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작전판] 슈틸리케의 열린 경쟁, 한국영-지동원의 재발견

풋볼리스트 입력 2015. 10. 13. 21:54 수정 2015. 10. 13.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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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2018 러시아 월드컵'으로 향하는 길에 새로운 카드를 얻었다. 지난 몇 년간 태극마크를 달고 존재감을 보였으나 근래 주춤했던 미드필더 한국영과 공격수 지동원이 신선한 모습으로 자메이카전 3-0 완승을 이끌었다.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자메이카와의 'KEB 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에서 한국은 지난 8일 쿠웨이트와의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 선발 라인업 중 무려 10명을 교체하고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유지했다. 그 이유를 보다 깊이 살펴보자. ▶ 미드필더 실험, 수비 아닌 공격 방점 된 한국영새로운 조합을 시험한 미드필드진은 한국영이었다.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선 한국은 정우영과 한국영을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두고, 기성용을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배치했다.그 동안 한국영은 중원에서 포백을 보호하고, 상대 공격을 거칠게 막아서는 1차 저지선 역할을 해온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이날은 그 보다 공격 가담 상황에서 방점을 찍는 역할을 하며 두각을 나타냈다.기성용이 원톱 황의조의 뒤에 머무리며 공격 지역에서만 활동한 가운데 정우영과 한국영은 공격 전개 상황에서 한국영이 전진하고, 수비 상황에는 한국영이 포백 앞으로 내려가며 각자 특색에 맞게 역할을 분담했다.정우영은 중원에서 볼을 안정적으로 배급하고, 롱패스를 통해 공격의 젖줄 역할을 했다. 활동력이 좋은 한국영은 공격 상황에서 직접 2선 미드필더 위치까지 치고 올라가 2선 연계 플레이에 관여했다.한국영은 공격 가담 상황 마다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공격적 재능도 충만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전반 14분 페널티 에어리어 전방에서 자메이카 센터백 사이 공간으로 절묘한 침투 패스를 연결해 황의조의 마무리 슈팅을 끌어냈다. 황의조의 슈팅이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며 어시스트로 기록되지 못했으나 유효한 '키 패스'였다.

한국영은 전반 21분 자메이카의 육탄 수비에 걸린 기성용의 슈팅 상황에서도 플레이의 기점이었다. 중원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오버래핑을 시도한 김창수에게 기점 패스를 뽑아줬다. 전반 39분에도 한국영이 문전 왼쪽까지 전진해 연결한 패스를 황의조가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터프한 수비로 전반 19분 경고를 받기도 한 한국영은 중원 전 지역을 역동적으로 커버하는 공수 겸장 미드필더로 가능성을 확인했다. 때로는 기성용의 자리까지 올라가 공격의 엔진 역할을 했다.물론 한국영의 활약은 동료와의 적절한 역할 분담 속에 이뤄진 일이다. 기성용이 문전 근거리에서 적극적인 슈팅 시도를 펼쳤고, 정우영은 날카로운 코너킥으로 지동원의 헤딩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각자 위치에서 임무를 다했다. 그럼에도 이날 중원에서 가장 큰 인상을 남긴 선수는 한국영이었다. ▶ 내려선 자메이카, 주도권 내주고 우왕좌왕한국영이 중원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나치게 많은 수비 숫자를 배치하며 일찌감치 뒤로 내려선 자메이카의 전형이 있었다. 자메이카는 이날 5-3-2 포메이션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리며 안정적인 경기를 운영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보였다.좌우 풀백 랭과 헤리엇은 빠른 스피드와 힘 있는 크로스 패스 능력을 갖췄으나 중원의 숫자가 부족하다 보니 오버래핑에 나설 기회가 꾸준히 주어지지 않았다. 에드워즈, 마리아파, 커밍스의 스리백과 사실상 5백에 가깝게 움직였다.스리백 앞에 선 자일스 반스는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배급 능력에는 물음표가 달렸다. 반스의 좌우로 배치된 스티븐스와 도킨스, 투톱 매톡스와 브라운도 서로 간에 패스 연결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개개인이 신체조건과 운동 능력은 뛰어났지만 하나로 뭉치는 힘은 약했다.골드컵 준우승 멤버 중 절반 가까이가 빠진 채 한국을 방문한 자메이카는 특히 중원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주장 로돌포 아구스틴이 결장하면서 표류했다. 중원에서 안정적으로 볼 소유가 되지 않으면서 전방과 후방의 간격이 벌어졌고, 한국의 공격을 거듭 허용하며 뒤로 밀려 내려왔다.자메이카는 중원에서 확실하게 공을 지켜줄 선수가 없다보니 한국 공격진의 전방 압박이 가해질 때 센터백 라인의 빌드업도 흔들렸다. 후반 시작과 함께 공격수 브라운을 빼고 미드필더 조엘 그랜트를 투입해 중원을 강화한 5-4-1로 포메이션 변화를 꾀했지만 한번 내준 흐름은 돌아오지 않았다. 후반 12분 기성용에 페널티킥 추가 득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 손흥민 공백 완벽히 메운 '날렵한' 지동원

쿠웨이트전에 충분한 출전 시간을 보장 받지 못했던 지동원,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던 황의조는 자메이카전에 나란히 선발 출전했다. 황의조가 원톱으로 자리했고, 지동원은 부상으로 오지 못한 손흥민의 자리인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섰다.쿠웨이트전 당시 원톱 포지션에서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지동원은 자메이카전에 물 만난 고기처럼 활발하게 뛰어 다녔다. 몸 놀림은 가벼웠고, 발 걸음도 날렵했다. 왼쪽 측면에서 돌파와 슈팅 모두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자메이카 수비는 지동원의 빠른 돌파에 휘둘렸고, 지동원의 슈팅은 강하게 자메이카 골문을 습격했다.공을 잡을 때마다 매듭을 짓는 플레이를 보인 지동원은 전반 35분 정우영의 코너킥을 골키퍼의 앞에서 잘라 먹는 절묘한 헤딩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넣었다. 2011년 9월 레바논전 이후 무려 4년 1개월 만에 A매치에서 득점했다.아우크스부르크 입단 이후 꾸준히 출전 기회를 부여 받은 지동원은 지난 여름 프리시즌을 충실히 보내며 한참 좋을 때의 모습을 되찾았다. 손흥민의 부재로 왼쪽 측면에서 실종되었던 역동성은 지동원을 통해 완벽하게 대체됐다.지동원이 살아나면서 수비가 분산되자 황의조도 여러 차례 좋은 기회를 맞았다. 전반전에 문전에서 세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맞았으나 골대의 불운과 부정확한 결정력으로 A매치 데뷔골 기회를 놓쳤던 황의조는 후반 18분 지동원이 왼쪽 측면에서 커트인을 통해 시도한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히고 나온 볼을 낚아채 팀이 세 번째 골을 넣었다. 문전에서 수비수 한 명을 침착하게 제치고 시원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 출전 선수 전원이 뛰어났던 '호랑이' 한국이정협과 손흥민, 이청용 등 핵심 공격수들의 부상이라는 변수가 발생한 탓이기도 하지만, 각 포지션에 확실한 모습을 보인 선수가 있음에도 계속된 새 얼굴 선발과 실험은 한국 대표팀의 스쿼드를 두텁게 만들어 주고 있다.후반전에 교체로 들어온 구자철, 권창훈, 박주호, 남태희도 짧은 시간 동안 박력있는 플레이로 존재감을 보였다.레프트백 김진수는 돌파와 슈팅 시도에 있어서 자신감이 넘쳤고, 김창수도 공격 가담 상황에서 매끈한 연결 플레이를 펼치며 90분을 안정적으로 보냈다.오랜만에 선발 출전한 골키퍼 정성룡도 가벼운 몸놀림을 보이며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경기에 나선 모든 선수들이 흠 잡을 데 없는 플레이를 했다. 안방 상암에서 이날 한국 선수들은 정말 호랑이처럼 보였다.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의 문턱은 높아야 하지만,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자메이카전에 그 방향성의 성과가 분명히 나타났다. '2015 중국 동아시안컵'에 나선 아시아파 선수들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대표팀에 자리잡은 것처럼, 대표팀은 역대 어느 때보다 활발한 내부 경쟁 속에 강해지고 있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그래픽=한준 기자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취재파일] 신태용-류승우-황희찬, 공감대는 '전방 압박슈틸리케에게 자메이카는 "최고의 한해"로 가는 관문'전승 본선행' 잉글랜드, '관중 충돌'로 얼룩질뻔[메시복귀] 11월 엘클라시코, 한국 팬도 뜨겁다…직관 나선다[심층분석] 메시, 호날두의 발끝에 숨겨진 은밀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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