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엔씨소프트 지분 전량 매각..누가 샀을까(종합)

류현정 기자 2015. 10. 1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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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와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 조선DB

넥슨이 엔씨소프트 보유 지분 15.08% 전량을 매각한다. 올해 1월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지 9개월 만이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엔씨소프트(036570)보유 주식 330만6897주(15.08%) 전량을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한다. 주간사는 모간스탠리로 투자자의 주식 매수 신청은 이날 오후 7시에 마감됐다. 주당 매각 예상 가격은 18만~19만원 수준이다. 이날 종가 19만6500원에 할인율 3.3%~8.4%가 적용된다.

◆ 왜 팔았나…더이상 실익 없다고 판단한 듯

넥슨의 최대주주인 김정주 사장이 두 회사의 경영권 분쟁의 골이 깊어진 이후 향후 협업하거나 경영권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엔씨소프트 지분 보유가 더이상 실익이 없다고 최종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2012년 엔씨소프트와 미국 최대 게임업체인 일렉트로닉아츠(EA)를 공동 인수하기 위해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의 일부 지분(14.7%)을 인수했다. 지분 인수 주체는 넥슨재팬이었다. 그러나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EA 인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또 지난해까지만 해도 온라인 게임 '마비노기2' 등의 공동 개발에 나섰지만 두 회사는 상이한 게임 개발 문화로 협업에 실패했다.

엔씨소프트의 주주로서 실익을 챙기지 못한 김정주 사장은 엔씨소프트 지분을 추가로 매수해 올해 1월 경영참여 선언에 이어 2월 주주제안서 전격 공개 등으로 엔씨소프트를 단계적으로 압박해왔다. 2월 공개한 주주제안서에는 넥슨 측 이사 선임, 주주명부 열람, 자사주 소각, 전자투표 실시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넥슨이 주주제안서를 공개한 지 불과 열흘만에 넷마블에 자사주 8.93% 전량을 팔고 넷마블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방어했다. 넷마블이 백기사 역할을 한 것이다.

특히 김택진 사장이 넷마블 주식을 당시 거래 가격보다 2배 높게 사주고 넷마블이 엔씨소프트의 핵심 자산인 ‘리니지’ 지적재산권을 활용해 모바일게임까지 개발할 수 있도록 제안한 것을 두고 김정주 사장이 개인적으로 크게 실망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정주 사장은 엔씨소프트 경영 참여를 시도했지만, 엔씨소프트의 백기사 전략에 허를 찔린데다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는 여론에도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일본에 상장된 넥슨재팬이 엔씨소프트 보유 지분을 팔라는 일본 주주의 압박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누가 샀을까?…증권업계, 텐센트 가능성 추측도

증권시장에서는 넥슨의 엔씨소프트 보유 주식 블록딜과 관련해 사전에 외국계 기관 투자자와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분석한다. 이날 블록딜로 나온 물량은 총 330만6897주, 할인율을 감안하면 주당 가격은 18만~19만원이다. 주식 전량이 매물로 나왔기 때문에 총 주식 대금은 최소 5952억4146만원 수준의 대규모 거래다.

증권사 관계자는 “매각 대금이 수천억원 수준의 큰 거래는 미국 주식 시장이 문을 열고 본격적으로 업무가 진행되는 한국 시각 자정에 마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며 “오후 4~5시에 블록딜을 공지하고 불과 2~3시간 후인 7시간 마감했다는 것은 이미 투자자와 협의를 마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가 넥슨이 보유한 엔씨소프트 주식을 사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텐센트가 미국과 한국의 게임업체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온데다 최근 3년 사이 매출이 급증하면서 자금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텐센트는 '리그오브레전드'(LoL)의 개발사인 미국 라이엇게임즈의 최대주주이며 국내 게임업체 넷마블의 3대 주주다. 네시삼십삼분, 파티게임즈, 카본아이드 등 국내 모바일 업체들의 지분도 갖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주식은 이날 19만6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일년 전인 2014년 10월15일 종가 13만3000원에 비해 48% 상승한 수준이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많이 상승했음에도 주식을 매입한다는 것은 엔씨소프트의 성장성을 알고 있다는 의미”라며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 등 중국 사업과 관련해 협력을 함께하는 텐센트가 주식의 80% 수준을 매입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텐센트의 엔씨소프트 지분 매입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석이 더 많다.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분산 매각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텐센트는 이미 엔씨소프트와 계약 관계로 게임을 중국 내에서 유통하고 있기 때문에 주식 매입에 따른 실익이 적다”며 “블소 모바일, 리니지 이터널, MXM 등 기대작이 출시예정인 상태이기 때문에 시세 차익을 노리는 제3의 기관 투자자일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 넥슨, 16일 공시 예정…엔씨소프트 “당황스럽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이번 블록딜과 관련해 “답변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주식 5% 이상을 가지고 있는 주요 주주이기 때문에 블록딜에 성공했을 경우 지분변동 공시를 해야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누가 주식을 샀는지에 대한 정보는 내일 공시가 나와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갑작스런 블록딜 소식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현재 재무 라인을 통해 넥슨의 블록딜 현황을 파악 중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넥슨이 블록딜을 했다면 지분 변동 공시가 있으니, 내일 실체가 밝혀질 것 같다”며 “현재 향후 대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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