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희팔 조카 "○○○씨가 돈만 받고 삼촌 안 도와줘"

이혜리 기자 2015. 10.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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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 공개 파문

희대의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조카 ㄱ씨와 측근 ㄴ씨의 통화 내용이라는 녹음파일이 공개됨에 따라 ‘조희팔 사건’은 정·관계 로비 사건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경향신문은 12일 사기 피해자 모임 관계자로부터 녹음파일을 입수했다. 그는 “조희팔의 은닉재산을 찾기 위해 수소문하던 중 조희팔 조카 ㄱ씨와 조희팔 측근 ㄴ씨의 통화 녹음파일을 넘겨받았다”며 “해당 파일은 조카 ㄱ씨가 녹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파일은 2012년 2월쯤 녹음된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녹음파일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경찰이 밝힌 조희팔의 사망 시점(2011년 12월) 이후에도 조씨가 살아 있었음을 의미한다. 녹음파일에서 ㄱ씨는 “삼촌(조희팔)이 노발대발한다”는 등 “삼촌이 ~한다”는 식의 언급을 자주 했다.

조희팔이 사망했다고 경찰이 밝힌 이후에도 중국 현지에서 조씨를 목격했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 등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조씨가 사망했다는 증거는 유족이 찍었다는 동영상이 유일하다. 조씨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관에 누워 있는 장면이 담겨 있다. 경찰이 조씨의 것이라며 확보한 화장된 유골은 유전자 감식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녹음파일에는 조희팔이 검찰을 상대로 구명 로비를 벌였음을 시사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ㄱ씨는 ㄴ씨에게 “△△△ 변호사가 왔을 때 (전 검찰 고위간부) ○○○씨 이야기 했었잖냐”며 “맨날 돈만 뜯어가고 일은 안 보고 가는 거 아니가, 이걸로 지금 노발대발한다”고 말했다.

ㄱ씨가 “○○○씨가 중국 공안부에 협조요청을 했다고 카는데… (삼촌이) 그래가 막 성을 내시더라고예”라고 하자 ㄴ씨는 “그거는 내가 봤을 때는 잘못 전달이 된 거 아니가. △△△가 어지간해 가지고 자기도 판단이 있는데”라고 반응했다.

이에 ㄱ씨는 “△△△ 변호사가 중국에서 만났을 때 분명히 ‘일을 본다꼬’ 그래 갖고 삼촌이 그 뭐 돈을 좀 보내줬는갑더라고예. 삼촌이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예”라며 “돈이 넘어가고 안 넘어가고 문제가 아니고예. 요번에 가니까 삼촌이 카시더라고예”라며 “삼촌이 노발대발인 거라예. 그러면 ××놈들, 저거 전부 다 일한다 캤는 것들이 벌써부터 내 잡을라고 ×××들 내 죽일라꼬 작당했다는 거 아니가, 지금 삼촌은 그래 생각할 수밖에 없지예”라고 말했다. 전 검찰 고위간부 ○○○씨가 금품을 받아놓고 구명해주지 않자 조희팔이 배신감을 느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ㄱ씨는 또 “(전 검찰 중간간부) □□□씨도 있다면서요”라며 “삼촌이 ‘이놈들 돈만 뜯어가고 거짓말만 하고’ 하면서 이번에 막 성을 억수로 내시더라고예”라고 했다. 그러자 ㄴ씨는 “□□□씨는 금요일에 우리가 만나기로 돼 있다”며 “연락을 외부에 일체 받지를 안 해 버리더라고. 지 신변에 문제도 있을 수 있고 (중략) 그래도 형님 아우 하고 지냈던 놈이 그런 의리 없는 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ㄱ씨는 “삼촌은 △△△ 변호사만 믿고 △△△ 변호사가 ‘들어올 길이 있다. 한 5년만 해주면 들어온다, 이번에 지나고 정권 지나고 나면 7년까지, 7년 안에가 아니고 5년 안에 끝난다’ 그런 말까지 다 했다카더라고요”라고도 했다. 녹음에는 2012년 3월 조희팔과 함께 수배 중이던 강모씨가 입국할 테니 돈을 마련해달라는 내용도 있다.

녹음 내용에 대해 전직 검찰 고위간부 ○○○씨는 “누가 내 이름을 팔고 다녔을 수 있다”며 “(돈을 받은) 그런 일은 전혀 없다. 그 사건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전직 검찰 중간간부인 □□□씨는 조희팔의 측근 ㄴ씨와 모르는 사이냐는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 변호사는 “서산지원에서 밀항 관련 재판을 할 때 조희팔 측을 변호한 적이 있다”며 “조희팔 측에 자수하라고 했다. ○○○씨는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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