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주교들 교황에 반기.. 바티칸 '발칵'

권이선 입력 2015. 10. 13. 19:52 수정 2015. 10. 14.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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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 총회 토론 결론 미리 설계" 뉴욕 대주교 등 13명 교황에 서한.. 이혼·피임 등 이슈 민감해 파문

보수 성향 가톨릭 주교들이 프란치스코(사진) 교황에게 반기를 드는 내용이 담긴 서한이 유출돼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교황의 파격적 행보에 대한 가톨릭교회 내 보수파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탈리아 주간지 레스프레소는 12일(현지시간) 주교 13명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서한을 보내 현재 바티칸에서 진행 중인 가톨릭교회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총회(시노드)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이 서한은 시노드 개막일인 지난 5일 교황에게 직접 전달됐으며, 서한 서명자 중에는 미국 뉴욕과 캐나다 토론토의 대주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한에는 “이번 총회에서 새로 도입한 토론절차는 논란이 있는 중요한 문제들의 결론을 미리 정한대로 낼 수 있게 설계됐다”는 주장이 담겼다. 이번 시노드에는 소그룹들이 주제별로 토론을 벌인 뒤 위원회를 거쳐 최종 결론을 보고서로 발표하는 새 토론형식이 도입됐다.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담는 보고서를 검토할 위원들을 교황이 일방적으로 임명하기 때문에 개혁적 성향의 교황과 진보파 주교들이 이혼, 피임, 동성결혼 등의 이슈를 특정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이 이들 보수파 주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또 서한에서 시노드의 토론 보고서 작성과정에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이 같은 방식의 시노드는 가톨릭교회의 교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교서의 기반이 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프란시스코 교황은 시노드 토론장에 들러 참가자들에게 정신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음모론에 빠져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직접 3주간의 시노드 토론절차를 승인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열린 시노드에서도 동성애와 이혼, 재혼, 동거 등을 인정하자는 안건을 놓고 치열한 격론이 벌어졌으나 결국 무산된 바 있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드 종료 미사에서 “앞으로 논의는 계속될 것이며 숙성을 위한 1년의 기간이 남았다”며 “우리는 씨앗을 뿌렸고 내년 시노드 때까지 인내를 갖고 지켜보자”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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