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국가용" 외치다 "올바른"..소신 내팽개친 '교육부 2인자'

정환보 기자 2015. 10. 13.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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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앞장선 정부·여당 인사들이 과거에는 ‘국정교과서 반대론자’였다는 사실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최근까지 ‘참 나쁜 국정교과서’라고 외치던 사람들이 돌연 ‘올바른 역사교과서’ 타령을 하며 소신을 뒤집어 총대를 멨다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재춘 교육부 차관(52·사진)이다. 영남대 교수로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 청와대 교육비서관을 지낸 그는 교육당국을 이끌고 있는 실세 차관이다. 세계교과서학회 아시아대표이사를 맡는 등 ‘교과서’ 분야 학계 권위자이기도 하다.

김 차관은 2009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발간한 ‘교과서 검정체제 개선 방안 연구’에서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활용하여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과서를 개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정 체제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교과서 국정화와 정반대 방향인 ‘검정을 통한 민간 자율성 확대’를 위한 구체적 방안 모색이 주요 내용이었다. 논문에서는 또 “국정교과서는 독재국가나 후진국에서만 주로 사용되는 제도” “검정교과서를 교과서 발행체제의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 “초등학교의 모든 교과도 조만간 검정교과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학자로서의 ‘소신’을 교육부 차관에 오른 뒤 180도 뒤집은 것이다.

국정화 ‘바람잡기’에 나섰던 새누리당도 2년 전에는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이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맞지 않다”는 등 국정교과서의 단점을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강하게 표시했다.

특히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2006년 여의도연구소는 ‘교과서 왜곡 문제에 관한 국민 대토론회’를 개최해 “국가의 강력한 통제가 민간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막고 있다”며 교과서 민간 발행 확대 주장을 폈다. 토론자로 초빙돼 이같이 주장한 학자는 다름 아닌 ‘우편향’ 논란의 교학사 교과서 집필자 이명희 공주대 교수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한나라당 대표로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격려사를, 여의도연구소장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인사말을, 여연 부소장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회를 맡아 이 교수 주장에 힘을 보탰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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