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리며 큰 파장을 일으킨다. 매스컴과 SNS의 계속되는 노추로 인해 박구는 일약 청년세대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고 '생선인간 박구 신드롬'은 사회현상으로 번진다.

그러나 제약회사의 음모로 박구는 스타 생선에서 순식간에 죽일 놈의 생선으로 세상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한다.

상상력은 기발했다. 한국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소재를 통해 청년실업, 언론의 왜곡보도, 무한경쟁 사회, 인권의식 실종 등 사회적 문제들을 재치 있게 풍자했다.

하지만 사회적 문제들을 지나치게 많이 담으려하다 보니 무엇 하나 두드러지지 못하는 문제를 드러냈다. 또 상대적으로 관객들이 기대했던 재미와 코믹한 요소들은 무거운 주제들에 가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느낌이다. 때문에 영화는 94분의 짧은 런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한 감이 있다.

또 박구의 성추행 장면이나 선역과 악역의 구분이 모호한 변 박사의 캐릭터 설정 등은 보는 시각에 거부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그만큼 관객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시사회 등을 통해 먼저 접한 관객들은 "독특한 소재와 스토리, 흥미진진한 캐릭터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큰 기대를 안고 봤는데 너무 지루했다" "재미와 감동, 풍자 세 마리 토끼를 쫓다 다 놓친 격"이라는 혹평도 쏟아졌다.

영화 '돌연변이'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는 예상과 달리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 필라멘트픽쳐스

그러나 영화 속에서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생선인간 이광수를 비롯해 이천희, 이보영 등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영화, 드라마 예능을 종횡무진하며 맹활약하고 있는 이광수는 전례 없는 독보적인 캐릭터에 도전했다. 그는 4시간~6시간이 걸리는 분장과 8Kg이 넘는 생선인간 탈을 2달간의 촬영기간 직접 착용하는 열정을 보여줬다.

관객들이 이광수가 연기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건 그의 목소리와 큰 키뿐이다. 하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다 생선인간이 된 박구의 쓸쓸함과 외로움이 그의 말투와 몸짓에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정작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건 장례식 장면의 사진뿐이지만, 그의 열연은 충분히 칭찬할 만했다.

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능청스러운 캐릭터부터 진중한 생활연기까지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치는 이천희는 박구 덕에 정직원이 되고 싶은 인턴기자 성원으로 등장한다. 안쓰러운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자 청년실업 문제를 직접적으로 대표하는 인물이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오 나의 귀신님'에서 빙의녀 '나봉선' 역으로 최고의 시간을 보낸 박보영은 '돌연변이'에서 박구 덕에 인터넷 이슈녀가 되는 ID 폭행몬스터 주진 역을 맡았다.

주진은 박구를 제약회사에 팔아넘기고 온라인상에서 다소 난폭한 욕설과 행동들을 벌이는 인물로 박보영은 자신만의 색깔로 황당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깜찍하고 귀여운 매력은 물론, 한층 무르익은 연기로 작품을 중심을 지탱해준다.

한편, '돌연변이'는 제40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이어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2일 정식 개봉 이후에도 관객들의 폭발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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