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요즘 예순? 어디 가서 명함도 못내밀어요

김현주 입력 2015. 10. 14.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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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박모(60)씨는 환갑잔치에 대해 묻는 자녀들에게 얼굴을 붉히면서 손사래를 쳤다. 아직 정정한 90대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박씨는 “전과 달리 요즘 예순은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민다”면서 “친구들을 봐도 요즘 60대는 외모나 건강 측면에서 예전 4050대 못지않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몸이 예전 같지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 “둘째 며느리가 지난번 추석 때 준 각종 영양제를 매일 챙겨먹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사람의 기대여명이 늘었지만 사망할 때까지 온전히 건강하게 살지 못하고 평생 10여 년간은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건강수명이 기대수명보다 10년 정도 짧은 탓에 생기는 일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이 공개한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팀의 조사결과를 보면 2013년 기준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남성 68.26세, 여성 72.05세로 나왔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남성은 77.20세, 여성은 83.66세인 점에 비춰볼 때 건강수명과의 격차는 남성은 8.94년, 여성은 11.61년이었다.

다시 말해, 주어진 수명까지 살면서 남성은 9년 가량을, 여성은 12년 정도를 건강을 유지하지 못하고 만성질환을 앓거나 신체장애를 겪다가 숨진다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188개국의 2013년 건강수명을 조사한 것으로, 지난 8월 영국의 의학저널 랜싯(Lancet)에 실렸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건강수명은 전 세계 9위였다. 1위는 일본(남성 71.1세·여성 75.5세)이었다. 건강수명은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을 뜻한다. 평균 생존 기간을 의미하는 기대여명에 건강과 삶의 질 지표를 적용해 추산한다. 수명의 양보다 수명의 질이 중요해지는 추세에 맞춰 세계보건기구(WHO) 등 연구기관이나 연구자가 저마다 방식으로 산출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이 작년 7월 내놓은 '우리나라의 건강수명 산출' 보고서에서 계산한 2011년 태어난 아기의 건강수명은 70.74세였다. 성별 건강수명은 남성 68.79세, 여성 72.48세로 3.69년의 차이가 있었다.

기대여명과 건강수명 간에 격차가 나는 것은 주로 만성질환에 기인한다. 보사연에 따르면 2011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는 1인당 평균 3.34개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을 정도로 고혈압·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았다.

실제 서울아산병원 예방의학교실 조민우 교수팀이 지난 1월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각종 만성질환은 건강수명을 줄이며 이 중에서 가장 큰 손실을 끼치는 만성질환은 고혈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관절염, 뇌졸중이 그 뒤를 이었다.

건강수명에 손실을 안기는 만성질환을 성별로 보면 남성은 ▲뇌졸중 ▲고혈압 ▲당뇨 순이었고, 여성은 ▲관절염 ▲고혈압 ▲골다공증 등의 순이었다.

남 의원은 "기대여명과 건강수명 간의 차이를 줄이려면 병이 사후 치료 중심에서 사전 건강증진 및 질병예방 중심으로 건강보험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특히 건강수명을 건강관리와 예방부문에 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 여성과 남성의 기대수명 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리 말해, 남성이 여성보다 오래 살지 못한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여성 대비 한국 남자의 기대수명이 다른 나라 남자들과 비교해서 짧다는 얘기다.

OECD의 '건강 통계 2015'(Health Data 2015)에 따르면 2013년에 태어난 한국 아이의 기대수명은 81.8년이다. 한국 남성은 기대수명은 78.5년으로 여성(85.1년)보다 6.6년 낮았다. 한국 여성과 남성의 기대수명 격차는 OECD 34개국 가운데 프랑스(6.6년)와 함께 5번째로 컸다.

한국보다 기대수명 격차가 큰 나라는 ▲에스토니아(8.9년) ▲폴란드(8.2년) ▲슬로바키아(7.2년) ▲헝가리(6.9년) 등 4개국 뿐이다. ▲슬로베니아(각각 6.4년) ▲체코(6.1년) ▲스페인(5.9년) ▲멕시코(5.7년), 벨기에(5.1년) 등은 한국보다 낮았다.

이탈리아(4.9년)와 미국(4.8년), 독일(4.6년), 호주(4.2년) 등은 여성과 남성의 기대수명 격차가 5년 미만이었다. 네덜란드와 뉴질랜드, 영국이 각각 3.7년으로 격차가 작은 편에 속했고 아이슬란드(3.2년)가 최저였다.

여성의 기대수명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일본(86.6년)이다. 스페인(86.1년), 프랑스(85.6년), 이탈리아(85.2년)는 2~4위에 올랐다.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85.1년)은 5위로 상위권을 기록했다.

반면 남성(78.6년)의 순위는 16위로 중간 정도다. 스위스(80.7년)와 아이슬란드(80.5년), 이스라엘(80.3년)이 남성 기대수명 면에서 1~3위를 차지했다.

남성의 기대수명은 대체로 흡연율이 높을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15세 이상 남성 흡연율이 가장 높은 나라(2013년 또는 최근 기준)는 그리스(43.7%)였고 터키(37.3%)가 다음 순위였다.

한국 남성의 흡연율은 36.2%로 에스토니아(36.2%)와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칠레(33.7%), 일본(32.2%), 헝가리(31.9%), 폴란드(30.9%), 프랑스(28.7%)가 5~9위에 올랐다. 스웨덴(9.8%)이 34개국 가운데 남성 흡연율이 가장 낮았다. 아이슬란드(10.7%), 호주(14.5%), 노르웨이(15%), 미국(15.6%), 뉴질랜드(16.2%)도 흡연율이 낮은 국가였다.

흡연 남성이 비율이 높은 터키(73.7년)와 에스토니아(72.8년)의 기대수명 순위는 각각 28위, 31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칠레(76.2년·26위), 헝가리(72.2년·32위) 남성들도 다른 나라 남자들과 비교하면 오래 살지 못했다. 최대 흡연국인 그리스 남성의 기대수명은 78.7년으로 중위권(16위)이었다.

이와 달리 흡연율이 가장 낮은 스웨덴 남자의 기대수명은 80.2년으로 5위였다. 아이슬란드(80.5년·2위), 호주(80.1년·8위), 노르웨이(79.8년·10위) 등 흡연율이 낮은 국가들의 남성들도 상대적으로 긴 수명을 기대할 수 있었다.

여자의 경우(15세 이상) 한국이 4.3%의 흡연율로 34개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멕시코(6.5%), 일본(8.2%), 터키(10.7%), 이스라엘(10.8%)이 뒤를 이었다. 여자 역시 그리스(34.0%)가 흡연율 1위였고 다음으로 칠레(26%), 아일랜드(22%), 헝가리(21.7%) 순이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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