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남자가 몰래 마약 투약했다" 스스로 경찰서 찾은 20대 여성..연인 사이로 드러나 함께 처벌

윤정민 2015. 10. 1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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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20대 여성 이모씨(29ㆍ여)가 스스로 “마약을 했다”며 서울 강남경찰서를 찾아 왔다. 경찰서를 찾은 이씨에게선 술 냄새가 났다. 이씨는 “한 남자와 같이 술을 마셨을 뿐인데, 그 남자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만취한 내 팔에 주사기를 꽂아 마약을 투약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자신에게 몰래 마약을 투약했다고 지목한 남성은 공모(39)씨였다. 경찰은 이씨의 진술에 따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공씨의 집 앞에서 잠복한 끝에 지난달 12일 공씨를 검거했다.
조사 결과 공씨는 마약 전과가 6건 있었고, 앞서도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복역하고 나온 상습 마약 사범이었다. 공씨 집에서는 필로폰 7g과 일회용 주사기 120여개가 발견됐다. 필로폰 7g은 200여명 이상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이씨가 자진해서 경찰서를 찾아 진술한 내용대로라면, 이씨는 공씨에 의해 강제로 마약을 투약 당한 피해자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조사가 진행되면서 이씨의 말과는 조금 다른 내용들이 속속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공씨와 몇년전 유흥주점에서 만난 이후 연인 관계를 유지해 왔고 공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감옥에 가기 이전에도 함께 동거를 했던 사이로 밝혀졌다. 또 공씨는 “내가 마약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이씨도 알고 있었고, 이씨가 먼저 마약을 놔 달라고 해서 투약한 것”이라며 당시 상황에 대해 이씨와는 다르게 진술했다.

결국 경찰은 두 사람의 관계와 진술, 이씨가 마약을 한 정황 등을 모두 따져 봤을 때 이씨 역시 스스로 마약을 투약하려는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연인 사이였던 두 사람의 관계가 잦은 다툼으로 크게 악화됐고, 이에 화가 난 이씨가 공씨를 처벌받게 하기 위해 스스로 경찰서를 찾았지만 결국 두 사람의 범죄 행위가 모두 들통나버리게 된 것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공씨와 이씨 모두에게 강남 일대 주거지 등에서 필로폰을 수차례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를 적용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단 상습 마약 사범인 공씨는 구속 상태로, 초범인 이씨는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또 공씨가 윗선으로 부터 마약을 전달 받았고 공씨 집에서 투약하고 남은 마약과 주사기 등이 대거 발견된 만큼, 공씨로부터 마약 일부를 받아 유통시키거나 투약한 일당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 할 방침이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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