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박근혜는 왜 70년대 회귀에 매달리나?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입력 2015. 10. 13. 09:57 수정 2015. 10. 1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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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박근혜 정부가 역사학계와 교사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사교과서 국정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념 편향성 극복'을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큰 이념 편향성을 추진하겠다는 선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역사학자들은 국사교과서 국정화가 '독립운동사를 지우고 식민지근대화론을 심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최근의 제2의 새마을운동 주창이나 노동계혁, 이념편향적인 인사들의 잇따른 중용 등 박근혜 정부는 1970년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래서 오늘의 [Why뉴스]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은 왜 70년대 회귀에 매달리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성을 알아보고자 한다.

[Why뉴스 전체듣기]

▶ 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때문에 70년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거냐?

= 국사교과서 국정화문제만이 아니다. 제2의 새마을운동을 주창하고, 노동개혁을 밀어붙이고 공안통치를 강화하고 비뚤어진 이념논쟁을 주장하는 극우나 수구세력들을 요직에 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가장 심각한 사안으로 본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역사학계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선언했다. 1972년 유신헌법으로 영구집권의 길을 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3년 4월 20일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전환'을 발표했는데 그로부터 42년 6개월여 만인 2015년 10월12일 그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사 교과서를 다시 검정에서 국정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1974년 박정희 정부가 국사교과서를 국정화 할 당시 중학교에 11종 고등학교에 11종의 국사교과서가 있었지만 1종으로 통일됐다. 그 국사교과서에는 박정희 군부의 5.16 군사쿠데타를 혁명으로 기록하고 있다.

또다른 이슈는 새마을운동이다. 이미 곳곳에서 그런 움직임이 일고 있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에서 산불처럼 새마을 운동이 번지고 있다"는 말로 박근혜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에는 유엔에서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행사'에 참석해 개회사를 낭독하면서 아버지 박정희의 리더십을 강조했고 귀국해서는 지난 7일 제7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새마을운동처럼 구조개혁해야" 한다고 강조를 했다.

▶ 노동개혁도 70년대로의 회귀 움직임인가?

= 노동개혁 자체는 그런 의도는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70년대로의 회귀와 다를바 없다. 지금의 경제위기를 노동자들 탓으로 돌리고 있고 쉬운해고를 법제화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임금피크제가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지 못한다는 게 이미 금융권에서 입증됐지만 '아버지의 월급을 깎아서 아들에게 주겠다'는 희안한 논리로 세대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기도 하다.

박정희 정권하에서 노동자들의 삶은 피폐했다. 전태일 분신사건, 동일방직 노동자들의 항의시위 YH무역 사건 등 노동자들의 권리나 권익은 없었다. 지금 정부가 추진중인 노동개혁도 결국은 노동자들의 권리나 권익을 축소하거나 없애겠다는 것과 다름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70년대 회귀의 백미는 지나친 이념편향성을 가진 위험인사들을 계속 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인물들이 극우성향을 보이는 인물들을 방송계에 역사학계에 전진배치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이인호 KBS 이사장, 고영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김호섭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유영익 전 국사편찬위원장 등등 뉴라이트 계열의 인사들을 중용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고영주 이사장은) 우리나라 방송문화진흥을 책임지는 중요한 자리에 그대로 둘 수 없는 위험한 인물"이라면서 "이인호 KBS이사장, 박효종 방송통신위원장, 김호섭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유영익 전 국사편찬위원장, 낙마한 문창극 총리 후보자 등 한두 번도 아니고 이념편향을 가진 인사들을 반복적으로 중용하는 박근혜 대통령께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강력히 항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바 있다.

▶ 왜 이렇게 1970년대로 회귀하려는 것이냐?

= 여러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7가지 정도로 분석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신당동 가옥 자녀방 액자사진 (사진=서울시 제공)
첫 번째는 향수다. 박근혜 대통령은 열살때부터 권력의 핵심부인 청와대에서 자랐다. 20대 초반에 유신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70년대에 대한 향수가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국사교과서도 국정화하고 새마을운동도 다시 일으키고 공안분위기도 다시 조성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이것이 정상이라고 믿고 있을 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소신이다. 1970년대 유신으로의 회귀가 정당하다고 보는 것이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소신으로 본다. 박 대통령은 이렇게 해야 나라가 잘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세 번째는 아버지의 명예회복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 부분을 지적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6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교육현장에서 진실이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4년 2월에는 교육부와 문화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정부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사실오류와 이념편향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 개발 등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는 2012년 대선 전 친박계 핵심인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박근혜 후보가 정치를 하는 건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한 것"이라는 발언과 맥을 같이한다.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안병욱 가톨릭대학 명예교수가
박 대통령 취임직전인 2013년 1월 10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는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이 키워드 될 것이고 과거사 문제도 박정희 명예회복이라는 기준에서 다룰 것"이라면서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보다 더 과거사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다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밀고 당기는 역사 전쟁, 투쟁이 전개될 것이다"라고 예측했는데 그 예측이 현실화됐다.

교육부가 2017년 국정화된 국사교과서를 도입하기로 했는데 2017년 박정희 탄신 100주년이 되는 해이고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5년차가 시작되는 해이다.

네 번째는 국민을 편가르기해서 지지층을 결집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국사교과서 국정화'는 국정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다. 국사교과서 국정화 발표는 정치권을 결집시키고 있다. 앞으로 국사교과서 국정화는 국정vs 검정, 좌익vs우익, 독립운동vs식민지근대화, 민주화운동vs군사독재로 구분되면서 프레임 논쟁에 빠져들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결집할 것이고 박 대통령은 이를 동력으로 삼아서 국사교과서 국정화를 시작으로 과거로의 회귀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그럴수록 국민들은 갈라지고 경제문제나 통일문제, 민생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이후 전교조 법외노조 추진과 통진당해산 등 프레임 전쟁을 해왔고, 세월호 참사 등 위기 때마다 편가르기로 또는 이슈로 이슈덮기를 해왔다.

다섯 번째는 레임덕을 방지하면서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도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이미 김무성 대표와의 충돌에서 완승을 거둔 박근혜 대통령은 이 기세를 밀어붙여서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하려 할 것이고 당의 영향력을 높인 뒤에는 2017년 대선후보 결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려고 할 것이다.

국사교과서 국정화가 쟁점이 되면서 새누리당내 '전략공천' 문제도 친박과 비박의 대결도 물아래로 사라졌다.

박근혜 대통령을 잘아는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에 대해 "고지전에 아주 능한 정치인"이라고 평가를 했는데 권력투쟁에는 누구도 따르지 못할 정도로 감각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여섯 번째는 불행하게도 잘 할 수 있는 일이 이것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경제살리기에도 국민통합에도 남북관계 개선에도 성공한 것이 없다. 임기를 마치고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에 답할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취임직후부터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논란과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등 국가위기가 닥쳤고 정부의 무능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경제살리기는 실패를 거듭하면서 재정적자는 사상최대를 기록하고 있고 전세대란은 서민들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고 있지만 해법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사교과서 국정화와 제2의 새마을운동, 그리고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의 공산주의자 돌출발언 등 70년대로의 회귀가 모든 국정의 난맥상을 덮어버리고 있다. 박 대통령이 가장 익숙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곱 번째는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지만 더 큰 무언가를 노리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유보하겠다.

여러 전문가들이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분석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만간 다시 분석을 하기로 하겠다.

▶ 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면 무엇이 달라지는 거냐?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2일 세종시 정부청사 교육부에서 가진 역사교과서 발행체제 개선방안 기자회견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 전환을 공식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 글쎄 무엇이 달라질까? 당장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를 추진하는 사람들에게는 뚜렷한 목적이 있다.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국정교과서가 지향하는 것은 세가지로 분석했다.

첫 번째는 독립운동사를 지우로 식민지 근대화론을 삽입하려는 것이다. 그래야 친일 세력인 이승만 전 대통령도 살고, 박정희 전 대통령도 살고, 김무성 대표의 아버지도 산다. 그 전통을 강조할 것이다.

두 번째는 민주화의 과정에서 독재와 부패 세력이 오늘날의 산업화를 이룩했다고 강조할 것이다. 이 교수는 친일과 독재는 연결이 된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입으로만 통일을 얘기할 것이다. 사실 그들은 반(反)통일세력이다. 통일을 안 해야 그들이 일정한 지분을 갖고 남쪽에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국정교과서라고 했다가 그 다음에는 균형잡힌 교과서라고 했다가, 또 통합한다고 했다가, 이제는 '올바른 국사교과서'라고 이름을 붙였다.

인터넷이나 SNS에서는 "오죽 쓰레기같은 내용이었으면 하다못해 이름이라도 올바른 이라고 붙이고 싶었겠냐 그런다고 독재국가에서나 쓰는 국정 교과서에 당위성이 부여되겠나?"라거나 "친일매국,유신독재를 미화한 교과서를 올바른 역사교과서라고?"라거나 "올바르지 못한 짓거리니까 이름이라도 그렇게 붙여야겠지 그리고 친일 독재 후손들에겐 그들이 쓰는 역사가 올바르다는 걸 믿고 싶은 생각이겠지"라는 빈판적인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1974년 발행된 국정화된 국사교과서는 '박정희에 의한 박정희를 위한 교과서'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이 국정교과서에는 5.16쿠데타를 '혁명'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5.16쿠데타를 '정부가 무능하고 부패하여 국가와 민족을 수호하기 위하여 뜻있는 군인들이 혁명을 일으켰다'고 설명한다. 10월 유신에 대해서는 '평화적 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며, '한국 민주주의 정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가지 분명하게 수정을 했으면 하는 것이 있는데 국사교과서 국정화는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친일반민족행위를 미화하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적시하는 것이다. 일본에도 친한파가 있고 우리나라에도 일본을 좋아하는 친일은 많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친일과 친일매국이나 친일반민족행위와는 확실하게 구분해야 한다. 그래야 진실과 거짓이 가려지기 때문이다.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bamboo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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