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0, 난 엄마니까..새벽에 눈을 떴다

사정원 2015. 10. 13. 16: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수능 시험 한 달을 앞둔 13일 봉은사를 찾은 수험생 부모 53살 윤모씨를 인터뷰한 뒤 부모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한 글입니다.

온 세상이 고요한 새벽 5시30분.
시계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곤히 잠들어 있는 아들을 깨운다.
시험이 다가올수록 녀석도 긴장이 몰려오는지 한 번 깨우면 바로 일어난다.
그 모습에 난 더욱 마음이 아프다.
자는 시간이라도 숙면을 취하면 좋으련만 예민한 성격의 아들은 요즘 시험 걱정에 밤잠을 설치는 걸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들은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서둘러 학교로 출발한다.
아들을 학교에 보낸 후 나는 가장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내가 가는 곳은 서울 강남구 봉은사.
나는 지난 8월4일부터 매일 10시에 시작되는 학업원만성취 100일 관음 기도에 참가하고 있는데, 수능 시험날(11월12일)까지 매일 이곳을 찾을 예정이다.

아주 가끔 힘들고 고단해서 빠지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행여 아들에게 안 좋을까 봐 참고 나오고 있다.아니 당연히 와야 한다. 힘들게 공부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아들에 비하면 이런 아무것도 아니니까...

오늘은 절에서 특별 행사가 있어 법왕루에 사람들도 가득 찼다. 조금 더 일찍 나올 걸 하는 아쉬움이 밀려 온다.

결국, 법당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다른 법당으로 이동해 자리를 잡았다. 이곳도 사람들로 가득 찼다.

법문을 외우고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를 시작한다.
“우리 아들 좋은 점수 받게 해 주세요”,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20여 분 절을 하니 온몸이 땀으로 젖고 좋지 않았던 무릎도 아파 온다.

그래도 기도를 계속한다. 난 이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다. 왜 ‘난 엄마니까’..
수능 시험일이 다가올수록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사람들도 나랑 똑같은 심정이겠지.

그러면서 문득 옛날 생각이 밀려왔다. 우리 부모도 내가 대학학력고사를 볼 때 똑같은 마음이었겠지. 갑자기 시골에 있는 엄마가 보고 싶어진다. 수능 끝나면 아들 녀석이랑 울 엄마 보러 가야겠다.

나는 요즘 TV에서 인기 있는 드라마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자식이 고3이 된 올해부터 나도 숨을 죽이며 아들과 같이 고3 생활의 터널을 지나면서 자연스레 TV와 멀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TV 인기 드라마 안 보면 어떻고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르면 어떠하리. 우리 아들 시험만 잘 본다면 이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기도를 마치고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들 저녁을 해주고 학원에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아들아, 쓰러질 것 같은 지친 모습의 너를 보면 엄마가 무슨 말로 위로를 해줘야 할지 참 난감하다. 그래도 우리 다시 힘을 내고 이겨내자.
오는 11월12일 수능 시험이 끝나고 우리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서로 힘껏 안아보자.

[연관 기사] ☞ [수능 D-30] 수능만 잘본다면야…

사정원기자 (jwsa@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