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훈민정음 상주본 강제환수·인도소송 가능할듯

입력 2015. 10. 13. 06:22 수정 2015. 10. 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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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소유권 가진 문화재청, 법적 조치 취하면 확보 가능"
사진 왼쪽은 지난 2008년 경북 상주에서 발견된 이른바 상주본 훈민정음 해례본이고 오른쪽은 기존 국보 70호 간송미술관 소장 해례본 사본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3월 30일 경북 상주시 낙동면 배모(52)씨 집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북지방경찰청 관계자가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감식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의 집은 지난 3월 26일 불로 모두 탔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법조계 "소유권 가진 문화재청, 법적 조치 취하면 확보 가능"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방현덕 기자 = 국보급 문화재인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소유권에 관심이 쏠린다. 상주본을 가졌다는 배모씨가 최근 "1천억원을 주면 내놓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상주본의 존재는 2008년 세상에 처음 공개됐다. 소유권을 둘러싼 민·형사상 소송을 겪은 탓에 실물은 7년 넘게 빛을 보지 못했다.

국보 제70호인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본과 같은 판본으로 경북 상주에서 발견돼 '상주본'으로 불린다.

서문 4장과 뒷부분 1장이 없어졌지만, 상태는 더 좋다. 간송본에 없는 표기, 소리 등에 대한 연구자의 주석이 있어 학술적 가치도 더 높다.

배씨가 상주본을 내놓지 않으면 강제집행이나 소송으로 정부가 환수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소유권이 문화재청에 있기 때문이다.

◇ 행방 묘연한 국보급 문화재

13일 법원 판결문 등을 종합하면 훈민정음 상주본이 외부로 처음 알려진 것은 2008년 지역의 한 방송을 통해서다.

배씨가 집수리를 하다 상주본을 발견했다며 제보를 했고, 그해 7월 관련 내용이 방송을 탔다. 당시 감정에 참여한 문화재 전문가들은 국보 70호로 지정된 훈민정음 간송본과 동급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골동품업자 조모씨가 자신의 가게에서 배씨가 다른 고서적을 사면서 상주본을 몰래 끼워넣어 훔쳐갔다고 주장하면서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올해 3월에는 배씨 집에 불이나 골동품과 고서가 불에 타 상주본이 무사한지도 불분명하다.

배씨는 상주본을 자신만 아는 장소에 숨겨놓고 1천억원을 주면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 민사는 '절도' 인정…압수수색에도 확보 실패

민사 판결로만 보면 상주본의 소유권은 골동품업자 조씨에게 있다.

조씨가 배씨를 상대로 낸 물품인도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배씨가 고서적을 구매하면서 상주본을 몰래 끼워넣는 방법으로 조씨로부터 훔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고서에 조예가 깊은 배씨가 상주본의 진가를 모른 채 몇 년간 보관하다 뒤늦게 이를 발견했을 리 없고, 진정한 소유자라면 취득경위를 함구하고 낱장으로 분리해 가치를 떨어뜨리거나 문화재 지정을 요청하다 갑자기 태도를 바꿔 보관처를 숨길 이유가 없다는 추론에서다.

1심 재판부는 "배씨가 소유권자인 조씨에게 상주본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2심과 대법원도 이런 결론이 정당하다고 했다.

그러나 배씨는 판결 이후 상주본의 행방에 대해 입을 다물었고, 검찰과 법원이 압수수색과 강제집행에 나섰지만 찾지 못했다.

◇ 형사 절도죄는 무죄…소유권은 민사로 판단

민사사건에서 패소한 배씨는 절도 혐의는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배씨에게 1심은 2012년 2월 징역 10년의 유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무죄로 뒤집었다. 대법원도 2심 결론이 타당하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상주본을 소유했다는 조씨의 진술이 의심스럽다고 봤다.

조씨가 경찰에서 10년 전 샀다고 했다가 법정에서 부친에게 물려받은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30년 이상 골동품가게를 운영했는데도 책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점도 진정성을 낮춘 요인이다.

책의 생김새에 대한 조씨의 주장도 사실과 달랐다. 당시 재판부는 책 주인이 이를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고, 책이 비에 젖어 말렸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허위진술 가능성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고서를 오랜 기간 버려두다 집 정리 중 갑자기 발견했다는 배씨의 진술 역시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면서도 훔친 것이라면 은폐해야 마땅한데도 4일 뒤 방송에 공개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절도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씨로부터 2008년 7월26일 훔쳤다는 공소사실을 입증하지 못한 탓에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그러나 배씨가 어떤 경로로 책을 입수했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법원 관계자는 "형사 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책의 소유권은 민사로 가리는 것이기에 소유권은 조씨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조씨가 숨지기 전인 2012년 5월 상주본을 문화재청에 기증하겠다고 밝힌 터여서 문화재청은 민사상 소유권을 넘겨받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서울 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도 "해당 시점에 배씨가 조씨에게서 훔쳤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이지 책이 배씨 소유라는 판결은 아니다"며 "민사판결의 효력은 살아있어 법률상으로 배씨와 조씨의 관계에서는 조씨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화재청이 상주본을 넘겨받으려면 배씨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법조계 인사들은 입을 모았다.

조씨가 문화재청에 기증했다는 관련 서류가 있다면 법원에서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아 배씨를 상대로 강제집행 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고 했다.

관련 서류가 없다면 문화재청은 조씨의 기증 의사를 근거로 삼아 배씨를 상대로 물품인도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낼 수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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