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로 감독으로, 신태용의 '투 잡'

2015. 10. 1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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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은 ‘투 잡’을 뛰면서도 임무를 훌륭히 수행 중이다. A대표팀 코치로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순항에 힘을 보태고 있고, 올림픽팀 감독으로 내년 1월 아시아 챔피언십 본선행을 이끌었다.

신태용(45)은 직업이 2개다. 축구 A대표팀 코치 겸 올림픽대표팀 감독이다. 그래서 일부 팬들은 그를 ‘감치’라고 부른다. 감독과 코치의 합성어다.

신태용은 지난 2월 1일 비행기 안에서 운명이 바뀌었다. 그는 호주 시드니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때는 A대표팀 코치였다. 내릴 땐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됐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61)을 보좌해 아시안컵 준우승에 힘을 보탠 신태용은 이광종 감독(51)이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아 올림픽팀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중책을 맡았다. 파격적으로 A대표팀 코치도 겸하게 됐다.

신태용은 올림픽대표팀의 2016년 리우 올림픽 본선행과 A대표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행을 향해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역 시절 플레이메이커로 활약한 신태용은 ‘그라운드의 여우’라 불렸다. 신태용은 수도권 대학교 제의를 뿌리치고 친구 2명과 함께 갈 수 있는 영남대에 진학했다. 그는 비주류 편견을 깨고 K리그 최고 스타가 됐다.

9월 1일 경기도 화성시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라오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남자축구대표팀 신태용 코치(왼쪽)가 기성용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성남 감독시절 아시아 챔피언스 우승

신태용은 1992년부터 프로축구 K리그에서 13년간 통산 401경기에 출전해 99골·68도움을 올리며 성남의 6차례 K리그 우승(1993~1995년, 2001~2003년)을 이끌었다. MVP(1995·2001년)와 득점왕(1996년), 신인왕(1992년) 등 어지간한 타이틀은 다 쥐었다. 신태용은 1983년 출범한 K리그 최고 선수로 손꼽힌다.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도 승승장구했다. 신 감독은 2009년부터 4년간 성남을 이끌며 ‘형님 리더십’을 펼쳤다. 당시 성남은 기강이 해이한 ‘당나라 부대’처럼 보였다. 감독이 선수의 목을 장난삼아 조르고, 선수는 감독의 엉덩이를 툭 찼다. 신 감독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긴장한 선수들을 위해 음담패설을 섞어가며 긴장을 풀어주기도 했다. 그라운드에서는 자신의 성에서 딴 ‘신공(신나게 공격) 축구’를 기치로 내걸었다. 결과는 대성공. 부임 첫해 K리그와 FA컵 준우승을 거뒀다. 이듬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2011년 FA컵을 제패했다.

신 감독은 한국판 조세 무리뉴 첼시(잉글랜드) 감독(52)이라 불린다. 그는 무리뉴 감독처럼 늘 자신감이 넘친다. 무리뉴 감독은 공식석상에서 “난 스페셜 원”이라고 자평했다. 신 감독도 2010년 성남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놓은 뒤 “난 난 놈이다”라고 말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실패는 있었다. 2012년 성남은 K리그 12위에 그쳤다. 그해 12월 성남은 프랜차이즈 스타 신태용 감독을 사실상 경질했다.

신 감독은 2013년 4월 선진축구를 배우기 위해 스페인, 독일로 축구연수를 떠났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유럽 챔피언스리그는 물론 2부리그 경기까지 부지런히 관전했다. 세계 축구의 양대 산맥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28)와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0)의 경기도 직접 지켜봤다. 손흥민(23·토트넘)과 지동원(24·아우크스부르크), 박주호(28·도르트문트) 등 유럽파 선수들을 두루 만나 외국생활의 고충을 들었다. 또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대표팀 당시 스승이었던 디트마르 크라머 감독을 21년 만에 만나 조언을 가슴에 새겼다. 그렇게 신 감독은 지도자 2막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신태용은 지난해 9월 A대표팀 코치로 현장에 복귀했다. 차기 A대표팀 감독 선임이 늦어져 신태용은 임시 사령탑으로 두 차례 평가전을 이끌었다. 9월 5일 베네수엘라를 3-1로 꺾었고, 9월 8일 당시 세계랭킹 6위 우루과이에 0-1로 석패했다. 축구팬들은 변화무쌍한 전술을 펼친 신 코치에게 ‘맥콜라리(맥콜+스콜라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현역 시절 소속팀 성남의 스폰서 음료인 ‘맥콜’과 2002년 월드컵에서 브라질 우승을 이끈 루이스 스콜라리 감독(67·브라질)의 합성어다.

A매치 2연전 전후로 독일 출신 슈틸리케 감독이 선임됐다. 신태용은 “슈틸리케 감독의 손과 발이 되겠다. 적게는 50명, 많게는 100명의 선수를 소개하는 역할을 맡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호주 아시안컵에서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해 준우승에 힘을 보태며 약속을 지켰다.

올림픽 대표팀도 공격축구 선언 아시안컵 귀국 비행기에서 그의 운명은 달라졌다. 옆자리의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갑자기 “올림픽팀을 맡아줄 수 있겠소”라고 물었다. 1월 31일 아시안컵 결승전 전날 이광종 당시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이 위원장이 고민 끝에 신태용 코치에게 의사를 타진한 것이다. 신태용은 “아시안컵을 마친 뒤 충분한 휴식 없이 비행기에 올라 비몽사몽이었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뒤 고민하느라 한숨도 못 잤다. 어린 선수들과 함께 뭔가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 수락했다. 내 운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태용은 ‘투 잡’을 뛰면서도 임무를 훌륭히 수행 중이다. A대표팀 코치로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순항에 힘을 보태고 있고, 올림픽팀 감독으로 내년 1월 아시아 챔피언십 본선행을 이끌었다. 특히 1년가량 호흡을 맞춘 슈틸리케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가 큰 힘이 됐다. 신태용은 “슈틸리케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난 한국에 뭘 얻으려 온 게 아니라 베풀기 위해 왔다. 흡수할 만한 게 있다면 흡수해라”고 말씀해주셨다. 감독님을 보좌하면서 시야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신태용은 A대표팀 코치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당분간 올림픽팀 감독에 집중한다.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23세 이하 챔피언십 3위 안에 들어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딸 수 있다. 한국은 이라크·우즈베키스탄·예멘과 함께 C조에 편성됐다. 16개국은 4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펼친 뒤 각조 2위 안에 들면 8강 토너먼트에 돌입한다.

신태용 감독은 “발로 하는 축구는 언제든 실수가 나올 수 있는 스포츠다. 실수를 두려워하면 횡패스와 백패스를 남발하게 된다”면서 “난 전진패스를 원한다. 우리 선수들이 더 자유분방하게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기를 바란다”고 성남 감독 시절처럼 공격축구를 선언했다.

사실 2016년 리우 올림픽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환 JTBC 해설위원은 “연제민(22·수원), 송주훈(21·미토 홀리호크) 등 2013년 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8강 주축들이 있지만, 공격진이 부족하다. 기존 멤버 중 김현(22·제주) 정도밖에 없고, 미드필더 문창진(22·포항)과 이창민(21·전남)이 부상을 겪었다”며 “그래서 10월 호주와 두 차례 평가전에 류승우(22·독일 레버쿠젠)를 비롯해 박인혁(20·독일 FSV 프랑크푸르트), 지언학(21·스페인 알코르콘), 황희찬(19·오스트리아 리퍼링) 등 유럽파 공격진을 총동원했다. 아시아 챔피언십 토너먼트에서 이란과 호주처럼 피지컬이 좋은 팀을 만날 수 있다. 신 감독이 공격적인 4-4-2 포메이션을 예고했다”고 분석했다.

신태용은 성남 시절 K리그 최초로 선수-감독으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와 FA컵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선수로 출전한 신 감독은 2016년 리우 올림픽 본선행을 이끌면, 한국축구에서 선수-감독으로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는 세 번째 인물이 된다. 신 감독은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3무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한을 풀고 싶다. 전임 홍명보 감독(46)이 올림픽 도전사에 큰 획(2012년 올림픽 동메달)을 그은 만큼, 우리 팀도 그에 못지않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린 일간스포츠 기자 <a href="mailto:rpark7@joongang.co.kr">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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