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두산' 기적의 9회 7점차 뒤집기 쇼

장강훈 2015. 10. 1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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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스포츠서울 최승섭기자] 14일 목동구장에서 넥센과 두산의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렸다. 두산 김현수가 9회초 1사 만루 우전 2타점 안타를 친 후 환호하고 있다. thunder@sportsseoul.com
[목동=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9회초 1사 만루에서 넥센 투수 조상우가 150㎞짜리 직구를 초구로 꽂아 넣었다. 6-9로 따라붙은 역전 찬스에 타석에 들어선 두산 4번타자 김현수가 힘차게 배트를 돌렸지만, 헛스윙. 순간, 3루에 있던 넥센 김민성은 조상우에게, 주자 김재호는 김현수에게 박수를 보냈다. 결코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양팀 선수들의 의지가 그대로 전달됐다. 1볼 2스트라이크에서 김현수의 우전 2타점 적시타가 터지자 1루측 관중석이 들썩였다. 8-9로 한 점차까지 따라붙고 1사 1, 3루 기회로 이어지자 김현수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강동우 코치와 환희를 나눴다. 낙담하던 두산 팬들은 승리를 직감한 듯 단 한 명도 자리에 앉아있지 못했다.

양의지가 타석에 들어서 볼카운트 1-1을 만드는 순간, 넥센의 키스톤 콤비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2루에서 더블플레이 동작을 점검하며 끝내기를 바랐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넥센의 압승이 예상됐던 경기라 넥센 벤치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8800여 명의 관중들은 야유와 함성을 교차하면서도 공 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볼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조상우가 5구째를 던진 순간, 양의지의 배트가 힘차게 돌았다. 좌중간을 향해 날아가던 타구는 아무도 잡지 못하는 곳에 떨어졌고, 넥센 중견수 유한준과 좌익수 문우람이 한 번씩 공을 더듬는 사이 김현수까지 홈을 밟았다. 10-9 역전. 9회초 거짓말처럼 역전에 성공하며 두산이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순간이었다. 분위기를 장악한 두산은 최주환이 스윙한 원바운드 된 공을 넥센 포수 박동원이 뒤로 흘리는 사이 양의지까지 홈을 파고들어 6점째를 만들어냈다. 3이닝 동안 9점을 쓸어 담으며 7점차 리드를 뒤집은 것이다. 2001년 10월 25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삼성에 6점 뒤지던 경기를 뒤집은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점수차 역전승 기록을 새로 쓴 순간이기도 했다.
[목동=스포츠서울 최재원선임기자]두산의 양의지가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4차전 넥센과 경기에서 9회초 1사 1,3루서 싹쓸이 2타점 안타를 터트린 뒤 3루서 환호하고 있다. 10-9 역전 안타. shine@sportsseoul.com
두산이 2013년의 기적을 재현할 기세다. 당시 넥센과 치른 준PO에서 역대 두 번째 리버스 스윕(2연패 뒤 3연승)으로 PO에 진출한 뒤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 삼성과 7차전 혈투를 펼쳤다. 당시 당당한 행보를 두고 ‘미라클 두산’이라는 찬사가 날아들었는데, 이날 경기에 비하면 2013년은 예행연습에 불과했다.

선발 이현호가 3이닝 3안타 3실점(2자책)하며 조기강판됐고, 구원등판한 노경은이 1.1이닝 동안 홈런 한 방을 포함해 5안타 4실점 하는 등 6회까지 9점을 내줄 때까지만 해도 준PO가 5차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두산은 한 경기라도 덜치르고 체력을 아껴야 NC와 치를 PO에서 힘을 쓸 수 있기 때문에 필사의 각오로 나섰다. 그 집념이 9회초 빅이닝으로 폭발한 것이다.
[스포츠서울 김도훈기자] 두산 베어스 양의지가 14일 목동 구장에서 진행된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1-9로 승리한 뒤 이현승과 주먹을 맞부딪치고 있다. dica@sportsseoul.com
8회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오현택이 행운의 승리투수로 이름을 올렸고, 이현승이 세이브를 수확했다. 2번과 9번타순에 배치된 허경민과 김재호가 4안타씩을 때려내며 상하위 타순의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김현수와 양의지가 4안타 4타점 2득점을 합작하며 중심타선의 위용을 유감없이 뽐냈다. 준 PO에서 세 경기에 등판해 3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1승 2세이브, 방어율 0을 기록한 이현승은 기자단 투표 64표 중 26표를 얻어 준 PO MVP로 선정됐다. 두산의 고질적인 과제였던 마무리 부재를 완벽히 해소했다.

6회말까지 7점차 리드를 이어가며 결승전(5차전)을 머릿속에 그렸던 넥센은 손승락-한현희-조상우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2이닝 동안 8안타 7실점(6자책)해 충격에 빠졌다. 목동구장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가 평생 잊을 수 없는 잔인한 기억으로 남게 됐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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