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두자녀 홑벌이, 주 62시간 일해야 빈곤탈출"
보사연 보고서 "최저임금 역할 제대로 못해"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자녀 2명을 둔 홑벌이 가구로, 소득자가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면 1주일에 62시간은 일해야 빈곤을 탈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현경 부연구위원은 14일 보건복지포럼 최근호(10월)에 게재한 'OECD국가의 최저임금제와 빈곤탈출' 보고서를 통해 OECD 발표 자료를 토대로 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을 기준으로 한국에서 자녀 2명을 두고 부부 중 1명만 소득 활동(홑벌이)을 하되 소득자가 최저임금을 받는 경우 '상대적 빈곤선'의 소득을 벌기 위해서는 1주일에 62시간의 노동 시간이 필요했다.
상대적 빈곤선은 중위소득의 50%에 해당한다. 중위소득은 소득이 많은 순서대로 일렬로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해당하는 사람의 소득으로, 중위소득의 절반 이하는 상대적으로 빈곤 상황에 처한 것으로 간주된다.
김 부연구위원은 소득세와 의무적 사적·공적 기여금은 차감하고 공적이전소득(정부 지원금 등)을 더한 순소득을 기준으로 했다. 즉 최저임금으로 인한 조세부담액 증가와 공적이전소득 감소를 감안한 것이다.
빈곤 탈출을 위해 필요한 한국의 노동시간은 비교 대상인 OECD 30개 국가 중 11번째로 긴 것이다.
필요 노동시간이 한국보다 긴 나라는 체코, 칠레, 에스토니아, 그리스, 스페인, 라트비아, 슬로바이카 등이었다. 반면 룩셈부르크, 호주, 아일랜드는 20시간이 채 안돼 반일제 일자리만으로도 빈곤 상태를 벗어날 수 있었다.
김 부연구위원은 다른 조건을 그대로 두고 한부모 가정인 경우를 대상으로도 상대적 빈곤선 탈출을 위한 필요 노동시간을 계산했는데, 한국의 경우 46시간으로 OECD 국가 중 10번째로 높았다.
빈곤탈출을 위한 필요 노동시간은 그 나라의 최저임금이 적절한 수준인지를 판단하는 척도가 된다.
김 부연구위원은 "자녀 2명이 있는 홑벌이 가구나 한부모 가정에서 근로능력이 있는 성인이 1명 뿐이더라도 적정 근로를 통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최저임금이 근로자의 생활을 영위케 해야할 임금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을 비롯한 상당수의 국가에서 한 사람이 전일제 최저임금 일자리를 가질 경우 빈곤선 아래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며 "주당 60시간 이상의 근로로 일과 삶의 균형은 꿈꾸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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