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정 기준 애매한 '최동원상'..한국판 사이영상? 아직은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한국판 사이영상을 제정하겠다는 의미로 시작한 '최동원 상'. 취지는 좋았지만 애매한 기준 탓에 가치가 퇴색되는 느낌이다.
사단법인 최동원 기념사업회는 12일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최동원상 선정위원회(위원장 어우홍 전 롯데감독)를 개최해 후보자를 심의하고 수상자로 유희관을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유희관은 7명의 선정위원이 참여한 투표(1-2-3위표 행사, 각 5-3-1점) 결과 21점을 받아 18점의 양현종(KIA 타이거즈), 17점의 윤성환(삼성 라이온즈)을 따돌렸다.
유희관은 올 시즌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올 시즌 30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189⅔이닝을 소화한 유희관은 18승5패에 평균자책점 3.94, 126탈삼진, 퀄리티스타트 17회 등을 기록했다. 특히 18승은 역대 두산 구단 역사상 좌완이 기록한 한 시즌 최다승(종전 17승-2004년 레스) 신기록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 시즌 KBO리그의 '최고의 투수'였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유희관에 못지 않은 성적을 낸 투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대 수상자였던 양현종이 대표적이다. 양현종은 올 시즌 32경기(31선발)에 등판해 184⅓이닝을 던지면서 15승6패 평균자책점 2.44, 157탈삼진, 퀄리티스타트 19회 등을 기록했다. 유희관과 비교했을 때 승수와 이닝말고는 처지는 부분이 없고, '타고투저' 시즌에 기록한 2.44의 평균자책점은 압도적이다.
선정위원회가 앞서 발표했던 선정 기준에도 모두 부합한다. 위원회는 당초 최동원상 선정 기준에 대해 선발투수의 경우 ▲180이닝 이상 투구 ▲선발 30경기 이상 ▲15승 이상 ▲탈삼진 150개 이상 ▲퀄리티스타트 15회 이상 ▲평균자책점 2.5 이하 등이고 마무리 투수의 경우 40세이브 이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양현종은 선발투수 5개 항목의 기준을 모두 충족한다. 반면 유희관은 삼진과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기준을 채우지 못했다.
위원회는 "기준 중 한 개 항목이라도 충족시켜도 선정 대상에 포함이 된다"고 설명했다. "최동원을 기억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투혼'이다"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5개 기준을 모두 채운 투수가 그렇지 않은 투수에게 밀려 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수상자를 선정할 때는 객관적인 지표인 기록을 기준으로 해야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 투수 제외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위원회는 이번 수상자 선정에 앞서 외국인선수를 대상에 포함할 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국내 선수를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3회까지는 국내선수만 대상자로 삼고, 4회 수상자 선정을 앞두고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한 선정위원은 "처음 외국인선수를 영입할 때만 해도 영입상한선이 30만달러였는데, 올해는 제한이 없어졌다. 아무래도 국내선수들과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동원상은 국내 최고투수를 뽑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일단은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역시 다소 이해하기가 어렵다. '최동원상'을 국내 선수에게만 준다고 해서 국내 투수들이 육성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상이 한국의 '사이영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국내선수, 외인 구분없이 리그 최고의 투수를 대상으로 할 필요가 있다.
4회차부터 외국인투수에게 전면 개방하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논의를 거친 뒤 포함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고, 만일 포함된다 하더라도 일정 기간 이상 지속적으로 KBO리그에서 뛴 선수를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구상이었다.
선정 기준도 애매하고,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가 받는 영예도 아닌 애매한 '최동원상'. 이 상이 과연 한국의 '사이영상'이 될 수 있을까. 2회까지의 결과만 보면 아직까지는 의구심이 많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starbury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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