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반부패 칼날'에 공직자 12만명 베였다

베이징 | 오관철 특파원 입력 2015. 10. 13.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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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간쑤(甘肅)성 우웨이(武威)시의 한 양로원에서 간부로 일하는 가오쉬녠(高旭年)은 지난 8월26일 오후 6시 공용차량을 이용해 부인과 함께 식사하러 간 사실이 적발돼 지난달 경고처분을 받았다. 그가 공직자 윤리규정인 ‘8항 규정’ 가운데 공무경비 절약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중국신문은 간쑤성 당국이 그의 사례를 공직사회에 전파했다고 13일 보도했다. 산시(山西)성 린펀(臨汾)시 환경보호국의 한 관리는 올해 초 딸의 스무 살 생일을 맞아 일가친척, 지인 등 121명으로부터 1만8700위안(약 340만원)을 받았다가 직위강등 조치를 당했다.

2012년 11월 출범한 시진핑(習近平·사진) 체제의 반부패 운동이 만 3년이 다가오고 있으나 멈출 줄 모르고 있다. 4000만명으로 추산되는 중국 관료사회는 숨죽인 채 반부패 운동의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8항 규정에 걸려 처벌받은 관료는 12만명에 이른다. 2012년 12월 당 정치국 회의를 통해 제정된 8항 규정은 공금횡령 금지, 3개 공무경비(접대비·공무차량·해외여행) 절약, 회의 간소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중국 공무원들은 이제 명절에도 외부 사람과 선물을 주고받거나 회식하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다. 고급 호텔들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공금으로 값비싼 음식을 즐기며 회의하거나 호화 행사를 여는 공직자들에게 의존해 왔으나 지금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지난해 전국 호텔에 대한 등급 평가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50여개 호텔이 자진해서 등급을 내렸을 정도다.

8항 규정으로 처벌받은 관리들은 상당수가 ‘파리(부패한 하급 관리)’에 해당하지만 지난 3년간 처벌받은 성부급(省部級·장차관급) 이상의 ‘호랑이(거물급 부패 인사)’도 최소 100명 이상에 달한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 저우융캉(周永康) 전 상무위원,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공작부장 등이 잇달아 낙마했다.

지난 7월에는 저우번순(周本順) 허베이(河北)성 당서기가 현직 당서기로서는 처음으로, 지난 7일에는 쑤수린(蘇樹林) 푸젠(福建)성 성장이 현직 성장 가운데 처음으로 반부패의 덫에 걸려들었다.

시진핑 체제는 반부패를 당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후진타오(胡錦濤) 정권 시절 국영기업과 대형 은행, 당과 정부의 관료주의에 의해 권력이 침식당해왔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반부패로 공직사회가 복지부동 양상을 보이고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중국 언론 조사에 따르면 92%의 공무원은 월급 외 부가수입이 줄어든 것을 시진핑 체제 후 가장 달라진 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는 지난 12일 정치국 회의에서 ‘공산당 청렴 자율 준칙’과 ‘공산당 기율처분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반부패 운동에는 끝이 없을 것이란 신호를 던졌다.

<베이징 | 오관철 특파원 ok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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