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meover의 편파야구, 거침없는 다이노스] '위너'가 된 스튜어트, 믿기지 않는 8회

2015. 10. 20.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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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경기 결과: 두산 베어스 1-2 NC 다이노스

지난 18일 경기는 2014년 LG와의 준플레이오프(PO)를 연상케 했다. 1회부터 예상치 못한 선취점을 내주며 주도권을 빼앗겼다. 홈런으로 인해 점수 차가 벌어졌고 타선은 무기력했다. 마산구장 최초 포스트시즌 승리의 꿈은 다음으로 미뤘다. 기자의 가슴 한편엔 혹시나 ‘2차전도 2014년처럼 되는 게 아닌가’하는 노파심이 들었다. 관중석 곳곳엔 빈 곳이 보이고, ‘히드랍더볼’ 같은 어이없는 실책으로 경기를 내주는 악몽(사실 2014년 2차전 관중이 적었던 이유는 2경기 연속 우천취소 된 영향이 제일 컸다).

다행히 상상은 상상에 불과했다. 관중석은 1차전처럼 마산의 가을과 바다가 물결치고 있었다. 관중은 1차전 대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관중석을 꽉 채워달라”는 김경문 감독의 부탁에 매진으로 응답했다. 김경문 감독도 선수들을 믿었다. 2차전 라인업은 해커의 자리를 스튜어트가 대신한 것만 빼고 1차전과 똑같았다. “이 선수들이 쳐야 우리가 3승을 할 수 있다. 선수들을 믿고 큰 변화 없이 갈 것이다”며 베스트9에게 굳건한 신뢰를 보냈다. 선수들은 감독과 팬들의 믿음에 극적인 승리로 보답했다.

‘마산 예수’ 스튜어트, ‘위너’가 되다.

스튜어트의 첫 인상은 '예수' 그 자체였다. [출처=NC다이노스 공식 홈페이지]

시즌 중반, 찰리를 대신해 새로운 얼굴이 들어왔다. 그는 선수단과의 첫 만남에서 역사적인(?) 사진을 남긴다. 미국에서도 한솥밥을 먹었던 테임즈에게 떠밀려 선수단 중앙에 들어선 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기소개를 했다. 꼬불꼬불한 헤어스타일과 굵직한 턱수염을 가진 그는 경건한 느낌으로 두 팔을 벌렸다. 카메라에 포착된 모습은 ‘예수’가 마산에 강림한 느낌이었다. 이 사진을 본 팬들은 스튜어트에게 ‘마산 예수’라는 별명을 붙였다.

‘마산 예수’는 공룡군단의 구세주였다. 시즌합류와 동시에 구멍 난 선발진을 든든히 메웠다. 1위 다툼이 한창이던 9월 이후엔 7경기 5승 평균자책점 1.54로 해커와 함께 리그 최강 원투펀치를 이뤘다. 그러나 ‘원 펀치’ 해커가 PO 1차전에서 무너졌다. 상대 선발투수 ‘니느님’ 니퍼트는 완봉투로 NC 타선을 꽁꽁 묶었다. 분위기 반전이 절실했다.

역시 ‘마산 예수’는 공룡군단의 구세주였다. 부담스러운 PO 2차전을 완벽히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150km대 속구와 스트라이크 존 앞에서 왼손 타자 몸쪽으로 떨어지는 140km대 커터는 두산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구위도, 구속도, 제구도 모두 일품이었다. 타자들의 득점지원이 감감무소식이었음에도 꾸준히 자기 피칭을 이어나갔다. 이날 경기에서 한 이닝에 두산타자를 5명 이상 상대한 이닝이 하나도 없었다. 속전속결로 이닝을 마쳤다. 짧은 수비시간 덕에 타자들은 떨어진 타격감을 좀 더 빨리 끌어올릴 수 있었다.

야수들도 좋은 수비로 스튜어트를 지원했다. 3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손시헌과 박민우가 김재호의 다소 느린 땅볼을 재빠른 플레이를 통해 병살타로 만들었다. 5회초엔 김태군이 2루를 훔치려던 홍성흔을 깔끔하게 저격했다. 이날의 최고 지원군은 ‘절친’ 테임즈였다. 8회초 홍성흔의 우익선상 2루타성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곡예 하듯 잡아냈다. 9회초엔 선두타자 정수빈의 총알 같은 타구를 넘어지면서 막아냈다. 테임즈는 베이스 커버 하러 달려온 스튜어트에게 공을 전달했고, 소중한 아웃카운트를 합작한 두 친구는 글러브 하이파이브로 서로의 플레이를 칭찬했다.

스튜어트의 뒤는 야수들이 지켰다. 특히 '절친' 테임즈는 2루타 2개를 막아냈다. [출처=NC다이노스 공식 홈페이지]<br />

마지막은 더욱 극적이었다. 스튜어트가 9회초 2사에서 민병헌에게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다음 상대는 4번 타자 김현수. 마무리 임창민은 이미 출격대기 상태. 최일언 코치가 통역과 함께 마운드에 올랐다. 짧은 대화가 이어졌고 김태군은 오른손으로 스튜어트의 가슴팍을 두드렸다. 이내 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연투를 자청한 ‘마산 예수’의 122번째 공은 김현수의 배트에 맞은 뒤 좌익수 김성욱의 글러브에 안착했다.

그렇게 27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가던 순간. 스튜어트는 ‘위너’가 됐다. 공룡 가족에게 보내는 첫 영상메시지에서 “(한국에서)위너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경기를 완투한다는 마음으로 최대한 많은 이닝을 최소실점으로 막아내 팀 승리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우승을 목표로 다이노스의 승리에 반드시 기여하겠습니다.”라던 소망이 현실이 됐다.

믿기지 않는 8회

얼떨떨한 8회였다. 8회 초부터 그랬다. 선두타자 홍성흔의 안타성 타구를 테임즈가 믿기지 않는 점핑캐치로 막아냈다. 2루타 혹은 3루타를 막아낸 호수비에 마산구장은 들끓었다. 이내 경기장엔 경기를 방해하는 플래시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방송이 나왔다. 두산의 응원문화 중 하나인 ‘플래시 응원’이 차단되는 소리였다. 그 모습을 보며 통쾌(?)해 하느라 NC관중석이 잠깐 산만해졌다.

그 순간 갑자기 ‘딱’하는 타격음이 들리더니 “어어?” 하는 사이에 공이 중앙 백스크린을 때렸다. 오재원의 뜬금없는 솔로 홈런이 터진 것. NC 관중석은 싸늘해졌고, 두산 관중석은 환호에 가득 찼다. 1분 만에 상황이 180도 바뀐 셈이다. 다행히 스튜어트가 후속타자를 신속히 처리하며 불안한 정적을 빨리 없앴다.

언제나 그렇듯 8회말 시작은 잃어버렸다가 되찾은 ‘마산스트리트’가 장식했다.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타올랐다. 선두타자 손시헌이 좌전안타를 때리며 포문을 열었다. 다음 타자 지석훈은 보내기 번트자세를 취했다. ‘안정적인’ 1점을 원하는 모습.

마산에서는 정말 '닉쿤'보다 '지석훈'이다. [출처=NC다이노스 공식 홈페이지]<br />

지석훈의 훌륭한 연기였다. 김경문 감독은 ‘안정’ 대신 ‘도전’을 택했다. 함덕주의 2구 투구와 동시에 대주자 최재원은 달리고 지석훈은 배트를 고쳐 잡고 가볍게 휘둘렀다. 타구는 좌익선상에 떨어졌다. 극적인 동점타를 때린 지석훈은 후련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을 향해 ‘임무완료’를 신고했다.

김태군이 보내기 번트에 성공하며 1사 3루 역전 기회를 잡았다. 이번에도 김경문 감독은 ‘도전’을 택했다. 볼카운트 2-0 상황에서 3구째 투구와 동시에 지석훈이 홈으로 쇄도했다. 김성욱은 갑자기 번트자세로 돌변했다. 함덕주는 이에 놀란 듯 포수가 잡을 수 없는 곳으로 공을 던졌다. 동점타 주인공 지석훈은 결승 득점의 주인공도 됐다. 공룡가족은 믿을 수 없는 역전과 승리를 맛봤다.

'가을의 질주'는 이제 '시동'을 걸었다.

기념비적인 승리를 거둔 뒤, 공룡가족들은 졸였던 마음을 놓고 비로소 가을 축제를 즐겼다.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아파트-여행을 떠나요-마산스트리트를 연달아 부르며 승리를 자축했다. 모르는 사람과도 하이파이브를 나눴고, 얼굴엔 미소가 한가득 했다. 마산에 프로야구가 정착한 이래 처음 거둔 가을야구 승리를 온몸으로 즐겼다. 외야석엔 수많은 체크무늬 깃발이 쉴 새 없이 나부꼈다. 마치 ‘가을의 질주’의 시작을 선언하는 깃발 같았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몸놀림이 가벼워진 야수들의 모습을 보며 드디어 ‘시동’이 걸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공룡군단의 진짜 ‘가을의 질주’는 이제 시작이다.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니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 넘치는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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