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4조5000억, 양심과 함께 사라지다

이민석 기자 2015. 10. 14.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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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show 사라진 양심 '예약 부도'] [1] 예약부도율 식당 20%·병원 18%.. 서비스 업종 매출손실 매년 늘어 "종일 준비한 음식 쓰레기통에.."

"누가 우리 시민의식이 높아졌다고 합니까? 온종일 준비한 음식을 쓰레기통에 처넣다 보면 그런 말 안 나와요."

추석 이튿날인 지난달 28일 부산 중구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정모(47)씨가 예약 장부를 탁자에 내리쳤다. 외식 업주들에게 이날은 대목 중의 대목이다. 60석 규모의 정씨 식당엔 이날 20명 단체 예약 손님이 있었다. 손님이 밀려들었지만 정씨는 '예약이 찼다'고 번번이 돌려보내던 참이었다. 그런데 정작 그 단체 손님이 예약 시간보다 한 시간이 넘도록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다급해진 정씨가 손님들에게 전화도 걸어보고 문자도 보내봤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정씨는 "정말 장사를 접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고 했다.

본지가 전국의 식당, 미용실, 병원, 고속버스, 소규모 공연장 등 5개 서비스 부문 100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 손님이 예약해놓고 나타나지 않는 '예약 부도(不渡)' 비율이 평균 15%로 나타났다. 업계에서 '노쇼(no-show)'라 부르는 예약 부도율은 식당이 20%, 개인 병원 18%, 미용실은 15%에 달했다. 소규모 공연장은 10.1%, 고속버스는 12%였다. 특히 식당 예약 부도율은 2001년 한국소비자원 조사(10%)의 두 배가 됐다.

이 같은 예약 부도로 발생하는 5개 서비스 부문의 매출 손실은 매년 4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본지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예약 부도율을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대한의사협회, 대형 프랜차이즈 미용실 50개 업체 등 5대 서비스 업종은 예약을 통한 매출을 총매출의 20%로 잡고 있다. 예약 부도로 인한 매출 손실액은 5대 업종의 예약 매출에 예약 부도율을 곱해 산출했다.

☞예약 부도(no-show)

예약을 해놓고 아무런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를 뜻하는 말로 외국에선 '노쇼(no-show)'라고 부른다. 예약 시간에 임박해 취소나 변경을 통보하는 것을 제외한 경우를 가리킨다. 원래 항공업계 용어였지만 1990년대 이후 식당·병원·미용실 등 서비스 업계 전반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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