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 대학1번지 신촌, 부활 노력 '안간힘'

이진호 기자 2015. 10. 14.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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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대학 함께 새로운 모델 탐색.. 키포인트는 '문화'

[머니투데이 이진호 기자] [지자체, 대학 함께 새로운 모델 탐색… 키포인트는 '문화']

'대학문화 1번지' 명성을 잃어가고 있는 신촌의 주거인들이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자체와 대학들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찾아가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노력과 함께 특히 대학생들의 노력이 어우러져 신촌만의 정체성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제시하고 있다.

◇전통의 대학가 '신촌', 과거 영광은 어디에 =13일 대학가 및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학이 밀집해 있는 신촌과 홍대 앞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와 대학가라는 공통점에도 상권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걷고 싶은 길', '주차장 거리'로 대변되는 홍대 앞 상권은 대학생뿐만 아니라 외국인들과 일반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반면, 신촌은 "밤 11시가 넘으면 장사 '쫑'"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부동산 114가 내놓은 올해 2분기 리서치에 따르면 대학이 밀집한 홍대와 신촌 지역의 상권임대료는 △홍대(+1.2%) △신촌(+0.3%) △이화여대(-5.2%) 순으로 변동했다. 부동산 114 측은 홍대 앞 지역에 대해 "상가주택에 자리잡은 소규모 점포들이 특유의 정취를 자아내면서 인기를 얻어 문화상권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신촌도 2분기 상권 임대료가 0.3% 상승하며 5분기 동안의 하락세를 마감했지만 홍대 앞과의 격차는 여전하다. 아울러 의류를 비롯해 뷰티용품이 강세인 이화여대 상권은 메르스 영향으로 특히 주 수입원인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며 큰 하락세를 나타냈다. 과거 전통의 대학가 상권으로 자리매김했던 신촌 지역이 다른 지역의 약진으로 활력을 잃은 것이다.

신촌 소나무부동산의 김진학 플래너는 "근처 홍대 앞과 비교해 신촌은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며 "특히 이화여대 인근은 최근 일반인들의 방문보다 중국인 관광객의 비중이 커 안정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대학과 지자체 힘모아 신촌 살리기 나서 =북적북적한 신촌의 옛 영광을 부활시키려는 인근 대학과 지자체의 노력도 눈에 띈다.

서대문구청은 지난해 초 신촌 지하철역과 연세대를 잇는 연세로를 '차 없는 거리'로 정비하며 신촌 살리기에 나섰고, 최근에는 관내 대학들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1학기에 연세대에서 지역연계 강의사업을 진행한 데 이어 2학기에는 범위를 넓혀 연세대, 이화여대, 추계예대, 명지전문대 등 서대문구의 4개 대학에서 지역연계 강의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수업에서 나온 대학생들의 아이디어로 신촌을 꾸려나간다는 복안에 따른 것으로, 지역연계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은 지역자원 조사, 주민인터뷰, 지역활동가 연계 등을 통해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고, 그 성과는 산출물로 발간될 예정이다.

이번 학기부터 지역연계 강의인 지역사회복지론 수업을 진행하는 조상미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기를 마칠 때 각 학교가 모여 공동 발표회를 하기로 했다"면서 "한 학기 동안 공부한 것을 (지자체가) 설문 등 적합한 의견수렴 과정을 마련해 학생들의 생각을 신촌 지역 활성화에 십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이대골목 주민연합과 문화활력생산기지는 지난 9월 임대료 안정화 업무협약을 맺고 이화여대 앞 상권 살리기에 나섰다. 건물주인 이대골목 주민연합 측이 최장 5년간 보증금 증액을 유보하고, 문화인들의 모임인 문화활력생산기지는 연합 측의 비어있는 점포에 입주해 문화거리를 만들어 이대 앞 활성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이 같은 움직임들에 대해 "대학가라는 특성상 지역을 향유하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며 "신촌의 문화적 측면을 강화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불통은 과제로 남아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상인들은 소통문제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연세로 정비를 비롯해 지자체가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촌지역 상인회인 신촌 번영회 김학산 사무국장은 "연세로가 신촌의 물리적 여건을 개선한 것은 맞다"면서도 "물리적 인프라를 이용함에 있어 지자체는 인근 대학생들과 상인들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연세로가 신촌 지역 활성화에 일부 기여하고 있지만, 구청이나 시의 무분별한 축제나 행사 개최보다는 상인들과 협의를 거쳐 상권 번영에 도움이 되는 행사를 진행하자는 주장이다.

신촌 물총축제를 기획한 문화단체 '무언가'의 한길우 대표도 거대 광장으로서의 연세로 역할에 긍정적 시선을 보내면서도 "과도기를 넘은 지금, 앞으로 어떻게 꾸려갈 지에 대한 지자체의 고민이 숙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명문대학들로 둘러싸인 지리적 특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학산 국장은 "아카데믹한 문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 신촌을 둘러싼 4만여명의 '학생 문화'가 신촌에 스며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그는 "철학카페나 공부카페처럼 학구적 토론을 하는 공간을 많이 마련해 대학 문화를 신촌의 '정체성'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석진 구청장은 "신촌의 부활은 결국 '문화의 활성화'가 좌우할 것"이라며 "신촌을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적 기를 발산할 수 있는 광장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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