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는 두산 양현 "양훈 형도 잘 던져야 하고, 두산도 이겨야 하는데.."

김경윤 입력 2015. 10. 14. 12:39 수정 2015. 10. 1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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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현(왼쪽)과 친형인 넥센 양훈 / 제공 | 두산,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김경윤기자]두산 투수 양현(23)에게 친형 양훈(29·넥센)은 영웅 같은 존재였다. 양현은 어렸을 때부터 형의 선수 생활을 지켜보며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양현은 “야구의 불모지 속초에서 전국구 유망주로 이름을 떨치던 형은 그 누구보다 멋졌다. 형은 학교(속초 영랑 초등학교) 에이스로 나서 강팀들을 홀로 대적했고, 이 모습을 보며 나도 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양현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님께 야구를 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양현은 “부모님은 형을 키우면서, 야구부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계셨다. 힘든 생활을 내게도 시킬 수 없다는 이유로 크게 반대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몰래 야구를 하다가 크게 혼나기도 했다. 하지만 양현은 꿈을 버리지 않았고, 결국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냈다. 그는 영랑 초교 야구부 유니폼을 입고 첫 걸음을 뗐다.

양현은 중학교 때 홀로 대전으로 전학을 갔다. 순전히 형 때문이었다. 양현은 “당시 형이 한화에 입단했다. 형과 가까운 곳에서 야구를 하고 싶었다. 형은 큰 버팀목이었다. 근처에 형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큰 위안이 됐다. 그만큼 내 인생에 있어 형의 존재는 컸다”고 말했다. 양현은 무럭무럭 자랐다. 양훈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지만, 지역에서 손꼽히는 투수로 성장했다. 양현은 대전고를 거쳐 2010년 10라운드 전체 73순위로 두산에 입단했다.

양현은 올 시즌 포스트시즌에서 운명의 장난 같은 상황에 처해졌다. 소속팀 두산과 형의 소속팀 넥센이 준플레이오프(준PO)를 치르게 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PO 1차전의 넥센 선발은 형, 양훈이었다. 이천 2군구장에서 훈련 중이던 양현은 누구도 응원을 할 수가 없었다. 양현은 14일, 다시 한번 힘든 응원을 펼쳐야 한다. 양훈은 단 3일을 쉰 뒤 다시 선발 등판한다. 소속팀 두산은 이 경기에서 패하면 벼랑 끝에 몰린다. 14일 전화통화가 닿은 양현은 “오늘 아침에 형에게 잘 던지라는 문자 메시지를 한 개 보냈다. 목동구장에서 직접 경기를 보지는 못할 것 같다. 오늘 훈련을 일찍 마치고 자취방에 들어가 야구를 볼 생각이다. 사실 내 입장에선 누구도 응원을 할 수가 없다. 형이 잘 던지고, 두산이 승리했으면 좋겠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언젠가는 조동화(SK)-조동찬(삼성) 선배들처럼 포스트시즌에서 형과 많은 맞대결을 펼쳤으면 좋겠다. 몇 년 후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형에게 자랑스런 동생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bicycl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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