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 가능한 원자력, 성공 변수는 땅과 돈"

임소형 입력 2015. 10. 14.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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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만에 폐로, 美 버몬트 양키 원전

네바다주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주민들 반대로 좌절돼 고민 중

폐로 비용 절반밖에 확보 못하고

북구된 부지 활용 방안도 못 찾아

2년뒤 폐로 고리1호기도 상황 비슷

원전 해체 경험도 없어 난제 첩첩

지난해 12월 영구정지 후 폐로 절차를 밟고 있는 미국 버몬트 양키 원전. 운영사인 엔터지는 2075년까지 원전 부지를 원래대로 복구시킬 계획이지만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 등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엔터지 제공

미국 버몬트주 남동부 코네티컷 강변의 버논 카운티. 원자력 발전 의존도가 높은 우리 입장에서는 이 곳에서 일어난 변화를 유심히 봐야 한다.

지난해 12월 이 곳에 위치한 양키 원자력발전소가 가동을 멈추면서 작은 시골 마을에 뜻하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원전에서 흘러나오던 온배수가 사라져 42년 만에 강물이 얼어 붙었고 원전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절반이 일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원전이 없던 시절처럼 되돌려놓으려면 방사능으로 가득한 원전을 해체해야 한다. 지난 7일(현지시간) 버몬트 양키 원전에서 만난 운영사 엔터지 관계자들은 이를 위한 가장 큰 변수로 땅과 돈을 꼽았다.

폐로를 결정한 엔터지는 원자로 옆에 사용후핵연료(전기를 생산하고 남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를 담아둘 건식 콘크리트 저장소를 짓고 있다. 거대한 수조 방식의 습식 저장소에 넣어 식히고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꺼내서 특수용기에 밀봉해 건식 저장소로 옮길 계획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미 정부는 사용후핵연료를 땅 속 깊이 묻는 최종 처분장을 네바다주 유카마운틴 지역에 지으려 했으나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쳐 갑자기 중단됐다. 조세프 린치 엔터지 대관담당 매니저는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분할 지 아직 미정”이라며 “유카마운틴 처분장을 대신 할 다른 장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엔터지는 버몬트 양키를 해체하고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총 12억4,200만달러(약 1조4,200억원)가 들 것으로 집계했다. 이 중 확보한 비용은 6억4,000만달러(약 7,300억원)다. 엔터지는 정부에서 나머지 비용 중 일정 부분을 원활히 지원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궁금한 것은 원전이 사라진 뒤 부지의 활용 방안이다. 엔터지는 버몬트 양키 원전 부지를원래 자연상태로 복구하려면 2075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부지 활용 방안은 아직 찾지 못했다. 미국은 매사추세츠, 커네티컷, 미시간 등에서 원천 해체 후 땅을 복구했으나 대부분 뾰족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 방법을 찾아내야 원자력이 ‘순환 가능한 에너지’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버몬트 양키의 상황은 우리의 고리 1호기 원전과 너무 흡사하다. 두 원전 모두 1970년대에 상업운전을 시작한 발전용량 500~600메가와트(㎿e)급 소규모 원전이며 해체 준비를 시작했다.

고리 1호기도 2017년 6월 가동을 멈출 예정이지만 사용후핵연료를 옮길 곳이 없다. 버몬트 양키처럼 건식 저장소를 지을지 최종 처분장부터 확보할지 미정이다. 사용후핵연료 최종 처분장을 마련한 나라는 핀란드와 스웨덴뿐이다.

우리 입장에서도 해체 비용이 문제다. 고리 1호기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건물을 부수고 잔해에서 방사능을 제거하는 제염?해체 비용 약 6,000억원을 확보해 둬서 걱정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첫 폐로여서 예상 외 비용이 필요할 수 있고 폐기물 처리 비용 대부분이 장부 기록일 뿐 다른 사업에 투자됐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원전 15기를 해체한 미국과 달리 우리는 해체 경험이 없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외국과 컨소시엄을 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폐로를 진행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안전이 최우선이니 신중하게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버논(미국)=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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