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월급 대신 '밀크페이' 어떤 문제 있을까?

김필규 입력 2015. 10. 20. 22:04 수정 2015. 10. 20.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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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우유업체, 서울우유죠. 서울우유가 월급 대신 유제품을 줬다는 소식이 계속 화제입니다. 경영난 때문에 일시적으로 취한 조치였다고 하는데 이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인가, 또 어쩌다 이런 일까지 벌어졌는지 논란도 많았습니다. 오늘(20일) 팩트체크에서 이 문제를 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유제품을 줬다면 금세 상하기도 쉬울 텐데. 정말 우유라든가 치즈라든가 이런 걸 봉급 대신 줬다는 겁니까?

[기자]

예, 우유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멸균우유나 분유, 전지분유 등도 있었는데요.

어떻게 된 건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울우유가 직원 대상으로 유제품 판매 행사를 연 게 지난 6월입니다.

여기서 직원들은 10만~20만 원, 임원급은 200만~250만 원 정도씩을 구매한 겁니다. 그리고 산 액수만큼은 월급에서 먼저 빠져나갔고, 구입한 제품은 이후 석 달에 걸쳐 나눠서 받았습니다.

그러니 회사가 매달 월급 대신 우유를 주겠다 한 것은 아니지만, 월급의 일정액만큼 자사 제품, 현물을 사게 된 것은 맞는 거죠.

[앵커]

우유는 굉장히 마셨겠습니다. 그런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습니까? 현금으로 안 줬는데.

[기자]

사실 이런 문제, 과거에는 심심찮게 있었습니다.

1970년 광부들에게 '쌀 반, 돈 반'으로 월급을 줬는데 그나마도 형편 어려우면 탄으로 줬다는 기사가 있고, 1980년에는 '불황의 여파로 모 섬유업체가 자기네 옷을, 또 모 전자회사는 자사 전자제품을 지급한 뒤 월급에서 공제해 말썽을 빚고 있다'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이게 주로 상품권으로 형태로 바뀌어서, 2008년 경기도 한 농협에선 직원에게 월급 중 일부를 농협상품권으로 줘 문제가 된 적 있고, 최근 한 명품업체에선 인턴에게 식대 30만원을 준다고 한 뒤 외식상품권으로 주기도 했고, 또 2009년에는 정부가 공공근로자들에게 임금의 절반 가까이를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줘 모두 논란이 됐습니다.

이런 것 어떻게 볼 수 있을지 전문가에게 들어봤습니다.

[강희언 교수/경희대학교 법학과 : 근로기준법 43조를 보면 근로자에게 원칙적으로 임금은 통화로 지급하도록 되어있고. 임금 외에 플러스알파로 주는 것들은 임금과 별도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할 수 있지만, 임금에 해당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돈으로 줘야 된다는 얘기군요, 쉽게 얘기하면. 그러니까 현행법으로 그렇게 돼 있다니까. 모든 임금은 통화, 진짜 돈으로 줘야 된다. 물론 은행으로 들어가기는 합니다마는 대부분.

[기자]

그렇습니다. 이 원칙이 처음 정해진 게 19세기 초 영국에서인데요. 재고를 처리할 수 있으면서도 노동자를 자기 회사에 묶어두기 위해 그 당시 영국에선 자기네 제품을 급여 일부로 지급하는 꼼수가 널리 퍼졌습니다.

문제가 커지다 보니 '모든 급여는 현금으로 지불돼야 한다'는 '트럭 액츠, 현물지급금지령'이 제정됐는데, 국내 근로기준법에도 이 내용이 반영돼 임금 지급의 4원칙, 직접·통화·전액·정기일, 그러니까 임금은 당초 계약한 전액을 정해진 날에 직접 화폐 형태로 전해줘야 한다는 게 명시돼 있습니다.

[앵커]

옛날에 정말 직접이었습니다. 제가 사회생활 시작할 때만 해도 초창기에는 누런 봉투에 현금으로 받았으니까요. 요즘 상상도 못 할 일이기는 합니다마는. 그럼 상품권 지급도 당연히 안 되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혹시 지금 어느 회사 인턴들 중에 혹시 문화상품권이나 외식상품권으로 임금을 대신 받는 경우가 있다면 모두 부당한 대우인 것이고, 공공근로 대가로 온누리상품권 준 것도 원래 위법인데, 이건 문제가 되자 정부가 아예 해당 시행령을 바꿔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다만 상황에 따라 현물지급이 가능할 수도 있는데 어떤 경우인지 들어보시죠.

[김성중/노무사 : 원칙은 통화불(현금지급)이 원칙인데 예외적으로 법령으로 정하거나 단체협상에서 정한 경우에는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고 되어있죠. 법원에서는 개인의 자발적 의사에 의한 공제 동의서를 제출한 경우에는 (월급에서) 공제할 수 있게 되어있어요.]

[앵커]

단체 협상에서 그렇게 정한 부분이 있다든가, 아니면 개인이 현물로 받겠다고 하면 가능하다 그런 얘기군요.

[기자]

그렇죠. 이번에 서울우유에선 "직원들이 억지로 한 게 아니다. 원하지 않는 사람은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런 자발성을 부각했고요.

또 확인 결과 서울우유 노조 측에서도 "사전에 회사 측이 설명을 했고, 그래서 명절 직원 할인행사와 비슷한 취지로 받아들였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따라서 법적인 문제까지 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도 앞서 근로기준법상 4원칙인 통화원칙, 반드시 따라야 하는 강행규정인데 제대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이런 식의 월급 공제는 적절치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어제 내드린 숙제는 풀어오셨는지요. 도박판에서 판돈은 어떻게 계산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게 이제 고스톱이나 바카라 이런 도박의 종목에 따라서 계산하는 방법이 달라져서 딱 얘기하기는 쉽지 않은데요.

3년 전 불교계에 파문을 일으킨 승려 도박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그때 고발자는 '억대 도박'이라고 했고 당사자들은 몇백만 원에 불과했다고 해 논란이 된 적 있는데, 과거에는 한 판에 걸린 돈에 도박 횟수를 곱해 판돈을 계산했습니다.

[앵커]

굉장히 불어났었죠, 그래서.

[기자]

그래서 예를 들어 보면 한 판에 걸린 돈이 100만원이었고, 10회를 하면 1000만원이 되는 거죠. (보통 10회만 하고 끝내지 않죠) 맞습니다.

그래서 주부도박단이 검거됐을 때 갑자기 몇억, 그 이상을 벗어나는 범위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던 건데요.

그래서 요즘은 압수한 돈의 총액을 판돈으로 보는데, 예를 들어 경찰이 도박판을 덮쳤을 때 올려진 칩과 도박자금이 각각 100만 원, 150만 원, 200만 원이었다면 판돈은 450만 원이 되는 겁니다.

여기에 이 도박판에서 돈 잃고 나간 사람의 진술 등을 감안해 최종 규모를 정하는데, 사실 아주 정확한 계산까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경찰 관계자 이야기였습니다.

[앵커]

경찰한테 확인했습니까? (그랬습니다) 알겠습니다. 연말도 다가오기 때문에 조심하시라는 차원에서 시청자 여러분께. 그래서 이 숙제는 내드렸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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