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빚 더 내줄테니 결혼하라'는 정부 "대출갚느라 출산율 오르겠나" 회의적

2015. 10. 1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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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뾰족수 없는 ‘저출산 정책’

‘노인인구 급증’ 2020년 앞두고 마련
재원규모도 못 정해 실효성 미지수

정부는 18일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시안)을 발표하면서 “인구절벽 위기 대응의 마지막 골든타임인 향후 5년(2016~2020년)을 놓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위기의식에도 ‘저출산의 덫’에서 벗어날 만한 획기적인 청사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향후 5년을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보는 배경은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살)의 감소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또 인구의 32.5%에 해당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74년생)가 2020년부터 노년층에 들어서면서 노인 인구가 급증할 것이란 관측이 더해지고 있다. 한국의 노인 인구는 현재 662만명에서 2030년에는 갑절인 1269만명으로, 2050년에는 세배인 1800만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노인 빈곤이 더 심화하는 등 각 분야에서 위험 요인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2006년 이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5년마다 내놓으면서 모두 137조원(올해말까지 1·2차 계획 합계 기준, 저출산 80.2조원·고령화대책 56.7조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하고서도 변변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 수)은 1.21명(2014년 기준)에 그친다. 세계 190여개국(유엔 회원국 기준) 가운데 홍콩(1.20명)과 마카오(1.19명) 다음으로 가장 낮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3차 계획에서는 결혼·출산 기피의 근본 원인을 해소하기 위해, 청년들이 결혼을 망설이는 주요 원인인 고용·주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25~39살 성인 가운데 미혼 비율은 41%(2010년 기준)에 이른다. 비혼·만혼 추세가 저출산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등 주거 지원책을 여럿 담았다. 여성의 결혼 시기가 25살 미만인 경우 평균 자녀 수가 2.03명인 데 견줘 35살 이상일 경우엔 0.84명으로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해, 전세임대주택 입주자 선정 때 나이가 어릴수록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비혼·동거 가구에 대한 차별금지법 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7월 발표한 정부 합동 ‘청년고용절벽 해소 대책’(청년고용증대세제 도입 등)도 이번 계획에 포함시켜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고용·주거 지원 확대 방안이 실효를 거둘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신혼부부의 대출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편다고 하지만 전셋값이 계속 올라가는 상황에선 결혼을 해도 출산보다는 빚갚기와 저축에 우선순위를 둘 가능성이 더 크다”며 “종합적으로 결혼을 일찍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신뢰를 청년층에게 심어줘야 하는데, 그러기엔 이번 계획안은 대단히 미흡하다”고 평했다. 이번 기본계획의 상당부분은 이미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인데 정부는 기본계획 추진에 소요되는 재원 규모도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는 “정부가 복지지출 등에 소극적인 태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전향적으로 출산율을 반등시킬 만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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