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퍼] 성형수술까지..강태용의 7년 도주극

이재교 2015. 10. 1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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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꺼풀 수술한 강태용

"강태용은 100명 사이에 숨어 있어도 금방 알아볼 수 있는 얼굴입니다. 키가 작고 조금 뚱뚱한 체형인 데다 개성이 강한 얼굴이기 때문에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

KBS에 강태용의 행방을 알려 준 제보자의 목격담이다.

그래도 7년의 도주기간 얼굴과 모습이 달라지지는 않았을까? 추적 취재를 하는데 얼굴을 못 알아보면 어떡하지, 많은 걱정을 하고 취재를 떠났다. 중국에서 강태용을 추적한 지 8일째, 강태용의 얼굴을 처음으로 가까이서 보게 됐다. 중국 장쑤 성 우시 시의 중심가인 완다 광장의 스타벅스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 강태용의 모습이었다.

카메라에 찍힌 모습은 클로즈업이 아닌 데다 강태용이 안경까지 끼고 있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기자의 눈에 비친 강태용의 외모는 사건 초기 수배 명단에 올랐던 사진과는 분명히 달랐다. 강태용이 쌍꺼풀 수술을 한 것이다. 강태용의 안경 너머에 선명한 쌍꺼풀 자국이 보였다.

7년간의 중국 도피 행각. 강태용은 나름 성형 수술을 해서라도 더 멀리 달아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래도 도망자의 모습은 아니었다

지난 9일 KBS 취재진에 포착된 강태용의 모습은 도망자의 모습은 아니었다. 강태용은 인터폴 적색 수배령이 내려진 인물이지만 자유롭게 외출을 했다.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KBS 취재진에게 포착된 강태용의 하루는 도망자가 아닌 중국에 사는 다른 한국인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9일 낮 12시 강태용은 우시 시 완다 광장에서 커피를 마셨고, 잠깐 쇼핑을 즐긴 뒤 한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그리고 은신처 인근 까르푸 4층 사우나에서 목욕을 하고 나왔다.

강태용이 중국 우시 시로 은신처를 옮기기 전, 잠시 머물렀던 쑤저우에서는 과감하게 한인타운에 아파트 민박을 구했다. 쑤저우 후판 광장 인근에 있는 한인타운에는 한국 기업의 중국 주재원이 다수 거주하고 한국인 학교도 있을 만큼 한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그런데도 도망자 강태용이 왜 한인타운 한복판에 은신처를 구했을까? 도주 7년 동안 우리 동포는 물론 중국 공안의 추적을 여유롭게 따돌렸기 때문에 자신감이 넘쳤던 건 아닐까?

■ 중국 칭다오에서 잡힐 뻔한 강태용

KBS 취재진이 강태용을 추적하면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강태용이 하마터면 중국 공안에 잡힐 뻔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강태용은 자신을 추적해 온 피해자의 신고로 중국 칭다오의 KTV 룸살롱에서 공안에 잡혔다는 것. 하지만 현지인이 보증을 서주면서 공안의 추적을 간발의 차로 따돌렸다는 이야기였다.

강태용은 중국 장쑤 성으로 도주하기 전에는 산둥 성에서 은신처를 옮겨가면서 중국 공안의 추적을 피해왔다. 2008년 중국으로 달아난 강태용이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이 산둥 성이다. 강태용은 조희팔, 그리고 동생 강호용, 최천식 등의 나머지 일당과 떨어져 혼자 중국 산둥 성 칭다오와 웨이하이, 옌타이 등지의 고급아파트를 구해 은신처를 옮겨 가며 도주 행각을 벌여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골프장과 룸살롱 등을 드나들며 호화로운 도피생활을 이어왔다.

하지만 도주 막판 강태용을 추적한 피해자로부터 덜미가 잡혔고, 급하게 칭다오를 떠나 중국 쑤저우로 도망친 것이다.

■ 도피생활 막판 수면제까지 준비했다

과감한 도주 행각을 벌여왔지만, 은신처인 아파트에서 목격한 강태용은 불안한 도망자의 모습이었다. 강태용은 자신의 방에서 틈만 나면 아파트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것도 자신의 얼굴이 노출되지 않기 위해 커튼 뒤에 숨어서 외부를 관찰했다. 심지어 TV를 보거나 돈을 셀 때도 창가에 앉아서 바깥을 흘낏 쳐다보면서 일상생활을 했다.

그리고 지난 10일 강태용이 중국 공안에 붙잡히고 난 뒤, 취재진은 한국 수사기관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중국 공안에 붙잡힌 강태용의 소지품에서 다량의 수면제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중국 칭다오에서 공안에 잡힐 뻔한 강태용이 불안한 상태에서 극한 행동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물론 강태용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는 없다. 그래도 도피 행각 7년 동안 호화로운 생활을 해 온 강태용이 도피 막판 공안에 잡힐 뻔하면서 불안한 마음은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수사기관에 잡혀 재판에 넘겨진 조희팔 일당의 선고형량을 참작해 보면, 조희팔 다단계 조직의 2인자인 강태용은 적어도 15년 형 이상 받을 가능성이 높다. 풀려날 때는 강태용이 일흔이 다 돼가는 나이다. 강태용이 혹시 닥쳐올 자신의 미래를 짐작한 것일까?

■ 피해자의 한(恨)만 풀어줄 수 있다면?

조희팔 조직의 2인자 강태용. 재무와 전산, 배당금 지급까지 관여한 인물. 조희팔 사건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 그래서 강태용을 잡아야 했다. 강태용을 추적해 은신처를 확인한 KBS 취재진이 검찰과 모든 정보를 공유한 이유다. 강태용을 촬영하고 취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든 강태용은 잡아야만 했다.

피해자가 4만 명, 피해금액만 4조 원에 달하는 조희팔 다단계 금융 사기 사건. 일당들이 큰돈을 챙겨 잠적하기 전, 꼬박꼬박 이자까지 더해 돈을 챙겨주는 수법에 속아 피해자들은 주변 지인들을 다단계에 끌어들였다. 조희팔 사건 피해자 중에 일가족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조희팔 사기 사건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피해 보상만이 아닐 것이다. 피해자들은 2004년부터 2008년 10월까지 5년 동안, 수조 원대의 사기극이 어떻게 수사기관의 감시를 받지 않고, 전국적으로 벌어질 수 있었는지 그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

조희팔 사건 이후 자살한 사람만 열 명이다. 피해자들의 한(恨)을 풀기 위해서라도 이제 조희팔을 잡으러 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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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교기자 (sky77@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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