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이별'까지 했는데.. 그 교수가 돌아온다니

한설이 입력 2015. 10. 13. 15:57 수정 2015. 10. 1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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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33분 카톡' 강요한 교수 복직 결정.. 공포에 떠는 피해 학생들

[오마이뉴스 한설이 기자]

ⓒ pixabay
[기사 수정: 15일 오전 10시]


"나를 배신하면 앞길을 막겠다" "좋은 성적을 받고 싶지 않은 거냐" 등의 협박과 비상식적인 '갑의 횡포'를 일삼으며 학생들을 공포에 떨게 한 대학교수가 교육부의 해임 취소 처분을 받고 다시 교단에 설 수 있게 됐다. 대학의 해임 처분이 과도하다는 이유다. 해당 학과 학생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서울 소재 A대의 한 학과 학생회(아래 학생회)는 지난 6일 저녁, 해당 학과 B교수에 대해 '교육부의 해임 취소로 인한 복귀 반대 성명서'를 내고 그의 행태를 폭로했다.

지나친 학생 사생활 침해와 압박, 수업 강제 수강 및 공금 횡령과 허위 스펙 강요 등 교권을 남용하며 학생들을 극심한 스트레스와 공포에 빠지게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일부 학생은 여성으로서 치명적인 스트레스성 하혈 질환을 앓거나 자살까지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셜 워너비'와 '카카오톡 333' 통제 속에 갇힌 학생들


 '스페셜 워너비' 그룹채팅방 모습
ⓒ 한설이
성명서에 따르면, B교수는 자신의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과 상담을 요청하는 학생들을 모아 '스페셜 워너비'라는 그룹을 만든 뒤 개인일정 보고, SNS 활동 간섭 등을 일삼으며 학생들을 철저히 통제해 왔다.

'스페셜 워너비'에 속한 학생 및 B교수의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B교수가 개설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했다. 참여를 하게 되면 시간에 관계없이 B교수의 메시지에 즉각 답을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대화방에서 공개적인 질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새벽 3시 33분이 되면 대화방에 '333'이라는 메시지를 보내 자신이 깨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게다가 오전 7시, '좋은 아침입니다!'와 같은 기상보고 또한 학생들의 의무였다. B 교수는 "학생들의 잠을 줄이고 자기 계발을 위해 힘쓰게 하고 싶다는 교육적 목적이다"라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ㄱ학생은 "새벽에 '333'을 찍느라 충분한 숙면을 취하지 못해 스트레스성 하혈까지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밤 12시쯤과 새벽 2시쯤에도 기습 출석체크를 거의 매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복수의 학생들은 "사생활 침해를 경험하며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밤낮 가리지 않는 교수의 전화, '이성교제는 죄'
 3:33 시간 체크를 하는 학생들
ⓒ 한설이
사생활 침해는 메시지로만 이뤄지지 않았다. B교수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학생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만일 해당 학생이 전화를 받지 않을 경우 다른 학생이 전화를 걸도록 했다. 학생들은 항상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심지어 자정이 넘은 시각까지 전화를 해 '교육 차원'이라며 긴 통화를 해야 했다. ㄴ학생은 "B교수의 연락을 아주 잠시 확인하지 못한 경우 부재중 전화가 가득 떠있었다. 또 제대로 연락을 확인하라며 공개적인 자리에서 망신을 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이성교제를 포기하거나 숨겨야 했다. B교수가 이성교제 사실을 알게 될 경우 해당 학생은 조롱을 면치 못했다. "학생은 연애하느라 이런 것도 못하나 보네"라는 비웃음도 묵묵히 참을 수밖에 없었다. ㄴ학생은 "'스페셜 워너비'로서 해야 할 과제를 제대로 못 한다는 이유로 이성교제를 금지했다"고 증언했다.

심지어 이성교제를 하는 학생은 '스페셜 워너비'에 넣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남자친구와 헤어진 학생들도 있었다. 이에 B교수는 "이 학생은 남자친구와 헤어지면서까지 '스페셜 워너비'에 참여하고자 하는 열정적인 학생이다"며 자랑했다.

도 넘은 수강 강요와 질 낮은 강의, 학생들의 침해된 학습권

B교수는 학기 시작 전 '스페셜 워너비' 학생들에게 개인 일정까지 적힌 시간표를 작성해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심지어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에게는 자신의 수업을 듣도록 강요했다. 학생은 "조교가 아님에도 조교로 참여해 강제로 수업을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B교수가 하는 강의의 질은 낮았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강의계획서와 다른 관계 없는 강의를 일삼은 것은 물론 2주 강의 정도에 불과한 수업 자료를 16주 강의를 위한 자료처럼 속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업내용이 다른 타 과목에서도 같은 자료를 사용하기도 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질 낮은 강의로 소문이 나 폐강 위기에 처하자 B교수는 상대적 약자들을 공략했다. 이들은 주로 학과 생태를 잘 알지 못하는 복수전공생과 자율전공학부생이었다. 이 학과를 복수전공한 ㄷ학생은 "개강 전 밤 11시가 넘은 시각에 B교수의 전화를 받았다. 다른 과목도 수강할 경우 잘해주겠다며 내게 수강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회유들로 B교수는 폐강 위기를 면한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과제 대부분은 B교수의 개인 사이트, 블로그, SNS 운영 등을 위한 것이었으며 B교수는 모든 수업에서 동일한 과제를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ㄹ학생은 "블로그에 게재한 내 글에는 내 이름이 표시되지 않았다. 심지어 학생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사이트를 삭제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며 토로했다.

ㄴ학생 또한 "우리는 B교수의 블로그와 사이트에 올릴 글·사진·영상 등을 꾸준히 만들어왔다. B교수는 이력서에 이 사이트 주소를 쓰라고 했지만, 면접 볼 때 면접관이 검색해 보니 열리지 않는 사이트라고 알려줬다. 건강이 나빠져도 참으며 해왔던 것들이, 한창 면접을 볼 시기에 한순간에 없어져 버려 당혹스러웠다"며 증언했다.

허위 스펙 제공과 존재하지 않는 전시회 참여 요구
 B교수는 마음대로 자격증을 발급하기도 했다.
ⓒ 한설이
B교수는 학생들에게 '허위 스펙'도 강요했다. 그는 존재하지 않는 공모전을 임의로 주최해 학생들의 참여를 강제하고 시상까지 했다. 또 가상의 단체를 만들어 허위 자격증도 발급했다. 자격증 발행은 국가가 지정한 단체에서만 발행할 수 있는 것이기에 이는 엄연한 불법 행위다. 또 학생들로부터 이력서를 의무적으로 받아 그가 만들어 낸 '허위 스펙'을 기재하지 않은 경우 수정을 강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존재하지도 않는 전시회에 참여를 요구한 것도 드러났다. B교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그래픽 이미지를 제작해 '스페셜 워너비' 학생들의 이름으로 보내자는 제안을 했다. 학생들은 작품을 제작해 일정 비용을 모아 전시회 출품 비용도 마련했다. 이에 대해 ㄴ학생은 "B교수는 우리의 작품이 전시회에 커다랗게 전시됐다고 알려줬지만, 해당 전시회에 대한 팸플릿이나 홈페이지를 문의할 경우 답변을 회피했다"며 현재까지도 전시회의 존재 여부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학과장 시절, 공금 횡령과 교비 남용 사실도 드러나

지난 2013년 2학기 B교수가 학과장으로 재직할 시절엔 교비를 횡령하고 공금을 남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스페셜 워너비' 학생들 중 자격 요건이 되는 학생들을 의도적으로 추천한 뒤 장학금을 받은 뒤에서는 '스페셜 워너비' 학생들끼리 나눠 갖도록 강요했다. 이는 학칙상 불법행위다.

또 지난 2014년 이 학과 졸업 전시에서는 영수증을 위조하는 행위까지 저질렀다. 그가 관리하던 팀은 실사용 금액이 아닌 교비 지원 가능 최대 금액으로 영수증을 위조해 교비를 남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진 것은 지난 6월이었다. B교수의 비상식적 행태를 견디다 못한 학생들이 직접 '총장 신문고'를 통해 알려온 것이다. 또 학생들의 학부모가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해, 교육부가 학교 측에 해당 문제 해결을 지시했다.

이후 학교 내에 진상조사 위원회가 꾸려져 조사를 마친 뒤 이사회에 회부됐고, 징계위원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해임'이 결정됐다. 이에 대해 이 대학 관계자 ㅁ씨는 "B교수는 진상조사에 출석하지 않거나 서면답변만 하는 등 불성실하게 조사에 임했다. 심지어 조사가 이뤄지는 와중에도 학생들을 괴롭혀 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B교수가 운영하는 블로그에는 조사가 시작된 6월 이후에도 꾸준히 게시물이 올라왔다.

그러나 B교수는 이에 불복해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아래 소청위)에 이의제기를 했고 지난 9월 8일 해임 취소 처분을 받았다. 모든 혐의가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징계 수위가 너무 높다는 이유였다.

A대 관계자 ㅂ씨는 "B교수의 보복을 두려워하며 힘겹게 증언에 임한 학생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모든 것을 서류로 작성해 제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정신적 피해까지 문서화하기엔 어려움이 클 정도로 피해가 심각했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ㅁ씨 역시 "이번 소청위의 해임 취소 결정에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인 학생은 소외됐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이 같은 B교수의 교권 남용과 불법 행위가 처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 결과, B교수는 지난 2006년 A대 부임 전 재직한 D대학에서도 비슷한 사건에 휘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A대에 임용될 당시 D대학 재직 사실을 숨긴 B교수는 지난 2009년에도 교권 남용 행위 등을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감봉 3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후 6년 동안 비상식적인 행태를 계속한 것이다. 이에 대해 A대 관계자 ㅂ씨는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B교수가 임용되기 전으로 돌리고 싶다. 제대로 된 검증을 하지 못한 채 B교수를 임용해 학생들에게 너무나 많은 고통을 안겨줘 참담한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교원 중심의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솜방망이 처벌 내려
▲ B교수 운영 블로그 B교수가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의 모습이다. 지난 6월부터 진상조사와 징계가 이뤄졌지만 불과 지난 10월 2일에도 최근 게시물이 올라왔다.
ⓒ 한설이
교육부 산하 소청위는 교원의 징계와 기타 불리한 처분에 대한 소청, 그리고 교육공무원의 중앙고충에 대한 심사를 담당한다. 학교 법인으로부터 부당한 징계를 받았을 경우 교원의 신분을 보장하고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국회 교육문화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이 지난 8월 공개한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총 1630건의 소청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소청에 따라 징계 수준이 낮아진 건수가 688건으로, 지난 8월 4일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강은희 의원은 "5명 중 2명은 교육당국에 의해서 온정적인 혜택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당시 성추행 문제로 해임된 교수가 소청위의 해임취소 결정으로 인해, 정직 3개월에 그쳐 복직하게 된 사례도 있었다. 이후 해당 학교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법원은 "사립대 교수의 성 추문으로 인한 해임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계속되는 소청위의 봐주기 심사는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소청위의 해임 취소 결정 이후 A대가 취할 수 있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소청위의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해서, '해임 취소 결정'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얻어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해임판결을 받아들인 뒤 재징계를 통해 해임보다 한 단계 낮은 정직 3개월을 처분하는것이다. 이미 소청위가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했기 때문에 재징계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 경우 결국 3개월 뒤에는 B교수가 학교에 돌아올 수 있게 된다.

A는 소청위의 해임 처분 취소로 지난 3개월간의 진상조사나 징계위원회를 거치며 지급이 정지됐던 B교수의 밀린 임금을 다시 지불해야 할 판에 놓였다. 학생회 관계자는 "교수들의 임금은 학생들이 납부하는 등록금으로부터 나온다. 학생의 권리가 침해된 상황에서 교권이 우선시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 B교수 복귀 소식에 공포에 떨고 있어

A대 학교 관계자들은 B교수가 복직할 경우 학생들의 피해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B교수는 이전에도 자신의 강의를 나쁘게 평가할 경우, 상담을 통해 해당 학생을 찾아내려고 했다. 또한, 학생들을 이용해 학교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해 자신을 비난하는 글을 쓴 사람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려던 것을 주변 교수들이 만류하기도 한 전례가 있다. 

이처럼 B교수는 학생들에 대한 보복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기자도 취재 내내 인터뷰에 참여한 모든 관계자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지도 모르니 유의하라"는 걱정 어린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이 학과 학생회는 B교수 복직 반대를 위한 탄원서 접수에 나섰다. 학생회 관계자는 "B교수 복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징계를 받은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았다. 그가 학교에 돌아오게 된다면 피해 학생들은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된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복직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에 참여한 한 학생은 "B교수를 학교에서 마주치게 될까봐 너무나 걱정이다. 진상조사에 용기를 내어 진심으로 참여했는데 막상 해임 취소 처분을 받으니 당황스럽다. 그의 보복이 두렵다"며 근심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피해 학생들의 정신적 고통은 심각한 수준으로 이상 증상까지 겪고 있다. ㄴ학생의 경우 "'스페셜 워너비'에 속한 학생들 대부분은 만성두통과 눈 피로는 물론 산부인과 질환까지 달고 다녔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다시 학생들이 B교수를 만나야 하는 상황에서, 학교와 교육부의 적절한 대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 편집ㅣ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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