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뚱뚱하다고요? 부모 책임입니다

박영석 기자 입력 2015. 10. 13. 18:53 수정 2015. 10. 13.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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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아·청소년의 비만율이 대폭 증가하는 가운데 “어린 자녀의 비만은 전적으로 부모의 책임”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자녀의 비만은 어느 정도 유전적인 요인을 배제할 수 없지만 부모의 나쁜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자녀에게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자녀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대한비만학회는 13일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지 않는 아동의 22.4%가 비만인 반면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 아동의 비만율은 5.1%로 조사됐다”면서 “이는 부모의 생활습관이 자녀의 비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최초의 연구 결과”라고 밝혔다.

◇부모 비만이면 자녀 비만 위험도 2배 상승

우리나라의 소아·청소년 비만율은 1997년 5.8%에서 2012년엔 9.6%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비만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르면, 국내 소아·청소년 열 명 중 한 명이 ‘비만 환자’인 셈이다. 소아·청소년 당뇨병 환자도 2005년 1만5100명에서 2013년 2만1300명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소아 비만은 절반 이상이 성인 비만으로 이행되며, 성인 비만처럼 당뇨·지방간·고지혈증·고혈압 등 성인병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학회는 2009~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 중 만 6~11세 아동 3281명과 이들의 부모 관련 통계 및 올해 초등학생 학부모 1000명의 설문조사 자료를 통합 분석했다. 그 결과, 엄마가 1주일에 1회 이상 탄산음료를 섭취할 경우 자녀의 비만 위험은 1.6배 높았고, 주 5.5회 이상 외식을 하는 가정의 자녀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하루 평균 섭취 열량이 204㎉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비만을 피하려면 외식을 하더라도 열량이 높거나 나트륨 함량이 많은 메뉴 대신 다양한 영양소를 포함한 음식을 골라 과식을 피해야 한다”면서 “저녁식사를 가족과 하지 않는 자녀의 경우 혼자서 패스트푸드 등 고열량·저영양 음식을 자주 먹고 식사 후 적절한 운동을 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정소정 건국대병원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아이들이 홀로 식사할 경우 맛에 대한 판단 기준을 배우지 못해 짜고 달고 매운 자극을 좇게 된다”면서 “가족의 저녁식사는 단순한 ‘음식 섭취’가 아니라 자녀들의 지식과 심리, 행동수용능력 등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부모 무관심이 자녀 비만 높인다

자녀의 비만은 부모의 비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아버지가 비만인 경우 자녀의 비만 위험은 2.1배, 어머니가 비만인 경우엔 2.4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가 모두 비만일 경우 자녀 비만 위험은 이보다 더 높은 2.8배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유전적 요인보다는 부모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자녀 비만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기형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소아청소년과)는 “비만은 유전 요인이 중요하긴 하지만 특히 소아 비만의 경우 생활습관과 환경 등 후천적 요인이 더 크다”고 말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도 “비만은 부모의 체질을 닮는다기보다 먹고 활동하는 생활습관을 닮는 것이어서 유전병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만학회가 전국의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자녀 비만은 부모 영향이 크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과체중 또는 비만 자녀를 둔 부모는 자녀의 적정체중을 모르는 비율이 55.6%로 정상·저체중 자녀 부모(50.2%)보다 더 높았다. 과체중 또는 비만 자녀를 둔 부모의 67.8%는 자녀의 체중을 주기적으로 재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과체중 또는 비만 자녀를 둔 부모의 63.3%가 ‘자녀의 식단 조절을 따로 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44.4%는 ‘운동 관리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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